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fect Marriage

제목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게 완벽한 결혼이 아니라 두명을 (한명은 스스로 다른 한명은 사법제도를 이용해) 살해하는 완벽한 살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람피우다 내연녀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을 있는 힘껏 변호하는 변호사 아내. 똑똑하고 치밀한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는 힛트작 한편의 한량스러운 작가 남편. 결국에는 남편의 결백을 밝혀주겠거니 하면서 읽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맨 마지막 챕터에 소개되고 요약정리된다. 좀 황당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을 넘어서는, 다른 종으로 구분해야할 것 같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Southpaw

사랑하는 아내와 어여쁜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43승 무패의 세계챔피언이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있다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며 나락으로 떨어진 후 힘겹게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포스터에 보이는 레이첼 맥아담스는 초반에만 살짝 등장한다.) 정말 진부하고 뻔한 내용인데도 재미있게 보았다. 예상을 깨고 틀에서 벗어난 것을 하나 꼽자면, 주인공이 재기전에서 KO 가 아닌 아슬아슬한 판정승으로 이겼다는 점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감정과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달의 궁전

주인공,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렇게 삼대의 남자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했으니 주인공이 아버지를 만난건 우연이 아니라고 쳐도, 주인공이 그의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심하다 싶을만큼의 우연이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두 사람이 그냥 스쳐 지나갈 확률조차도 엄청 작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세 명 모두의 삶은 막상막하로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제목도 잘 이해가 안되는 와중에 뭔가 심오한 메시지가 있는 듯해서 나름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간만에 책을 읽고 나서 역자의 글, 출판사 책소개 및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서 저자의 의도를 이해해야 하는 책을 읽느라 좀 힘들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배우들이 연기도 곧 잘 했고 싸이코 패스 살인마가 주인공이다보니 긴장이 좀 되기는 했다. 그러나, 개연성 떨어지는 내용 특히나 제법 유능한 것 같은데 공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형사때문에 짜증이 더 많이 나는 영화였다. 사건보고는 절대 안하고, 민간인을 미끼로 쓰면서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7년인가만에 만난 아들을 뒷모습을 보고 구분하려는것도 그렇고, 아빠랑 절친보다 가게 손님으로 처음만난 남자를 더 믿는다는 것도 억지스러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무리도 좀 별로였다. 아무리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했어도 본인이 죽다 살아난 민간인이 총으로 사람을 쏜다는 설정 역시나 공감이 잘 안됐고, 쓸데없이 늘어뜨린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TÁR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지 훌륭한 대본때문인지 실존 인물에 기반한 영화가 아닌데도 혹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8년 VIS 가 베를린에서 있었는데, 때마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공연한 덕분에 너무 멋진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보는 내내 4년도 지난버린 그때가 자꾸 떠올라서 기분이 묘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를린 필하모넥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가 자서전 발간과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를 앞두고 추락하는 과정이 조금은 정신없이 조금은 지루하게 그려진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영화도 별로지만 엄청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게 만드는 영화도 별로다. 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이라는 말에서처럼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고 영원한 왕자는 없으니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강한 권력을 가지게 될수록 겸손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것 같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힘없고 상처받은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김승섭 교수님도 그런 분인듯 하다. 세월호와는 달리 해군에게 일어난 일이라 천안함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언제나 생존자보다는 희생자들을 더 안타까워했었기에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보듬어야한다는 저자의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도 확정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더 공격당하기 쉽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언론인이라고 부르기 힘든 한국의 기레기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시위할때 폭식시위한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작자들을 나는 정녕 이해할 수 없다. 김승섭 교수님 앞으로도 건강히 좋은연구 열심히 많이 해주시고 좋은 책도 계속 써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2 Guns

멕시코 마약카르텔을 수사하는데 DEA 와 US Navy 두 기관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비밀요원을 투입했다. 알고보니 US Navy 쪽 상사는 사고치고 무단이탈중인 요원을 이용해 단순히 돈을 훔쳐낼 목적이었고, 더 자세히 알고보니 그 나쁜 놈은 DEA 요원의 옛 연인을 꼬셔서 정보를 알아내고 일을 꾸몄던 것이었다. 더불어 그들이 훔쳐낸 돈은 카르텔이 미국 CIA 에 받치던 세금(?) 같은 돈이었다. 졸지에 조직에서 버림받고 쫒기는 신세가 된 두 비밀요원이 온갖 악당들 다 혼내주고 돈도 차지하는 말은 별로 안되지만 재미는 있었던 영화였다.

트롤리

작년연말 한국에 있을때 방영을 시작했는데 한 회 한 회를 기다리며 보는게 싫어서 거의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보기 시작했다. 작가가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관심이 있었나본데,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일을 만들려고 너무 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집 사는 가족같은 누나를 “실수”로 성폭행한 인간이 아내에게 무한 믿음을 보인다는게 아이러니하고, 범죄의 현장이었던 서재의 문이 열려있으면 쳐다도 못보는데 한 집에서 5년을 단란한 가족으로 살아내는 피해자라는 설정도 공감이 안됐다. 성폭행 사실을 알기 전에도 위선자 남편이 나 믿지? 사랑해 소리 할때마다 토나올것 같았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합리화 할 수는 없다는 것 하나는 제대로 보여주었다. 유학나오기 전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김현주를 진짜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