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남자

꼼꼼한 사전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전화통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허물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게 만들수 있는 범인은 괴물이자 악마이다. 어려서 다소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여느 사이코패스와는 좀 다른 그런 괴물을 만들어내고 훈련시킨 것은 다름아닌 군대와 국가였다. 파킨슨병을 선고받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다소 소심하지만 정의로운 임상심리학자인 주인공은 그에 맞서 버거운 싸움을 벌인다. 진작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복선을 열심히 숨기지는 않아서 이야기의 진행방향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런데도 마음 졸이며 재미있게 읽었다.

본 컬렉터

이 책에 기반해서 만든 영화를 예전에 보았는데, 덴젤 워싱턴하고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말고는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안젤리나는 여주인공이랑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에서는 남주인공이 백인이라서 덴젤이랑 싱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거나 치밀한 구성에 자세한 묘사와 예상치못한 반전덕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링컨 라임 시리즈를 때때로 자주 읽어야겠다.

영화도 책만큼 재미있었나 확인하고 싶어서 영화도 다시 봤다. 1999년 당시에는 많이 길었을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도 디테일들을 다 챙기지는 못하고 각색을 제법 많이 했다. 잔인한 장면들이 제법 있어서 긴장하면서 보기는 했지만 책을 읽자마자 보니까 아무래도 재미가 좀 덜했다.

My Own Words

지난달에 존경에 마지않는 Ruth Bader Ginsburg 대법관님께서 영면하셨다. 평생을 남녀평등과 여성인권 신장에 바치신 RBG 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진작에 샀지만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2018년에 영화관에 가서 봤던 다큐멘터리도 다시 봤다. 두명의 작가와 함께 쓴 이 책은 자서전도 위인전도 아닌, RBG 님께서 쓰셨던 판결문과 강연회 발표문을 편집한 독특한 형식이었다. 조금 딱딱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교훈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친인척이 아닌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때 이만큼 슬펐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슬프더니, 다큐맨터리에서 생전 모습을 보니 자꾸 눈물이 났다. (염치없지만) 하늘나라에서 부디 위기에 처한 미국인들을 살펴주시기를 기원한다.

잘가요 벽시계

승희가 손수 만들어서 선물해줬던 시계가 멈췄다. 건전지를 교체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건전지를 갈았는데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학나오기 전에 십자수가 유행했던 시절에 받았던것 같다. 미국까지 와서 유학생활 6년 내내 그리고 취직한지 14년이 넘은 오늘까지 함께했다.

학생시절 대청소하고 뿌듯한 마음에 찍은 방 사진에도 시계가 들어있다.

탄환의 심판

반전도 제법 있고 재미있는 축에 드는 범죄소설. 세상에서 제일 영리하고 치밀한 것 같은 변호사도 조금만 방심하면 장기판의 졸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줬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중에도 나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슬프고 두렵게 한다. 의뢰인이 실제로 죄를 지었을때도, 변호사가 그 사실을 알고서도 적절한 형량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변호를 해야한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Mickey Haller) 와 아마존 프라임 범죄수사물을 통해 알게된 꼴통형사 (Harry Bosch) 가 어떤 사이고 어떻게 만났는지를 이 소설이 알려줬다.

실행이 답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아주 잘 정리되어있다. 머리로 하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다. 중요하고 힘든 것은 그 생각을 실행하는 것이다. 발전하고 성공하고 싶으면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계획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천해나가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고, 시작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아가미

아가미와 비늘이 있는 마음씨 착한 인어왕자님 이야기. 참신하고 살짝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초반에는 단편소설집인가 살짝 헤깔리기까지 했다. 불쌍한 곤이 기껏 구해주고 이름도 지어줬으면서 못되게 구는 강하때문에 살짝 짜증도 났다.

영혼의 심판

끝도 없는 악과 맞서 싸우다보면, 끊임없는 노출때문에 어지간한 노력과 의지가 아니면 악에 물들어 버리기 쉬운가보다.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며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두권으로 출판된 이 책은 스케일이나 구성면에서도 상상을 뛰어넘어 감탄스럽다. 매번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을 선사하는 도나토 카리시, 믿고보는 작가 리스트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