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포스터에는 무지개 떠있는 파란 하늘 아래 신이 난 세 아이의 모습과 함께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결말은 좀 많이 황당하고 사기당한 느낌이다.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그렇다고 딸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선을 넘은 엄마의 선택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하는 대치동의 엄마들과 정반대에 있다고 해야 할까?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나이가 드니 때때로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죽어가는 과정이니, 어떻게 살 것인지와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가 될 지 모르는 남은생을 잘 살다가 잘 죽고 싶다. 이 책의 저자처럼 억울한 죽음, 불쌍한 죽음에 관심 가져주고 어루만져 주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물통은 구멍이 난 부분 이상으로 물을 채울 수 없고, 목걸이가 끊어질 때도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진다. 우리 사회 역시 가장 약한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재해든 인재든 언제나 가난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희생과 비극은 결국 사회 전체로 번진다. 이것이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고, 가장 약한 곳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저자가 오래전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라며 다음과 같이 다소 극단적인 “젊은이의 직업 선택의 십계”를 소개했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청춘의 독서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 중 한명이자, 내가 격하게 존경하는 유시민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 청년 유시민을 만든 원천으로 꼽은 15권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2009년에 출간된 책의 특별증보판인데, 새로 추가된 15장에서 계엄 사태까지 언급된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종이책은 4월 30일에 출간되었다.

우선은 『자유론』, 『 죄와 벌』, 『맹자』 정도를 읽고 싶은데, 읽으려고 사 놓은 다른 책들도 좀 있어서 고민스럽다. 한국에 돌아온 후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예전 미국에서 지낼 때만큼 책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밀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유시민 작가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9. 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15.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라이팅 유니버스

많이 좋아라 하는 Ryan Holiday 책이라 큰 고민 없이 읽기 시작했다. ‘오래 사랑받는 작품을 위한 창작과 마케팅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정확히 요약하고 있다. 창작에 관한 부분을 읽는 동안은 정말 좋았는데, 마케팅에 대한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라 조금 놀랐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라, 제대로 플랫폼과 마케팅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기가 힘든 것일까?

그렇다면 영원불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나의 멘토 로버트 그린은 “고전으로 남을 작품을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에버노트의 창립자 필 리빈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원서의 제목은 Perennial Seller: The Art of Making and Marketing Work that Lasts 다. 그나저나 한글판 책 표지 너무 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