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엄청 의리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비열한 주인공. 그런 그를 가정적인 남자로 보이게 하려는 듯, 그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현모양처형 아내가 아주 드물게 등장하는 설정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그곳의 현실이 괜히 안타깝게 다가왔다. 또, 돈이 정말 저렇게까지 좋을까? 남의 집을 패가망신시켜 가며 저 많은 돈을 모아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세상에는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것일까 하는 씁쓸할 여운을 남긴 드라마였다.

곡성

엄청 무섭고 큰 인기를 끌었다는 곡성을 보았는데, 한국 영화인데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니 나만 어려웠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감독의 인터뷰 내용까지 참고한 해석들이 있었다. 신부님은 왜 그렇게 무기력했는지, 귀신 들린 사람들이 왜 사람들을 물어뜯으며 좀비처럼 구는지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관람객 평점은 8점이 넘는 흥행작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BlackBerry

최전성기에는 휴대 전화 점유율 45%를 차지했던 블랙베리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다. 회사를 제대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영업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성공한 후 옛 친구를 잃어버리는 일은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라 많이 놀랍지 않았지만, “Perfection is the enemy of good”이라는 말에 “Good enough is the enemy of humanity”라고 답하며 완벽을 추구하던 주인공이 결국 초심을 잃고 현실과 타협해버리는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다. 역시나 정상에 오르는 일은 힘들지만, 무너지는 데는 순식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이번에는 성당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심하게 타락한) 신부가.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스토리가 탄탄해서 재미는 있었지만, 막 긴장되거나 깊이 몰입되지는 않았다. 종교를 수단으로 삼는 사람과 목적으로 삼는 사람이 대비되는 영화였다. 돈 앞에서 추악해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참 씁쓸하다.

발코니의 여자들

간만에 진짜 독특한 영화를 봤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프랑스 블랙 코미디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웃기면서 슬프고, 친구들의 우정에 살짝 감동까지 주는 작품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슬프거나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은 그런 경우는 보통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들까지 포함해서, 싫다고 말해도 못알아 듣고 강제로 관계를 맺는 남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니 끔찍했다.

무명 배우 엘리즈 역을 맡은 배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역을 맡았었다.

무명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두 일본인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일본은 싫지만 일본인 개개인을 미워할 수는 없다. 노리마츠 마사야스와 오다 나라지, 이 두 선교사의 헌신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늬만 혹은 말로만 기독교인인 사람들이 넘쳐나는에 요즘, 그들의 삶은 더욱 숭고하게 느껴진다.

내가 좋아라 하는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 반주로 나와서 반가웠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Rounders

포커라는 게임이 중독되는 도박이 될 수도 있고, 사람과 판세를 읽는 기술이 요구되는 스포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주인공 맷 데이먼은 전 재산을 탕진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법대를 포기하고,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에 도전하기 위해 라스베거스로 향한다. Texas Hold’em은 그렉네 집에서 때때로 자주 했던 게임으로, 서점에서 포커 관련 책들을 살펴본 적도 있었다.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잘 하는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출장이나 여행 중에 케이블 채널을 볼 수 있는 호텔 방에서는 World Series of Poker 경기도 자주 보곤 했다. 그리고 맷 데이먼, 에드워드 노튼, 존 말코비치 모두 연기를 참 잘했다. 그래서 오래된 영화임에도 재미있게 보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포스터에는 무지개 떠있는 파란 하늘 아래 신이 난 세 아이의 모습과 함께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결말은 좀 많이 황당하고 사기당한 느낌이다.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그렇다고 딸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선을 넘은 엄마의 선택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하는 대치동의 엄마들과 정반대에 있다고 해야 할까?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신명

원래는 개봉 후에 보려 했는데, 유료 시사회를 많이 봐줘야 개봉관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박선생님과 함께 보았다. 급하게 제작된 저예산 영화라 허술한 면이 있고, 조금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목숨 걸고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