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

4월의 마지막 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좋아라 하는 나이키 운동화가 컨버스랑 아디다스에 밀려 3등이던 시절이 있었고,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면서 지각변동을 이뤄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조던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이 어려운 일을 이끌었던 스카우터뿐만 아니라, 마이클 조던 엄마도 정말 대단하고 마케팅 담당자, 신발 디자이너, 그리고 사장님도 다 존경스럽다. 데드라인에 맞춰 제출한 페이퍼 결과를 습관적으로 기다리는 것 말고, 성심을 다해 노력한 후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슬펐다. 근래에 들었던, 혁신(breakthrough)은 무언가를 깨뜨려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키라는 회사를 다시보게됐고, 나이키 농구화도 한켤래 사야하나 싶다. (고등학교때 산지 얼마 안된 나이키 농구화를 수학여행때 신고갔다가 잃어버렸었고, Cast Away 보고 나서 윌슨 배구공 샀었다.)

Poo Poo Point

4월이 다 가도록 쌀쌀했는데 간만에 날씨가 따뜻하고 너무 좋아서 많이 길지 않은 Poo Poo Point 로 올해 첫 등산을 하고 왔다. 집 근처에 있고 아침일찍 출발했더니 사람들도 별로 없어 참 좋았다. 아주 오랫만에 갔더니 트레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정표는 새롭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001년 마흔셋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저자가, 잠깐동안의 좌절을 극복한 후, (어찌보면 더) 보람차게 살아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싶은 마음에서 쓴 책들 중 한권이다. 상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직접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삶의 지혜들을 좀 더 일찍 마흔에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10년 가까지 늦었지만 전보다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불치병을 극복해야하는 어려움은 없으니, 남은 인생 어떤 길을 가게되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행복은 오히려 덜어 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 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Stronger

2013년 보스턴 폭탄테러 때 두 다리를 잃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 제프는 (여러차례) 헤어진 여친을 바에서 우연히 만나 보스턴 마라톤에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응원하러 나갔는데 그만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게 된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근처에서 보았던 폭파범을 FBI 에게 제보해서 검거에 도움을 주고 얼떨결에(?) 영웅이 된다. 그의 착한 심성을 좋아했던 옛여친과 다시 결합했지만, 방황하며 힘겹게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중반즈음부터 많이 식상하고 지루해졌다. 지인들과 술마시고 난폭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걸렸는데, 그를 알아본 경찰관이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특히나 황당했다. 어쨌거나 몸 여기저기가 점점 노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손상이 없는 것에 감사하고, 나중에 많이 약해지더라도 잘 견뎌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참 괜찮은 태도

<다큐멘터리 3일>의 VJ 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 저자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단한 (세속적인) 성공을 이루지 않았어도 엄청나게 부유하지 않아도 모범이 되고 감동을 준다. 얼마전에 읽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필요도 없이 그저 묵묵히 걸어가라던 장자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다큐 3일 들어봤고, 예전에 한 두편 정도 보기도 했는데, 틈틈이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낙담하지도 말고, 너무 자만하지도 말고

악의 꽃

작년 말부터 예전에 비해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공감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싸이코 패스가 여럿 나오는데, 둘은 확실하고 하나는 귀신이 보였다 말았다 하면서 그런 듯 아닌 듯 왔다갔다 한다.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고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거짓말 할 수 있다면서, 진심에서 나오는 듯한 눈물을 쏟아내는 종잡을 수 없는 그가 바로 남자주인공이다. 14년을 속아 살았는데도 그 뒤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도 형사로서의 기본적인 책임도 져버린채 변함없는 사랑을 하는 열녀보다도 더 한 그녀가 바로 여주인공이다. 15년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깨어난 사람이 한달도 안되서 걷고 뛰고 사람을 힘으로 제압한 후 목졸라 죽인다.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중심은 스릴러인데 멜로를 과하게 섞었고, 반전을 위한 우연이 너무나 많다. 총 16편 중 마지막 서너편은 지루했고 마지막회는 정말 군더더기.

Game Night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어의없어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코미디 영화. (한국말로 병맛 영화이지 싶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류의 영화지만, 심각하지도 속상하거나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많이 길지도 않은 영화를 찾다가 Rachel McAdams 가 주인공이라 속는 셈 치고 봤다. 이런 영화를 보려면 보는 동안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뇌의 일부분을 꺼놔야한다. 잘못하면 웃긴 영화 보려다가 짜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애써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어려서부터 우등하다 믿었는데 알고보니 사기꾼인 형 때문에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한 Game Night 을 보내면서 열등감도 극복하고 아내와의 사랑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오십에 읽는 장자

장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잘 알지도 못했다. (동생이 사다 주지 않았으면 내가 사서 읽지는 않았을 책.) 근심, 걱정을 버리고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라는 장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총 다섯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들도 아주 좋고, 초반에는 장자님 말씀에 따라 편안함을 누리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열반하거나 성인의 경지가 되라는 소리인가 싶으면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실천하면 꼰대가 되는건 확실히 피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좀 더 공감이 될지도 모르니 가끔가다 한번씩 열어봐야겠다.

1장 욕심 대신 자유 / 오십, 지금까지 잘 왔다
2장 후회 대신 준비 / 나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찾는다
3장 외로움 대신 성찰 / 혼자 됨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4장 공허함 대신 배움 / 다가오는 날들을 잘 시작하는 법
5장 포기 대신 활기 / 이제부터는 홀가분하게 살기로 했다

Wrath of Man

아들 죽인 놈 잡아죽이는 복수극이라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라서 총싸움 눈요기에 가까운 영화다. John Wick 시리즈를 보고나면 이정도는 여러면에서 애교수준이 되버리지만, Jason Statham 이 뿜어내는 가오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뻔한 와중에도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을 해쳐나가는 집중력과 실력이 있고, 자잘할 반전들도 조금 있다. 전쟁참전 전직군인들이 강도가 되는 현실은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