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주로 주말) 밤이면 천벌을 받아야 마땅할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지란테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어려서 쾌걸조로를 진짜로 좋아라 했던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나이기에, 거기에 좋아라 하는 유지태도 나오니까 기대를 좀 했다. 그런데, 총 8회밖에 안되는 시리즈를 끝까지 보기가 살짝 힘들었다. 비질란테를 세상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송 기자와 비질란테를 추앙하는 워너비 부회장님, 두 조연의 캐릭터가 공감도 이해도 안되고 (그래서인지) 그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비호감스럽고 짜증스러운 지경이었다. 게다가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내가 요즘 세대들과 취향차이가 좀 나는 부분도 있는것 같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일선에서 오랜시간동안 환자를 치료해온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내용으로 좋은 말들이 진짜 많다. 다만, 건강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식을 잘 가려서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 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해서,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는게 문제다. 그래도 자꾸자꾸 반복해서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것 (아니면 그냥 쉬게 두는 것) 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유용하다.

Chapter 1.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다 –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Chapter 2.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일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Chapter 3. 어떤 삶을 살든 사랑만큼은 미루지 말 것 – 사랑에 대하여
Chapter 4.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은 그냥 쉬게 둘 것 – 감정에 대하여
Chapter 5. 너무 서두르지 말 것, 그리고 천천히 뜨겁게 살아갈 것 – 인생에 대하여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Hell or High Water

(잘못된) 세상이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어머니의 유산인 농장을 지키기 위해, 서로다른 성격의 형제가 함께 은행을 여러차례 턴다. 결국에는 은행에서 저항하던 사람을 죽이고 동네 사람들에 이어 경찰에게 쫓기다가 동생을 위해 형이 희생하는데, 인디언 형사도 한 명 더 죽이게 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내려 애쓰는 (가난한) 사람들이구나 싶어 슬펐다.

The Billionaire Who Wasn’t: How Chuck Feeney Secretly Made and Gave Away a Fortune

돈이 많다고 해서 기부를 하기 쉬운게 아니라는걸 잘 알기에, 전재산을 일찌감치 익명으로 자선사업에 사용한 Feeney 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든다. 돈 벌기가 많이 힘들지만 돈을 제대로 잘 쓰기는 더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세상을 만드는데 돈뿐만이 아닌 일생을 바친 Feeney 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만 책은, 초반에는 조금 재미있었는데, 오만가지 사실/사건의 자세한 나열때문에 자잘한 내용들은 기억도 안나고 끝마치느라 좀 힘들었다.

형사록

두 시즌에 걸쳐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한국 범죄드라마인데,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서 사조직화될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인공 김택록 역의 이성민 연기를 잘해서 좋아라 하고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독고다이 스타일의 영웅이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해야하는 정년을 앞둔 노형사를 영웅으로 만드느라 너무 애쓴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 시즌이 끝난 후에 몰아서 봤기때문에 괜찮았지만, 첫시즌을 먼저 봤던 사람들은 첫시즌 결말에 많이 당황스러웠을것 같다.

The Holdovers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도, 한 보딩스쿨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찾아갈 곳 없는 세 명이 함께하는 시간을 그린 영화다. 처음에 남았던 학생 다섯 중에 한국에서 유학 온 아이도 하나 있었는데, 며칠 후 그 중 최고의 말썽꾸러기 한명만이 선생님과 주방장과 함께하게 된다. 엄격하고 독특한 성격때문에 학생이며 동료교수들이며 교장도 좋아하지 않는 그 선생님은 인간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빠의 정신질환 때문에 엄마가 새아빠를 구한 그 말썽꾸러기 학생도 다시 퇴학당하고 군대식 사립 학교로 가게될까 두려워하는, 그저 아빠를 너무나 그리워 하는 아이였다. 살짝 지루할뻔한 잔잔한 드라마에 자극적이기 않은 코미디가 곁들여진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

Fitbit Charge 6 & DiamondClean 9000

작년 겨울 한국에 갔을 때 쓰고 있던 Fitbit Charge 5 를 찬정이한테 선물로 주고 왔다. 미국에서 Google Pixel Watch 를 사서 Apple Watch 랑 함께 사용했는데, 여러모로 불편했다. 배터리를 거의 매일 충전해야하는 것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Android Phone 하고 (정기적으로?) 연동을 해야했다. 구글에 넘어간 뒤 감감 무소식이 되었던 Fitbit Charge 6 가 마침내 출시되었고 추수감사절을 맞아 세일 가격에 판매하고 있길래 잽싸게 주문해서 오늘 받았고, 바로 충전해서 쓰기 시작했다.

전동칫솔은 소모품이라 때가되면 버리고 새로 사야한다. 얼마나 썼는지 모르겠는데 진동과 그에따른 소음이 심해져서 어제 코스코 장보면서 새로운 모델을 구입했다. 아니 왠 물컵처럼 생긴게 들어있어서 연말이라 사은품인가 했는데 칫솔을 담아서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모바일 앱이 있어서 칫솔모를 앞으로 몇번이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이를 닦기 시작하면 타이머도 보여주고 세게 누르면 실시간으로 “Reduce Pressure” 라는 메시지까지 보여준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The Addictive Brain

얼마전에 들은 CBT 강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The Great Courses 시리즈를 찾아보았다. 커피나 담배, 마리화나, 코카인, 게임 뿐만 아니라 정크 푸드, 포르노,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중독에 대해 설명해 주는 강의다. 중독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중독이 우리의 뇌에 침투하고 조종하는지, 중독에 대한 유전적 요인, 우리의 뇌가 마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을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오락실을 너무 열심히 다녀서 엄마아빠한테 많이 혼났었고 어른이 된 후에도 폐인모드로 오락하던 시절이 가끔씩 있었고 술도 참 많이 마시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저 심하게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타인에 대한 연민

70 이 넘은 나이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낀다. 오해,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심 등으로 인해 병들어 가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국사람이라 미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한국사회에도 쉽게 적용가능한 내용들이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채로) 좋아하는 스토아 학파가 희망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한국사회의 지배계급(?)들이 이런 책을 읽고 반성하고 개과천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1장 오해 아닌 이해를 위하여
2장 생애 최초로 마주한 두려움
3장 두려움이 낳은 괴물, 분노
4장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
5장 시기심으로 쌓아 올린 제국
6장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