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유전무죄 무전유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을 자주 직면하게 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돈 좀 있는 저속한 졸부들한테 역겨움을 느꼈다. 별 하자없는 여자와 결혼해서 딸 둘 낳고 살다가 초등학교 동창만나 바람피우는 남자 주인공, 그런 남편의 외도를 모른채 아들 낳지 못한 자격지심으로 아들 가질때까지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는 주인공의 아내, 돈만 보고 사채업자 아들과 결혼했다가 불임이라는 거짓이유로 위자료 두둑히 받으며 이혼하고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피우는 여자 주인공(? 심지어 그녀의 이름은 현금 ㅡ.ㅡ) 등등등 참 정이 안가는 인물들로 가득한데도 짜증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일 가슴 아팠던 것은 평생 고생해서 살만해진 치킨 집 주인아저씨가 수술받으면 회복가능한 암 초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장면. 함께 열심히 살 궁리를 했으면 좋으련만…

Trial by Fire

선입견과 두려움으로 인해 사람들은 때로는 죄없는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이 만들고 처리하는 모든 일들은 불완전하다. 가끔은 그로인해 치뤄야 하는 댓가가 누군가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사형제도의 문제점은 여러편의 책이나 영화로 많이 접했는데 실제로도 많이 희귀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죽음이라는 벌도 무섭지만 사형을 선고받고 실행하기 까지 10년도 넘는 시간을 언제가 될지 모르게 지내야하는 것도 참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디 아더 피플

이야기가 엄청난 우연에 기반해서 시작되기 때문에 현실성은 살짝 떨어지고 끝에가서 계속 죽이려고 사람을 보내오지 않는 것도 살짝 이해가 안가지만 그래도 짜임새 있고 재미있다. 얼굴도 모르지만 한이 맺힌 사람들이 살인품앗이를 해주는 복수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판단하고 벌을 내리는 일을 사람이 해야할 수 밖에 없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다들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한다면? 예전에 대학원때 친구에게 들었던 “An eye for an eye will leave the whole world blind.” 문구가 떠올랐다.

Crazy Heart

왕년에 잘나갔으나 이제는 나이들고 한물간 알콜중독자 컨츄리 가수가 젊은 싱글맘을 만나 정신차리게 되는 이야기. 그런데 서로 사랑했음에도 싱글맘과는 잘 안되서 헤어지고, 그 헤어짐을 통해 정신을 차리게 되는 사실이 안타깝다. 콜린 파렐이 신세대(?) 컨츄리 가수로 나오는 점이 조금 신기했다. 남자주인공이 아카데미 상도 탔다는데 연기는 참 잘 했어도 영화가 재미있다고는 못하겠다. 인생 참 별거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곱게 (적어도 추하지 않게) 늙어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래바람

도진기 작가의 ‘진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라고는데, 나는 순서의 문제와 가족의 탄생에 이어서 세번째로 이 작가의 책을 읽었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나를 아는 남자를 빼먹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 진구라는 인간의 과거가 밝혀진다. 워낙 대단한 주인공이다 보니 그의 과거도 “탄생”도 예사롭지 않은 미스터리와 반전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중학교때 첫 여자친구조차도 평범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 이번 책을 통해 주인공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그만큼 적응도 더 되었다. 다만 세 권의 책 모두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욕심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옥의 티라는 생각이 든다.

Logan

슈퍼히어로도 고령화라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서 세대교채를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가보다. 뮤턴트가 거의 사라져 버린 미래시대에 울버린을 꼭 빼닮은 여자(뮤턴트)아이가 등장한다. 약물의 도움을 받고 그 아이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구해내고(?) 장렬히 전사하는 울버린 로건. 난 (왠지 모르게 칼이 총보다 잔인하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칼잡이들을 별로 안좋아해서 울버린한테 제대로 정을 주지 못했는데, 이 영화도 즐기면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잘못 기억된 남자

이렇게 내용과 관련없는 제목이 있을까 싶다.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시골 노총각 결혼시키기 얘기인가 싶었는데 (그래서 후회스러운 와중에) 막판에 아임 유어 브라더로 격한 반전이 일어난다. 중간중간에는 왜 들어있는지 모르는 수녀원에서의 아동학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하며 설마설마 했는데 그 아이가 결국 주인공인 브라더. 작가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데 아무래도 스타일이 나하고는 안맞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