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얼마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월간 다이어리 쓰는 법이라는 영상을 통해 저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기록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라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기록하며 읽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크게 남는 것은 없다. Self-tracking 도 좋아라 하고 Bullet journaling 도 따라하면서 효과도 좀 보았고 지금도 특별한 체계없이 해야할 일 한 일들을 적기도 한다. 다만, 저자가 소개한 정도의 기록을 꾸준히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박사공부할때부터 연습장처럼 썼던 공책들도 몇 권 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뭐하러 이제까지 가지고 있나 싶기도 해서 조만간 폐기할 듯 하다. 기록을 잘해서 대단히 삶을 바꾸고 유능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싶다.

Taking Control of Your Personal Data

내용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강의를 한 교수가 아는 사람이라서 한 번 들어봤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리고 저 교수는 나를 기억도 못하겠지만) 메릴랜드 대학에서 비슷한 시기에 박사공부를 같이 했다. 똑똑하고 말잘하고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용모도 괜찮은 백인 여자인데 진작에 박사받은 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어 정교수까지 되었고 역시나 강의도 참 잘한다. 프라이버시 생각하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게을러서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는게 현실이다.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메일들을 때때로 자주 받으면서 점점 더 무뎌지는데 비밀번호 관리라도 좀 더 신경써서 해야겠다. 페이스북같은 SNS 에 어카운트가 없어도 안전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다크웹에 대해서 조금 알게되었다.

Financial Literacy: Finding Your Way in the Financial Markets

난 정말이지 경제에 약한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 들을만 했는데 중반즈음부터는 집중이 잘 안되서 반복해서 들어야했다. 요즘은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족하고 투자를 해서 자본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하는 시절인 것 같다. 맨 마지막 강좌 (The Future of Finance) 에서 배운바에 따르면 (생각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대단한 걸 해주지 않기에 개개인이 미리미리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나한테는 돈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어떻게 극복할지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ach of us needs to take on much more responsibility for our financial well-being than previous generations did.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연남동의 24시간 무인빨래방을 배경으로 고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하게 그려냈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엄마, 관객 없는 버스킹하는 가수 지망생,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 여대생, 해외로 보낸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힘든 기러기 아빠 (아까 독거노인의 아들), 그리고 보이스 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청년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빨래방을 통해 만나서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며 행복한 삶을 이뤄낸다. 실제로는 이 책에서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연남동은 학부랑 석사하느라 6년을 보냈던 신촌이랑 가까운데다, 우연히도 지난 10월에 호주에서 무인빨래방을 이용한 덕분에 괜히 더 공감이 됐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일선에서 오랜시간동안 환자를 치료해온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내용으로 좋은 말들이 진짜 많다. 다만, 건강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식을 잘 가려서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 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해서,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는게 문제다. 그래도 자꾸자꾸 반복해서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것 (아니면 그냥 쉬게 두는 것) 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유용하다.

Chapter 1.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다 –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Chapter 2.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일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Chapter 3. 어떤 삶을 살든 사랑만큼은 미루지 말 것 – 사랑에 대하여
Chapter 4.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은 그냥 쉬게 둘 것 – 감정에 대하여
Chapter 5. 너무 서두르지 말 것, 그리고 천천히 뜨겁게 살아갈 것 – 인생에 대하여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The Addictive Brain

얼마전에 들은 CBT 강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The Great Courses 시리즈를 찾아보았다. 커피나 담배, 마리화나, 코카인, 게임 뿐만 아니라 정크 푸드, 포르노,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중독에 대해 설명해 주는 강의다. 중독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중독이 우리의 뇌에 침투하고 조종하는지, 중독에 대한 유전적 요인, 우리의 뇌가 마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을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오락실을 너무 열심히 다녀서 엄마아빠한테 많이 혼났었고 어른이 된 후에도 폐인모드로 오락하던 시절이 가끔씩 있었고 술도 참 많이 마시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저 심하게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타인에 대한 연민

70 이 넘은 나이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낀다. 오해,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심 등으로 인해 병들어 가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국사람이라 미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한국사회에도 쉽게 적용가능한 내용들이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채로) 좋아하는 스토아 학파가 희망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한국사회의 지배계급(?)들이 이런 책을 읽고 반성하고 개과천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1장 오해 아닌 이해를 위하여
2장 생애 최초로 마주한 두려움
3장 두려움이 낳은 괴물, 분노
4장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
5장 시기심으로 쌓아 올린 제국
6장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힘든 일을 먼저 하라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10가지 이유와 힘든 일을 먼저 하는 것을 도와주는 22가지 무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심하다 싶을만큼 단정적으로 지시하는 스타일이라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22개나 되니까 하나하나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완벽주의자 기질과 싫은 일에 저항감을 크게 느끼는 두가지 이유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단은 시작을 하는게 중요하다. 마무리를 짓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마무리 짓는 과정도 시작을 필요로 한다.

아무튼, 술집

후반부의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술집이 아니기는 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던 단골 술집들에 대한 얘기로 책을 쓸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 석사시절에 연구실 사람들이 단체로 즐겨 찾던 (그래서 연말에 오빠들은 넥타이를 선물받기도 했던) 술집이 하나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다른 단골 술집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담번에 한국 갔을때 이 책에 나온 술집들 중에서 골라서 가보고 싶다. 건강을 생각해서 한동안 술을 끊다시피 하기도 했었는데, 비즈와 비즈플러스 기간동안 자주 마셨더니 잠도 좀 설치고 살도 좀 찐것 같다. 내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건강을 위해 한달정도 술과 고기를 (심지어 커피까지) 끊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Techniques for Retraining Your Brain

오디오북으로 강의는 처음 들어봤는데 Satterfiled 교수님 목소리가 차분하고 듣기 편한데 설명도 쉽게 잘 해주셔서 참 좋았다. (특히나 초중반이) 완젼 유익하고 재미있었고 Self-monitoring 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나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잘 활용하려고 노력해야겠다. (회당 30분 분량의) Lecture 24개로 구성되어 있어서 하루에 하나씩 24일에 걸쳐서 들었다. VIS 학회 기간중에도 미루거나 쉬지 않고 꾸준히 들어서 괜히 더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