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비쥬얼은 업그레이드 됐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좋아라했던 중국 및 홍콩 무협영화 냄새가 풀풀난다. 영웅주인공들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마블의 색채가 사라져버릴까 걱정이 되는 면이 있다. 마블은 뭐랄까 첨단기술 과학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게 좋은데, 중국 풍의 무협영화는 뭔가 그옛날 허풍스럽고 과장된 영웅을 그린다고 느껴진다. 나중에 동양인 아닌 친구 및 동료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물어봐야겠다.

Black Widow

스칼렛 요한슨 때문에 막연히 호감을 가졌던 블랙 위도우의 탄생배경을 그렸다. 알고 보니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 한 사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살인병기 여전사를 나타내는 집합명사였다. 그녀의 (친동생아닌) 여동생과 (가짜) 엄마도 블랙 위도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나타샤가 죽었으니 이제 여동생인 옐레나가 바톤을 이어받는 것 같다. 캡틴 아메리카와 더불어 MCU 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듯하다. 스칼렛 요한슨 좀 더 젊었을때, 엔드게임에서 죽기 전에 발표되었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실망스럽고 속상했다.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말이지 별의 별 것을 다 상품화 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분제도가 철폐된 듯 보이지만, (천민)자본주의의 부작용(?)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부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비행기의 비지니스 좌석은 진정으로 편하고, 야구장의 비싼 자리는 선수들과 더 가깝게 느껴지고, Fast Track 은 (이제는 많이 귀해진 나의) 시간을 아껴준다. 세상을 좀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한 개인으로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감이 든다.

Captain America: Civil War

악당들을 쳐부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피해자들이 (많이) 발생한다. The Avengers 를 관리 및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두 편으로 나뉘어서 싸우게 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흥미롭게도 똘끼가 있는 아인언 맨은 추가적인 희생을 막으려 정부의 편에서고 범생 스타일인 캡틴 아메리카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독립하려 한다. Iron Man: Civil War 였다면 그 반대 설정이었을테고 더 잘 어울렸을 수도 있지만, 아인언 맨에게는 본의 아니게 악역이 되어버린 Winter Solder 처럼 닥치고 구해야 하는 동지가 없는데다 캡틴 아메리카에게는 악인에게 무참히 살해된 부모도 없으니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안나온다. MCU 를 좀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자라난다.

Fences

여주인공인 비올라 데이비스 자서전 읽다가 알게 돼서 봤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1987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다고 하는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주 무대도 평범한 집의 자그마한 뒷마당이고, 대사가 제법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통해 사랑과 (일부일처제)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락함/편안함과 설레임은 어느정도 상충되는 감정이자 상태인지라 한사람과의 관계에서 동시에 느끼기 힘든 부분이 있다. 내연녀를 통해 느끼는 설레임을 통해서 아내에게 더 충실할 수 있으면 그게 과연 용인되어야 하는 걸까? 쌍방이 동의한 open marriage 가 아니라면 힘들더라도 똑같을 수 없다고 해도, 그런 활력소는 내연녀가 아닌 다른데서 찾는게 맞다고 본다.

덕혜옹주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보니 더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영화다. 내 본관이 전주 이씨라서 덕혜옹주는 나의 조상님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하는 걸 보면 나는 영락없는 한국사람?) 친일한 짐승들은 정말이지 엄벌에 처해져야 하는데 호위호식하면 잘사는 건 둘째치더라도, 그들과 후손들이 아직까지도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더 열불이 난다.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나이들어서는, 나라면 과연 목숨걸고 독립운동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 너무 오래 산 나에게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애국심을 들먹이는 것은 별로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조국이라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The Righteous Mind: Why Good People Are Divided by Politics and Religion

심리학도 참 심오하면서도 재미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도덕 심리에 관한 책인데, 사회 심리학은 물론이고 생물학 진화 심리학까지 아우르면서 부제에 대한 대답을 기술했다. 엄청난 양의 내용을 전달한 후에, 결론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서 강조하는 센스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들었던 상실감을 조금은 극복하게 해주었지만, 무리지어 갈라지는 것도 부작용이 많은걸 많이 보고 느낀터라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 등등을 보면 인간이 참 똑똑하기는 한데,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사실은 극복이 안되는것 같다. 무척 힘든 일이지만, 나와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건설적으로 의견차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Intuitions come first, strategic reasoning second.

There’s more to morality than harm and fairness.

Morality binds and blinds.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우월주의가 극대화 된 것 같아서인지 왠지 정이 별로 안가서 속편들에도 별로 신경을 안썼다. 어쩌다보니 2014년에 출시된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됐다. 별 기대없이 봤는데, 좋아라 하는 스칼렛 요한슨이 나와서 그런지, 엔드게임을 통해 은퇴하게 되는걸 알게되서 안스러움이 생겨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 8년전 영화인데도 액션이랑 멋지고, 방패가 과하게 위력적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캡틴 마블과 비교하면) 범인 스타일의 영웅인 것도 좋았다.

Lake 22

오랜만에 쌀리마가 하이킹 가자고 연락이 와서 함께 Lake 22 에 다녀왔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걱정이 많더니, 쌀리마 페이스에 말려서 가장 힘든 부분에서 고생 좀 했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래서인지?) 호수의 상태도 살짝 피폐해진 것 같다. 쌀리마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어찌나 막히던지, 막연했던 좋은 기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