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요즘 (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다는 단어가 자존감이라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그러한 자존감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나를 지켜주는 진짜 자존감은 무엇인지, 그런 진짜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가 차근차근 설명되어있다. “흰 소의 해”라는 2021년 새해에는 나를 지켜주는 자존감을 열심히 키워봐야겠다.

나를 쳐다보지 마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책은 좀 별로였다. (리디셀렉트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권은 다시 재미있었으면하고 바래본다.) 시리즈 내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너무 무기력하고 심리학자 혼자서 인터뷰를 통해서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하는게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빠를 닮아서 딸도 독불장군. 주인공이라 결국 구해지지만 겁없이 나대는게 신경에 거슬렸는데,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경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서로 바람 피우지 말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화목한 가정을 꾸리도록 노력들을 좀 했으면 좋겠다.

Klaus

산타할아버지와 순록이 이끄는 눈썰매 그리고 크리스마스마다 착한 어린이에게 보내지는 선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이브쯤에 봤어야 했는데 살짝 늦었다.) 디즈니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해서 그런지 진짜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라 내가 보기에는 유치했다. 그래도 연쇄살인범 이야기들과 사회부조리를 읽고 보고 들으며 지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선한 마음과 행동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Caste: The Origins of Our Discontents

이런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은 신분제도와 계급간의 불평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설명한 책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불편하고 마음 상하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예년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는데, 탑쓰리에 들어간다.) 미국에서의 흑인차별을 독일의 나찌가 벤치마킹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지화 됐더라면 얼마나 처참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아니 백번 천번 감사드리고, 아직까지 (숨어서?) 친일을 일삼는 족속들을 하루빨리 처벌했으면 좋겠다.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요즘 넘쳐나는 에세이들은 ‘인연’이나 ‘가난한 날의 행복’같이 소박하면서도 애잔하고 살짝이라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글과는 정말이지 거리가 멀다. 글재주가 좀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놓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마누라”와 술마시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모텔가서 자고, 속도위반 하고 결혼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애주가들에 대해 호감이 있고 그래서 읽었지만 책을 사서 읽었다면 돈이 무척이나 아까웠을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짧아서 시간은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았다. 새해에는 책도 영화도 좀 가려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urn Notice

나라를 위해 목숨걸고 몸과 마음을 바쳐 일했던 스파이가 속해있던 정보국으로부터 버림받으면서 시리즈가 시작됐다. 각 에피소드는 “My name is Michael Westin. I used to be a spy.” 라는 주인공의 내래이션으로 시작하고, 전체 시리즈에 걸쳐서 어떤 행동을 취할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총 잘싸고 싸움만 잘하는게 아니라 연기력도 대단하고, 배경지식도 손재주도 엄청나서 맥가이버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경찰이 허가받은 깡패랑 비슷하듯이 스파이도 나라에서 지원받는 사기꾼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나뿐인 남동생도 잃고 엄마마저 마지막 회에 장렬히 전사해서 마음이 아팠지만, 남녀 주인공이 이 모든것을 뒤로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남주인공의 조카와) 여생을 함께하며 끝이나서 다행이었다.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소명의식은 안드로메다로 다 보내버린 한국의 검사와 기자들. 읽는동안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려서 몇번이고 멈추고 싶었지만 그래도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읽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책으로 남기는 노력을 주도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돕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데 희망을 가져야겠다.

내 것이었던 소녀

어느덧 로보텀 책을 네 권째 읽었다. 범인이 결과가 궁금해서 (할 일이 많은데 일하기는 싫어서 더욱더?) 빨리 읽기는 했는데, 내용과 구성을 비교하면 네 권중 제일 별로였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조 올로클린이 혼자 열일하고 그 와중에 사고도 치고, 양념역할하는 로맨스도 이번에는 좀 별로였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사건들이 반전을 통해 연결되는데 그것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 그래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은근하지만 꾸준한 긴장감은 여전히 좋았다.

The Old Guard

샤를리즈 테론을 보고 있노라면 신체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키크고 예쁜데다 연기도 잘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액션까지 훌륭하게 소화하며 남자들을 이끄는 보스로서 카리스마 작렬. 진시황이 그리도 원했다는 (거의)불로장생을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게 액션과 잘 연결시켰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불로장생에 질려 죽는 방법을 찾으려 동료들을 배신하는 설정도, 그에 대한 벌이 혼자서 백년을 지낸후에 만나는 것이라는 점도 참신했다. 후속편을 아주 강하게 암시하며 끝이 났는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