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8월의 마지막날 (총 10시즌짜리) 프렌즈 다시보기를 마쳤다. 2000년 8월에 미국와서 처음 봤을때는 적응이 잘 안되서 (어느정도는 거부감까지 있어서) 집중해서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엄청난 재방송때문에 자주 노출되고, 미국문화에도 점점 더 적응하면서 “재미”를 느끼면서 즐겨보다, 마침내는 시리즈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올해 체육관에 가서 달리기를 제법 꾸준히 하고 있는데 마땅히 볼 영화가 없어서 프렌즈를 다시보기 시작했었다. 뻔히 다 아는 내용인데도 여전히 웃으면서 봤다. 다만 각각의 캐릭터들을 정형화하려는 노력이 너무 심해서 조금 불편하고 짜증나는 부분도 있었다. 레이첼을 연기했던 제니퍼가 시즌이 더해갈수록 세련되지고 날씬하고 예쁘게 변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브래드 핏이 게스트로 출현했던 에피소드 볼때는 살짝 속이 상했다. 내가 신경쓸 일이 전혀 아니지만, 둘이 참 잘 어울렸었었기에…

자유한국당 친일의 역사

자유한국당 친일의 역사 1편
자유한국당 친일의 역사 2편
자유한국당 친일의 역사 3편

미국생활도 어느덧 19년이 넘어 이제는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이 세편의 비디오를 보니 내 몸안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가 끓는다. 친일청산 제대로 못했다고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저런 쓰레기만도 못한 것들이 대학교수, 판사,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까지 해먹으며 대한민국을 대대손손 팔아먹고 있었구나. 학용품이며 전자제품들 일제를 좋아라했던 내자신이 부끄럽다. 제발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박멸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에 읽었을때 좋았던 기억은 선명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실천에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읽은게 아니라 주로 출근길에 들었다. (요즘 TTS 가 제법 괜찮아서 들을만 했다.)

사실 유시민이 이 질문에 대한 단 한가지의 정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남에게 피해입히지 않고 나와 생각이 다른 남도 존중하며 능력이 되면 인생을 즐기면서 나답게 살면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열심히 사는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건강하게 너그럽게 여유롭게 살고싶다.

Where’d You Go, Bernadette

씨애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이메일과 편지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쓰여졌다. 동명의 영화도 지난주에 개봉을 해서,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 읽고난 후 영화를 보러갈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읽기를 마치고 트레일러를 보니까 별로 땡기지 않는다. 엄마 Bernadette 이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던건지 다 알아버렸고, 배우들도 내가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캐릭터들하고는 싱크도 별로. 나중에 비행기에서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

Weapons of Math Destruction

대부분의 도구는 좋은 의도로, 이를테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의나 공정성에 대한 고민 없이 수학, 데이타, 그리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만든 알고리즘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는 나쁜 결과를 낳게되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어느 동네에서 나고 자라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이 결정되는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에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가속도를 더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고 두렵다. 과학자들 수학자들 모두에게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Orange Is the New Black

2013년에 시작해서 올해 7번째 시즌으로 끝을 맺었다.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마다 내가 경험하는 세상이 얼마나 작은지 새삼 느낀다. 물론 이렇듯 심심할때 구경하는 것은 즐기지만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을 해서 관심을 모았으니 점점 자극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중반쯤부터는 좀 허무맹랑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지막 시즌은 마무리하는 와중에 이런저런 사회문제들을 부각시키느라 애쓰는게 역력했다.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데 언제부터 삼천포로 빠진 것일까? 사회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잘 이행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진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피로사회

짧아서 금방 읽기는 했는데, 한글로 번역된 책임에도 내용 전체를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성과주의가 만연한 현대가 피로사회라는 사실은 격하게 공감이 되었고, 나를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가슴아픈 사실도 다시 깨달았다. 주변에 강요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더 많이 더 잘 해야한다는 욕심에 쫓기면서 살아온 듯 싶다.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고 덜 중요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을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너무 작고 쉬운 전혀 부담없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 22년 연구성과물이라고 하는데 깊이가 별로 없어서, 책표지의 한줄이 책전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믿지만, 먹기만 하면 튼튼해지고 운동도 겁나게 잘하게 된다던 어린이 영양제 광고를 보는 느낌도 함께 들었다.

검사내전

어려서 책을 많이 읽었다더니 내공이 책 전체에 묻어난다. 초반은 사기사건 같은 흥미로운 사건들 위주로 전개되고, 후반은 법의 본질같이 좀 더 심각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도 그렇고 한국 신문기사들 읽으면서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는 생각을 한게 부지기수. 어찌보면 법도 참 허술하고 불합리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법과 철학을 학문으로 공부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