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d v. Ferrari

Henry Ford 는 진정 선구자였던것 같은데 (그의 명언중에 내가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것이 있음), 그 아들이랑 회사는 어째 안습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그것은 바로 진정한 승리! 그런데 (맷 데이먼이 연기한) 캐롤 셸비의 치사한 반칙은 옥의 티라고 해야겠다. 켄 마일스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타고난 재주가, 더불어 자본가와 기득권에 휘둘리지 않는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그의 삶이 아주 많이 부러웠다.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훌륭한 영화이며 올해 본 영화중 최고다. I am H-A-P-P-Y!

노멀 피플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엄청 훌륭한 소설이라는데, 1991년생의 낯선 아일랜드 작가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참 적응이 안됐다. 나는 이제 나이들어 어쩔 수 없이 꼰대이고 “안”노멀한건가? 아니면 요즘같은 시대에는 내가 알고있는 예전의 노멀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내가 보기에 전혀 노멀해 보이지 않는 관계가 노멀이 되어버렸나? 어쩌먼 노멀 같은 것에 신경쓰지 말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다 읽고나서 보니 표지 그림도 좀 이상하고 그냥 뭔가 개운치 않다.

Leave No Trace

PTSD가 참 무서운 병인것 같다. 산속에다 아지트를 마련하고, 혼자서도 아니고 10대 딸이랑 같이 Survivors 찍듯 살아가는 상황이라 Nomadland는 거의 애교수준이다. 정부에 발각된 후 도망칠 때에는 말그대로 백팩 하나 달랑 메고 숲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산에서 실족해서 죽을뻔 한 후에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다리가 나아 걸을 수 있게 되자 바로 다시 길을 떠난다. 놀라울 정도로 독립적이면서도 아빠 말 잘 듣는 딸은 결국에는 정많은 이웃과 트레일러의 편안함을 선택하며 정착한다. 어찌보면 영화의 본질하고 상관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의무와 부모가 자식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자꾸 의문이 들었다.

한순간에

극한 순간에 다다르면 인간은 누구나 나약한 존재가 된다. 가족에게 해가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적극적으로 아이를 사지로 내모는 것,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 뒤따라 오지 못하는 여친을 뒤로하고 앞으로 꾸역꾸역 걸어나가는 것 등등이 평상시에는 평가하고 판단하기 쉬울 수 있다. 막상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상대방의 자식을 사지로 내몰고도 사고 후에 그걸 모르는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건 용서받지 못할 저열한 짓이다. 그저 재미있는 책을 원했다. 이렇듯 인생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심각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인줄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Annette Lake

지난 4월초부터 벼르고벼르다 21개월여 만에 드디어 하이킹을 다녀왔다. 한때 운동삼아 매주 가다시피 했던 적이 있던 Annette Lake 가 이번에도 당첨. 1년이 넘도록 산자락에 있는 동네산책 열심히 했던지라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왠걸 너무너무 힘들었다. 간만에 엄청나게 숨이 차고 비오듯 땀도 흘리고 한발한발 내딛는게 고통스러워서 호수구경 못하고 돌아가게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컸다. 그래도 꾸역꾸역 걸어서 도착한 호수는 참으로 멋졌다.

물이 엄청 불어나 있어서 늘 사진찍던 자리까지 가지 못했다.

6월 말인데 아직 녹지않은 눈이 있어 조심해야 했다.

지금, 너에게 간다

작가의 이름이 박성진이고 평점도 나쁘지 않은 한국소설이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읽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하여 쓰여져서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들의 헌신을 상기시키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화재 현장에서 다시만난 옛연인을 구하고 아이도 가지고 미래를 약속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현실에서는 공교롭게도 엊그제 한국에서 쿠팡 물류창고 화재가 있었고 한 집안의 가장인 구조대장이 순직했다. 과학기술도 의학도 발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훨씬 더 심하게 커져서 참으로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요즘 한국뉴스를 열심히 보는 편인데 택배기사들 과로사와 노동자들 사고사 소식이 너무나 자주 들려와서, 그런데도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암울하다.

Tinker, Tailor, Soldier, Spy

엄청 집중해서 보았는데도 시간과 장소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데다 배우들이 주로 영국영어를 사용해서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정확한 줄거리를 찾아 읽었다는건 안비밀.) 큰 구성을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어야 재미도 느끼기 마련인데, 스파이 물이라 일부러 그러는지 등장 인물도 많고 전개가 복잡하다. 최근에 읽은 스파이의 유산이라는 책을 쓴 저자가 예전에 썼던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일종의 시리즈 물이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책들이 여럿 더 있다. 그 책들을 차근차근 읽으면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재미를 느끼는데 도움이 될듯도한데, 과연 공부하듯 읽을 필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스파이의 유산

재미는 있지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같은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읽으면 이야기 전개나 이 책의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스파이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007의 제임스 본드, 미션 임파서블의 탐 크루즈 (극중 스파이의 이름이 아니라 영화배우 이름),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 등등이다. 더불어 스파이가 주인공으로 흥행한 헐리우드 영화들은 화려하고 긴박하고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파이는 은퇴하고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로, 나도 모르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대의를 위해서 개인의 삶을 온전히 포기하는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파이라도 다 같은 스파이는 아니라서 산업스파이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