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ÁR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지 훌륭한 대본때문인지 실존 인물에 기반한 영화가 아닌데도 혹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8년 VIS 가 베를린에서 있었는데, 때마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공연한 덕분에 너무 멋진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보는 내내 4년도 지난버린 그때가 자꾸 떠올라서 기분이 묘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를린 필하모넥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가 자서전 발간과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를 앞두고 추락하는 과정이 조금은 정신없이 조금은 지루하게 그려진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영화도 별로지만 엄청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게 만드는 영화도 별로다. 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이라는 말에서처럼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고 영원한 왕자는 없으니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강한 권력을 가지게 될수록 겸손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것 같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힘없고 상처받은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김승섭 교수님도 그런 분인듯 하다. 세월호와는 달리 해군에게 일어난 일이라 천안함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언제나 생존자보다는 희생자들을 더 안타까워했었기에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보듬어야한다는 저자의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도 확정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더 공격당하기 쉽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언론인이라고 부르기 힘든 한국의 기레기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시위할때 폭식시위한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작자들을 나는 정녕 이해할 수 없다. 김승섭 교수님 앞으로도 건강히 좋은연구 열심히 많이 해주시고 좋은 책도 계속 써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2 Guns

멕시코 마약카르텔을 수사하는데 DEA 와 US Navy 두 기관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비밀요원을 투입했다. 알고보니 US Navy 쪽 상사는 사고치고 무단이탈중인 요원을 이용해 단순히 돈을 훔쳐낼 목적이었고, 더 자세히 알고보니 그 나쁜 놈은 DEA 요원의 옛 연인을 꼬셔서 정보를 알아내고 일을 꾸몄던 것이었다. 더불어 그들이 훔쳐낸 돈은 카르텔이 미국 CIA 에 받치던 세금(?) 같은 돈이었다. 졸지에 조직에서 버림받고 쫒기는 신세가 된 두 비밀요원이 온갖 악당들 다 혼내주고 돈도 차지하는 말은 별로 안되지만 재미는 있었던 영화였다.

트롤리

작년연말 한국에 있을때 방영을 시작했는데 한 회 한 회를 기다리며 보는게 싫어서 거의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보기 시작했다. 작가가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관심이 있었나본데,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일을 만들려고 너무 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집 사는 가족같은 누나를 “실수”로 성폭행한 인간이 아내에게 무한 믿음을 보인다는게 아이러니하고, 범죄의 현장이었던 서재의 문이 열려있으면 쳐다도 못보는데 한 집에서 5년을 단란한 가족으로 살아내는 피해자라는 설정도 공감이 안됐다. 성폭행 사실을 알기 전에도 위선자 남편이 나 믿지? 사랑해 소리 할때마다 토나올것 같았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합리화 할 수는 없다는 것 하나는 제대로 보여주었다. 유학나오기 전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김현주를 진짜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Bittersweet

지난번 Quiet 에 이어서 통상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의 반대급부가 가지는 역활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둠이 빛을 더 환하게 만들어 주듯이 고통, 슬픔, 그리고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잘 만들어진) 슬픈 음악을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에 동감한다. Quiet 만큼 공감이 되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뭐랄까 관심받지 못하는 중요한 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인것 같다.

Glass Onion

재미가 없지는 않았는데 전편보다는 덜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탐정이 이미 상황을 다 파악하고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핵심 정보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충 찍는 수준을 넘어 미리 추측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핵심인물이 이미 살해되었고 그녀의 쌍둥이 자매가 미리 탐정을 찾아갔다는 사실이나, 총을 맞고 죽은 줄 알았는데 안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수첩때문에 살아있었다는 사실 등등. 핵심 증거를 찾았으면 경찰에 신고를 하지 뭐하러 나쁜 놈들한테 보여줘서 사람을 죽이고 증거를 태워버릴 기회를 주는 것이 늘 이해가 안되는데, 그러지 않으면 영화 자체가 안만들어져서 그러는건지 원래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인지 궁금해졌다.

책들의 부엌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쉬어가며 치유받는 이야기로, 단편소설집 같은 장편소설이다. (단편소설은 재미있을만하면 끝나버려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맑은 공기, 한줄기 바람, 따뜻한 햇살이 있는 숲속의 책과 함께하는 공간 생각만해도 근사하고, 잔잔하고 편안한 내용도 다 좋은데 반전, 클라이막스, 긴장등이 없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Our Great National Parks

나도 모르게 미국 중심적으로 사고하는게, 처음 제목을 보고 미국 국립공원들이라고 생각했다. 총 5개 에피소드인데 첫회는 인트로에 해당하고 2회부터 한 에피소드당 하나의 국립공원을 다뤘다. 어려서 동물의 왕국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도 좋았고, 멋진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해서 알게된 파타고니아도 참 멋진 곳이라서 반가웠다. 말을 또박또박 잘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래이션을 하고 가끔 직접 등장하기도 해서 살짝 신기했다. 다만 대자연을 자유롭게 누비는 동물들을 보니 동물원에서 봤던 녀석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늙어서 그런지 직접 가려면 고생스러울 걸 같고 잘 찍은 경관을 큰 화면으로 편히 보는게 좋다.

  • A World of Wonder
  • Chilean Patagonia
  • Tsavo, Kenya
  • Monterey Bay National Marine Sanctuary, USA
  • Gunung Leuser, Indone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