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 잘 쓴 산문을 읽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는 물질적인 풍족함은 없을지 모르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엄청나게 풍요로운,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인것 같다. 나보다 열살이나 어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읽는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참 좋았다. (역시나 한국어가 좋다!) 곁에 두고 자주 들춰봐야겠다.

마약왕

보통 돈에 중독됐다는 말은 안쓰는데, 이 영화를 통해 돈에 중독된 사람의 처참한 모습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모으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면서 자신의 금고를 채우기 바쁜 사람들. 무한대가 특정 숫자가 아니라 계속 증가하는 상태이듯이,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만족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 말고 더 여유롭게 더 너그럽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

Breaking Bad 의 평범한 화학선생님이 마약왕이 되는 과정에 비해, 밀수업을 하던 소시민(?)이 마약왕이 되는 과정은 조금 어설픈 면이 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살짝 지루하다. 그리고 배두나는 송강호랑 잘 어울리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여러면에서 좀 아쉽다.

Hana Katsuo Udon

내가 (짜장면과 라면을 제외한) 면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얘는 진짜 맛있다.

‘하나 가쓰오우동’은 인도네시아 청정해역에서 잡힌 가다랑어로 만든 품질 좋은 ‘하나(花)가쓰오부시’를 사용해 우동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렸다. 가다랑어를 훈연시켜 큼직하게 저며낸 ‘하나(花)가쓰오부시’는 잘게 부순 형태의 가쓰오부시에 비해 산화 속도가 느려 향과 맛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동 조리 후 별첨되어 있는 하나가쓰오부시를 소복하게 얹으면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시각적 풍성함과 함께 맛과 향이 깊은 가쓰오우동이 완성된다. 

상류사회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를 주인공 삼아 이런 저질 영화를 만들다니… ㅠ.ㅠ 불필요하고 부담스러운 정사장면들도 그렇고, 구석구석 억지스러운 것들 투성이. 욕망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겠다는게 무슨 뜻인지? 게다가 배우자 외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에 한국사람들이 이렇듯 너그러워졌나?

이 영화는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추악한 곳이 아니라, 가장 추악한 곳을 그냥 추학하게 그렸다. 그래서 그걸 보고 난 나는 그냥 똥물 튄것마냥 기분 더럽다.

The Power of Moments: Why Certain Experiences Have Extraordinary Impact

이 책의 저자인 Chip Heath & Dan Heath 의 다른 책 두권을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었고, 이 책 제목도 제법 근사해 보여서 골라 읽었다. 예전처럼 책 자체는 술술 잘 읽히는데, 책의 핵심 내용이 조금 혼란스럽고 책 제목도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 순간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혹은 준비하는) 방법의 중요성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순간들이 알고 보면 (이 책에서 강조하듯) 순간이 아니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Moments” 가 내가 미처 몰랐던, 순간이 아닌 다른 뜻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ㅡ.ㅡ;;;

Bosch


창녀였던 엄마를 어린 나이에 살인 사건으로 잃고 (네번째 시즌에서 범인을 체포함), 어른이 되어 헐리우드 살인사건 전담 형사가 된 꼴통(이지만 겁나 능력있는) Harry Bosch 가 주인공인 범죄수사물. FBI 였던 아내와는 이혼했고, 그 사이에 10대 딸이 하나 있다. 본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영화덕분에 번 돈으로 엄청나게 멋진 뷰를 가진 집에서 산다.

동명의 인기소설을 바탕으로 (작가가 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하고) 아마존이 직접 제작했다. 기존의 다른 범죄수사물 들은 일반적으로 매회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비해 Bosch 의 경우에는 한 시즌에 걸쳐서 두세개의 (나중에 보면 서로 얽혀있는) 커다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이야기를 억지로 너무 늘리지 않으려는 것인지 한 시즌이 10회로 다른 드라마들의 절반도 안되는데 완성도가 높고 중독성(?)이 더 강하다.

The Bullet Journal Method: Track the Past, Order the Present, Design the Future

뭐든지 더 편하게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 아무런 생각없이 자동으로 되기를 바라는 흐름과는 반대로 기록하고 생각하고 곱씹으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방식대로 조만간 시도해 볼 생각이다. 공책에 (연필이나) 펜으로 쓰는게 좋다는 점을 강조하기는 했는데, 저자가 판매하는 Companion App 을 뛰어넘어 디지털과 잘 결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에 일요일 저녁부터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일주일을 재택근무하게 되었다. 목요일부터는 출근이 가능했는데 이른아침과 오후 2시이후 미팅이 총 여섯개나 잡혀있어서 그냥 집에서 일했고, 금요일에 가볼까 했더니 오후부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또 출근 포기. 오후부터 내린 눈으로 세상이 또다시 하얗게 덮였다. 오늘 오전이랑 내일 오후에 또 눈이 온다는데 회사는 언제쯤이나 다시 나갈 수 있으려나…

어쨌든, 반드시 회사에 가야하는 일이 없고, 일요일에 장을 봐놔서 먹거리 걱정을 안해도 되고, 무엇보다 전기가 잘 들어오기 때문에 (히터도 틀수있고 인터넷도 잘 되고) 지내는데 별 지장이 없다.

Numb3rs

FBI 스페셜 에이전트인 형아와 천재 수학자로 대학교수인 동생이 한 팀이 되어 악당들을 소탕하는 이야기. (천재 수학자의 동료이자 마지막 회에 결혼하는 와이프도 천재 수학자이고, 천재 물리학자도 한명 등장한다.) 초반에는, 학교에서 Algorithm, Data Structure 등등의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나와서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시즌이 더해갈수록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설정에 몰입감 급격히 하락. 데이터만 가져다 주면 누가 범인인지, 어디서 범죄가 일어나는지 등등을 척척 맞춰대니까, 천재도 좋고 수학의 중요성이랑 힘도 다 좋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싶은 생각이 든지가 좀 됐다.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여섯번째 시즌 마지막회까지 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