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술과 산 둘을 읽었는데 괜찮았어서 기대를 가지고 고른 책. 한때 문구를 엄청 좋아했던 사람으로 좋아하고 싶었으나, (적어도 문구에 대해서는) 맹목에 가까운 소비를 지향하는 저자를 응원할 수는 없다. 새로운 문구를 구입하면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돈주고 아이디어를 사는거라는 주장도 실망스럽다. 박사공부시절 좌절스러울때면 문구점에 들러 열심히 구경하다 꼭 필요없는 문구를 사온적도 있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쓸데없는거 사지말고 있는 물건을 잘 쓰고 싶다.
Month: April 2021
레이싱 인 더 레인
Rainbow
Paterson
뉴저지의 패터슨이라는 도시의 패터슨이라는 성을 가진 버스운전기사의 일주일을 보여준다. 주말빼고 월화수목금 엄청 규칙적이고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 하양까망을 좋아하는 다소 철없어 보이는 아내와 틈틈히 비밀공책에 적어내려가는 시가 삶의 의미를 더한다. 나도 제법 규칙적인 삶을 사는데 패터슨 아저씨에게는 비할바고 못된다. 자극적인 영화들에 길들여진 나는 보는 내내 교통사고라도 나는건 아닌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 석사마치고 대학원 선배의 벤처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더운여름에, 하루일과를 마치고 자취방에서 TV 보면서 마셨던 콜라의 시원함에 행복했던 마음을 떠오르게 만든 영화였다. 인생 뭐 있나?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나날이 놀랍고 답답한 현실을 예리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21개의 주제를 5개의 파트로 나우어 설명하는데, 한발짝 떨어져서 큰 감정의 동요없이 (남의 일처럼?) 냉철하게 기술하고 있다. 새겨두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은데 머리가 나빠져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현실이 슬프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Statement 로 시작하는데 그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 몇가지를 옮겨본다.
10. Terrorism — Don’t Panic
11. War — Never Underestimate Human Stupidity
12. Humility — You Are Not the Center of the World
15. Ignorance — You Know Less than You Think
16. Justice — Our Sense of Justice Might Be Out of Date
18. Science Fiction — The Future Is Not What You See in the Movies
19. Education — Change Is the Only Constant
21. Meditation — Just Observe
아무래도 Meditation 을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정말이지 좀 더 겸손하고, 평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튼, 산
아무튼, 술에 이어 두번째 읽은 아무튼 시리즈인데 이번에도 장난이 아니다. 나도 산을 좋아라 하는데 저자의 산사랑에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자는 걷기를 넘어 산을 내달리는 트레일러닝으로 옮아갔다. 나도 지리산 종주해보고 싶다. 젊었을때 공부나 연구아닌 다른 일에 열정을 쏟아보지 못한게 살짝 후회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스크 쓰고라도 산에 가려고 이달초에 구입해놓은 Northwest Forest Pass 가 차에서 잠자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주에 (패스카 필요없는) 집 근처의 산이라도 올해 첫 등산을 시도해봐야겠다.
Django Unchained
어려서 좋아했던 장고라는 영화와 혹시라도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서부 총잡이였다는 것과 나중에 총을 제대로 쏘기 힘들만큼 손이 망가졌던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만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했다. 영화시작후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지말까하고 5초정도 고민했는데 IMDB 평점이 좋았던지라 그냥봤다. 역시나 격하게 피로 물들이는 장면들이 몇차례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재미있어서 2시간 4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세상은 진짜 갑갑하다. 총기소유는 싫은데 이런 영화에서 총잘쏘는 주인공이 멋진건 참 아이러니.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사후세계가 존재하기는 할지 궁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사후세계 이야기를 대놓고 하면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Grey’s Anatomy 에서도 그레이가 코로나로 사경을 헤매면서 먼저 저세상으로 간 사람들을 (섭외 가능한 사람들 위주로 ㅋㅋ) 만나고 있다. 죽음을 앞에두고 천국에 가서 내 삶에 가장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준 다섯을 (모두 다 사람일 필요는 없음) 만난다는 설정인데, 나한테는 그 다섯이 누구일까?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제법 있는데 쓸데 없는데 집착하지 말고 소소한 가치와 의미있는 관계를 추구해야겠다.
The Two Popes
2018년 AVI 때문에 이태리에 갔다가 로마에 (그리고 그 안의 바티칸 시티에) 들러서 정말이지 우연히 (아주 멀찍이서) 뵈었던 프란시스 교황님이 이렇듯 멋진 분이셨구나. 재미있는 농담도 하시고, 맥주를 마시며 축구경기를 보고 환호할 수 있는 친근감 만빵에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시는 분. (교회에 딸린 유치원에 다닌 것 말고는) 제대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었고, 혹시 가진다면 엄마가 믿고 있는 불교를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이제 천주교도 매력적이다. (물론 영화 한편 보고 이런 생각하는 것 좀 저차원스럽기는 하다.) 멀리서라도 다시 한번 뵐 기회가 있으려나?
Start with Why: How Great Leaders Inspire Everyone to Take Action
부제는 “How Great Leaders Inspire Everyone to Take Action” 인데 리더쉽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케팅을 전공한 (애플빠인 듯한) 저자가 어떻게 하면 상업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는지를 겁나 열심히 설명한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고 천재적인 사업가라고 생각했지만, 부하직원의 크레딧을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한재?) 뺐어가는 그닥 좋지않은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플칭찬 잡스칭찬 일색이다. 판타고니아 창업자님의 책을 읽고난 후 바로 읽어서 자꾸 비교가 되었고, 안타깝기도 하고 살짝 짜증도 났다. 그냥 어떤일 을 할 때 “왜” 하는지 고민하고, 소명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만 되새기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