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 Bear



살짝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 결말도 좀 뜬금없었지만,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익기억증후군이라서, (본인이 큰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많은 장면/사실들 속에서 중요한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는 아이러니. 치매처럼 중요한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과거나 가슴아픈 기억을) 잊거나 희석시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속작으로 “괴물이라 불린 남자”가 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들어본 적도 없는데 요즘 자주 눈에 띄는 Adam Driver 를 포함해 나름 유명한 사람들이 나온다. North Carolina 에서 열린 NASCAR 경기 중에 금고로 모이는 경기장 돈을 터는 범죄코미디. 지능적인 범죄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주인공이기는 했지만, Ocean’s 시리즈를 만들었던 감독답게 내용이 기발했다. 나름 범죄물인데 과격하지 않아서 좋았고, 남부 사투리때문에 자잘한 내용을 이해하는게 어렵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사람을 읽는데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엄청나게 유명하던 “psychic” 이 아내와 딸을 “Red John” 이라는 별명의 연쇄살인범에게 잃고, 그를 잡기 위해 CBI (California Bureau of Investigation) 의 상담가로 일하면서 다른 사건들도 함께 처리하는 이야기. 많이 능청스럽고 제멋대로인 주인공이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미있어서 5번째 시즌까지 예전에 열심히 봤고, 근래에 남은 두시즌을 마저 봤다. 황당하게도 6번째 시즌 중간에 Red John 을 밝혀내 죽이고 이야기가 진행되서 나중에는 FBI 에서 예전멤버 일부와 함께 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가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스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그러한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때 생기기 쉬운 걱정과 불안, 짜증과 분노, 슬픔과 좌절, 우울과 무기력등의 나쁜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까칠한 다혈질’ 이고, 성격 유형을 A, B, C 셋으로 구분했을때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A형이다.
먼저 A형은 강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며,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다혈질인 경우가 많고,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 잘 생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고난 성격은 쉽게 바꾸지 못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의 감정을 좌우하는 가치관과 생각 습관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한 일년쯤 전부터 너그럽고 여유로워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치관과 생각 습관을 고쳐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너그럽고 여유로운 합리적인 낙관주의자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나의 2020년 새해목표이다.

성장하고 성공하는데 있어서 목표를 향한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력보다는 개인이 처해있는 환경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찾아가기 위해서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맹자의 어머니는 당신 자신보다는 자식을 위해서 이사를 했지만, 맹모삼천지교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독자들이 그런 스타일을 더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한테는 너무 정답인 것처럼 처방을 내리고 있다.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이 있으니, 늘 그렇듯 공감되는 부분을 위주로 잘 추려서 실천해 보려고 한다. (이를테면 배수진치고 죽을힘을 다해가며 노력해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이제 별로 없다.)

다른건 아니어도 이책의 저자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하고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다른 사람임에도 몇몇 글들은 아주 많이 공감이 되었다. (물론 거의 공감되지 않는 글들도 여럿 있었다.) 거식증도 앓았고 20대부터 담배를 피웠고 알콜중독자이기도 했으며 애완견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저자는, 은둔자의 삶을 즐기다 만42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누구보다 인생을 온전하게 살다가지 않았나 싶다.

온 우주가 나한테 이제는 고기 그만 먹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 싶다. 애완동물처럼 기르지 않고 잘 키워서 먹을 생각으로 기르면 조금 다를까? 소리 한번에 한마리씩 죽어가는 탕, 탕, 탕, … 소리를 뒤로하고 새끼돼지를 살리려 옥자편에 보내는 부모돼지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온전히 올바르게 산다는게 참 힘들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전경찰공무원 권일용님과, 예전에 신문기자였던 고나무 작가님이 함께 쓴 책이다. 연쇄살인이나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자체도 생소하던 시절에 어떻게 프로파일러가 되었는지와 그 과정에서 처리했던 커다란 사건들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Criminal Minds 를 비롯해 다양한 미국 범죄드라마와 영화를 섭렵한 나로서는 프로파일링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내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 일어난 한국인 범죄자들 이야기라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낸 권일용님이 많이 존경스럽다.

간헐적 단식 책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의 하나인 연어도 나쁘고, 그냥 퍽퍽하고 맛도 없는 닭가슴살도 나쁘다니… 정녕 채식주의자보다 더 엄격한 비건이 되어야 하나? 삼겹살 포기하는 슬픔을 고등어로 달래려 했건만. 새해들어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 있는데 함께 하는건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될 듯해서 고민이다. 예전에 (실수로 샀는데) 너무 맛없어서 내다버린 비건 소세지 생각에 마음이 답답. 난 가짜 소세지나 가짜 고기는 먹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