악의 꽃

작년 말부터 예전에 비해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공감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싸이코 패스가 여럿 나오는데, 둘은 확실하고 하나는 귀신이 보였다 말았다 하면서 그런 듯 아닌 듯 왔다갔다 한다.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고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거짓말 할 수 있다면서, 진심에서 나오는 듯한 눈물을 쏟아내는 종잡을 수 없는 그가 바로 남자주인공이다. 14년을 속아 살았는데도 그 뒤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도 형사로서의 기본적인 책임도 져버린채 변함없는 사랑을 하는 열녀보다도 더 한 그녀가 바로 여주인공이다. 15년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깨어난 사람이 한달도 안되서 걷고 뛰고 사람을 힘으로 제압한 후 목졸라 죽인다.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중심은 스릴러인데 멜로를 과하게 섞었고, 반전을 위한 우연이 너무나 많다. 총 16편 중 마지막 서너편은 지루했고 마지막회는 정말 군더더기.

Game Night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어의없어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코미디 영화. (한국말로 병맛 영화이지 싶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류의 영화지만, 심각하지도 속상하거나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많이 길지도 않은 영화를 찾다가 Rachel McAdams 가 주인공이라 속는 셈 치고 봤다. 이런 영화를 보려면 보는 동안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뇌의 일부분을 꺼놔야한다. 잘못하면 웃긴 영화 보려다가 짜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애써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어려서부터 우등하다 믿었는데 알고보니 사기꾼인 형 때문에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한 Game Night 을 보내면서 열등감도 극복하고 아내와의 사랑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오십에 읽는 장자

장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잘 알지도 못했다. (동생이 사다 주지 않았으면 내가 사서 읽지는 않았을 책.) 근심, 걱정을 버리고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라는 장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총 다섯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들도 아주 좋고, 초반에는 장자님 말씀에 따라 편안함을 누리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열반하거나 성인의 경지가 되라는 소리인가 싶으면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실천하면 꼰대가 되는건 확실히 피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좀 더 공감이 될지도 모르니 가끔가다 한번씩 열어봐야겠다.

1장 욕심 대신 자유 / 오십, 지금까지 잘 왔다
2장 후회 대신 준비 / 나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찾는다
3장 외로움 대신 성찰 / 혼자 됨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4장 공허함 대신 배움 / 다가오는 날들을 잘 시작하는 법
5장 포기 대신 활기 / 이제부터는 홀가분하게 살기로 했다

Wrath of Man

아들 죽인 놈 잡아죽이는 복수극이라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라서 총싸움 눈요기에 가까운 영화다. John Wick 시리즈를 보고나면 이정도는 여러면에서 애교수준이 되버리지만, Jason Statham 이 뿜어내는 가오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뻔한 와중에도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을 해쳐나가는 집중력과 실력이 있고, 자잘할 반전들도 조금 있다. 전쟁참전 전직군인들이 강도가 되는 현실은 참 슬프다.

일주일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맘편히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고등학생은 (이제는 30년도 더 지나 기억이 흐릿해져서 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나는 좋은 시절을 보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영화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특별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살짝 차원이 다른?)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는듯 싶다. 분명히 예전보다 많은 것이 편리해졌는데 삶은 왜 점점 더 각박해지는지 잘 모르겠다.

법쩐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검찰 조직의 설정 등은 모두 실제와 관련이 없는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매 회 이런 면책 조항으로 시작하는데, 그동안 뉴스와 신문기사를 통해 전해들은 일들이 여기저기 겹쳐졌다. 부디 저렇게 대놓고 자랑스럽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 이 세상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주인공 은용과 통쾌하긴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결말만이 허구같아 안타까웠다. 正義 라는 단어의 가치를 땅바닥에 아니 똥통에 떨어뜨린 놈들이 바로 검사와 정치인들이 아닌가 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다소 준비가 덜 된 것 같은 사람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 제 역할을 할때 쓰는 표현인데, 검찰쪽 윗자리는 사람을 다 쓰레기로 만드는 것 같다. 법 뒤에 숨어서 온갖 나쁜 짓을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을 사람들만 끌어올리는 괴상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John Wick: Chapter Four

미국에서 영화관에 갔던게 언제인지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엊그제 또 한번의 비즈 데드라인을 마치고 진짜 오랜만에 미국에서 영화관을 가서 세 시간 가까이 긴장하다 왔다. 사람 죽이는 일을 그만두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이는 아이러니. 그런데 그 와중에 간간히 들어간 코믹한 장면들은 웃겼. 대사도 별로 없고, 대단한 줄거리 이런거 없이 세계최고의 살인병기가 엄청난 집중력과 실력으로 늘 하던대로 다는 아니고 아주 많이 죽인다. 살짝 참신하게도 마무리는 결투로 하는데 죤 윅이 한 때 몸담았고 맞서 싸우는 조직(?)은 진짜 대단한데 그를 상대한 놈은 강한 척하는 겁쟁이 찌질이라 김샜다.

역사의 쓸모

누적 수강생 500만명에 달한다는 명강사라는 저자가 고리타분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길잡이로 사용할 수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그 시대를 살던 인물들이 중요하게 언급돼서,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들 생각을 했다.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를 펼친 3장에서 소개된 다섯 중 세 명은 못들어본 사람이라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당장은 힘들고 세상이 지랄같아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장구한 역사를 보면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희망을 잃지 말고 잘 견뎌야겠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있었는데, 저자의 무료강의라도 들어야하나 싶다.

The Machinist

결코 유쾌한 영화가 아닌지라 왜 이런 영화를 골랐을까 후회하면서 봤다. 지각있는 사람 같은데 도대체 왜 불면증으로 일년이나 고생하면서 치료받을 생각을 안하고 저리 미쳐가는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5분여를 남겨두고 그 이유가 밝혀졌다. 황당함, 살짝 짜증, 그리고 놀라움을 한꺼번에 느꼈으며,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저렇게 무서운거구나 싶었다. (다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런 죄책감은 어느 정도 착한 사람들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한 편의점 2

1편과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기존인물에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여, 역시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인생 포기한 노숙자를 구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 여사는 시작부터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점장으로 승진했으며, 주인 할머니의 철없던 아들도 정신차리고, 작가 인경은 글만 쓰는게 아니라 연극 공연까지 성공시키며, 부모의 불화로 상처받고 방황하던 고등학생 민규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찾는데. 그 와중에 홍금보라는 별명을 가진 알바의 달인 근배는 주인공 급인데 그의 예상치 못한 삶의 굴곡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비교 암, 걱정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