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유쾌한 영화가 아닌지라 왜 이런 영화를 골랐을까 후회하면서 봤다. 지각있는 사람 같은데 도대체 왜 불면증으로 일년이나 고생하면서 치료받을 생각을 안하고 저리 미쳐가는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5분여를 남겨두고 그 이유가 밝혀졌다. 황당함, 살짝 짜증, 그리고 놀라움을 한꺼번에 느꼈으며,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저렇게 무서운거구나 싶었다. (다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런 죄책감은 어느 정도 착한 사람들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Month: March 2023
불편한 편의점 2
20세기 소녀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UX 디자이너로 변신해간 저자는 보통사람이 아니다. OKR 이라는 도구를 저렇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듯 하다. 저자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잘 설명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본다. OKR 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 직원들 모두가 (혹은 다수가?) 최고의 생산성을 성취하지는 못한다. 10년 (아니 5년) 전만해도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따라해보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는데 이제는 읽으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收復
잃었던 땅이나 권리 따위를 도로 찾음.
잃었던 것은 아니고 잃어버릴 뻔했던 것을 도로 찾았다.
The Perfect Marriage
제목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게 완벽한 결혼이 아니라 두명을 (한명은 스스로 다른 한명은 사법제도를 이용해) 살해하는 완벽한 살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람피우다 내연녀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을 있는 힘껏 변호하는 변호사 아내. 똑똑하고 치밀한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는 힛트작 한편의 한량스러운 작가 남편. 결국에는 남편의 결백을 밝혀주겠거니 하면서 읽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맨 마지막 챕터에 소개되고 요약정리된다. 좀 황당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을 넘어서는, 다른 종으로 구분해야할 것 같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Southpaw
사랑하는 아내와 어여쁜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43승 무패의 세계챔피언이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있다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며 나락으로 떨어진 후 힘겹게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포스터에 보이는 레이첼 맥아담스는 초반에만 살짝 등장한다.) 정말 진부하고 뻔한 내용인데도 재미있게 보았다. 예상을 깨고 틀에서 벗어난 것을 하나 꼽자면, 주인공이 재기전에서 KO 가 아닌 아슬아슬한 판정승으로 이겼다는 점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감정과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Optimal Anxiety
달의 궁전
주인공,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렇게 삼대의 남자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했으니 주인공이 아버지를 만난건 우연이 아니라고 쳐도, 주인공이 그의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심하다 싶을만큼의 우연이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두 사람이 그냥 스쳐 지나갈 확률조차도 엄청 작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세 명 모두의 삶은 막상막하로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제목도 잘 이해가 안되는 와중에 뭔가 심오한 메시지가 있는 듯해서 나름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간만에 책을 읽고 나서 역자의 글, 출판사 책소개 및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서 저자의 의도를 이해해야 하는 책을 읽느라 좀 힘들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배우들이 연기도 곧 잘 했고 싸이코 패스 살인마가 주인공이다보니 긴장이 좀 되기는 했다. 그러나, 개연성 떨어지는 내용 특히나 제법 유능한 것 같은데 공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형사때문에 짜증이 더 많이 나는 영화였다. 사건보고는 절대 안하고, 민간인을 미끼로 쓰면서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7년인가만에 만난 아들을 뒷모습을 보고 구분하려는것도 그렇고, 아빠랑 절친보다 가게 손님으로 처음만난 남자를 더 믿는다는 것도 억지스러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무리도 좀 별로였다. 아무리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했어도 본인이 죽다 살아난 민간인이 총으로 사람을 쏜다는 설정 역시나 공감이 잘 안됐고, 쓸데없이 늘어뜨린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