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피넛버터에 초콜렛이 더해졌는데 심하게 달지 않아서 좋아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을 자주 직면하게 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돈 좀 있는 저속한 졸부들한테 역겨움을 느꼈다. 별 하자없는 여자와 결혼해서 딸 둘 낳고 살다가 초등학교 동창만나 바람피우는 남자 주인공, 그런 남편의 외도를 모른채 아들 낳지 못한 자격지심으로 아들 가질때까지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는 주인공의 아내, 돈만 보고 사채업자 아들과 결혼했다가 불임이라는 거짓이유로 위자료 두둑히 받으며 이혼하고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피우는 여자 주인공(? 심지어 그녀의 이름은 현금 ㅡ.ㅡ) 등등등 참 정이 안가는 인물들로 가득한데도 짜증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일 가슴 아팠던 것은 평생 고생해서 살만해진 치킨 집 주인아저씨가 수술받으면 회복가능한 암 초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장면. 함께 열심히 살 궁리를 했으면 좋으련만…
이야기가 엄청난 우연에 기반해서 시작되기 때문에 현실성은 살짝 떨어지고 끝에가서 계속 죽이려고 사람을 보내오지 않는 것도 살짝 이해가 안가지만 그래도 짜임새 있고 재미있다. 얼굴도 모르지만 한이 맺힌 사람들이 살인품앗이를 해주는 복수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판단하고 벌을 내리는 일을 사람이 해야할 수 밖에 없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다들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한다면? 예전에 대학원때 친구에게 들었던 “An eye for an eye will leave the whole world blind.” 문구가 떠올랐다.
도진기 작가의 ‘진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라고는데, 나는 순서의 문제와 가족의 탄생에 이어서 세번째로 이 작가의 책을 읽었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나를 아는 남자를 빼먹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 진구라는 인간의 과거가 밝혀진다. 워낙 대단한 주인공이다 보니 그의 과거도 “탄생”도 예사롭지 않은 미스터리와 반전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중학교때 첫 여자친구조차도 평범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 이번 책을 통해 주인공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그만큼 적응도 더 되었다. 다만 세 권의 책 모두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욕심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옥의 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