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초반에는 살짝 감동받았고 3분의 1 아니 절반정도까지도 잘 새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100년도 못 살 인생이니 모든게 사소하고, 그래서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미안해 할 필요도 화를 낼 필요도 없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 무슨일이든 과하게 집착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어느정도 새겨들을 부분이 있지만, 이렇듯 극도로 태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피해를 보는건 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신의를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Beautiful Boy

아들의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은 부자가 (각자 1편씩) 함께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재활원을 드나들기를 수차례, 엄마와 후원자의 도음으로 1년 넘게 끊었다가도 한 방에 다시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아들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던 아빠는, 아들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후 다시한번 아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여전히 힘들지만) 8년동안 약물 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중독은 중독자들 본인뿐만아니라 죄없는(?) 그 가족들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는 진짜 무서은 질병인것 같다. 돈벌겠다고 여러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저런 약을 불법적으로 파는 인간들 진짜 싫다.

Think Again: The Power of Knowing What You Don’t Know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 말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로 삼고, 오랜시간 믿어왔던 일도 필요하면 되돌아 보고 버릴 수도 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제대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미천한지를 깨닫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너그러움 여유로움과 더불어, 혹은 그에 앞서 겸손함을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것 같다. 꼰대들이 그리고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더 늦기전에 좋은 책을 접하게 되서 다행이다.

Little Fires Everywhere

내가 좋아하는 연기잘하는 두명의 여배우가 역할을 잘 소화해내서 (결말을 알고 보는데도) 책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50분 분량의 에피소드 8편으로 꾸려져서 중요한 핵심내용들은 빠짐없이 포함하면서도 자잘한 부분들은 재미를 위해 잘 각색된 것 같다. 책에서는 작가의 태도가 중립에 가까웠는데 TV Show 에서는 안정적이고 완벽한 삶을 꿈꾸는 백인 아줌마가 훨 더 나쁜 사람으로 그려진 점은 좀 아쉽다.

Shooter

2007년에 개봉된 제법 오래된 영화라 별 기대없이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물론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야 한다.)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고, 애국심 넘치는 사람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나쁜 정치인들. “Yesterday was about honor. Today is about Justice.” 라는 태그라인에 걸맞게, 법대로 하자면 처벌하기 어려운 그들을 뛰어난 사격술과 전투력으로 처벌을 해버리는 독특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런 나쁜 인간들이 겁나 많아서 그중에 한두명 처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게임 오버

한국도 미국도 이러다 망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자주 들고있는데 알고보니 온세상이 난리였구나. 역사가 미천한 자본주의 대마왕 미국에 비해, 사회보장제도 잘 되어있는 진짜 선진국인 역사도 깊은 유럽은 나은줄 알았더니 그저 내가 무지해서 잘 몰랐던거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라더니 세상 곳곳이 우파 민족주의자들 득세로 암울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역시나 좀 무서워해야 할 존재인 것 같고, Bill Gates 도 Hans Rosling 도 살짝 지나친 낙관주의자로 묘사되어서 좀 놀랐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찌 될것인가? 나의 어린시절은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았으나, 철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보낸 그 어린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나 암울한 상황은 그저 외면하고 싶은 마음 ㅠ.ㅠ)

The Banker

똑똑한 흑인과 (흑인을 무시하지 않을만큼은 괜찮았지만) 욕심때문에 일을 망친 백인이 대조를 이룬다. 조금 더 안타까운 점은 그 욕심을 부채질한 것이 아내였다는 사실. 내용도 재미나고 연기들도 잘했는데 조금만 더 빠른 진행을 통해 살짝 짧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흑인들이 백인들한테 무시당하는 일들을 보면 마음이 안좋지만, 흑인들이 아시안들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빈번해서 인종문제는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Picture a Scientist

나도 어려서 한때는 꿈이 (컴퓨터과학말고 순수과학을 하는) “과학자”였는데, 여성과학자의 길은 참으로 험하구나. 최고의 지성이 모인다는 곳에서조차 이렇듯 성차별과 성추행, 그리고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바꾸려면 나아지려면 많은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근래들어 Diversity & Inclusion 을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하면서 기회의 균등을 넘어서는 진정한 “평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올바르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 그릇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든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이 책을 읽은 내심정이 딱그렇다. 온전히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말 그릇이 얼마나 작은지를 새삼 느끼면서 반성하게 했다. 좀있으면 한국나이로 50을 바라보는 시점이니 좀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노력해서 그릇을 조금이라도 키우고 싶다. 너그럽게 여유롭게 살고싶은 것은 바램만으로 되는 것이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어내야하는 어려운 일인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꼭 옳거나 유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어설픈 완벽주의와 집착과 거리를 두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