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한국에 오니 넷플릭스에 한국 영화들이 많아 잘 골라서 봐야한다. 내용상 틈이 없지는 않고 아주 살짝 지루한 면이 있지만, 여러가지 반전이 있어서 볼만했다. (잘 쓴 페이퍼가 리젝되고 저질 페이퍼가 억셉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인데) 이 세상에 죄 없는데도 억울하게 벌 받는 사람들이랑 죄 지었는데도 벌 안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를 포함해 다들 좀 더 나아지는데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욕심을 가지면 좋겠다.

헌트

요즘 이런 장르를 팩트 더하기 픽션이라 팩션이라 부르는 것 같다. 질서(와 평화?)를 위해 살인마를 용인한다는 설정때문에 그저 맘상하는 영화. 이상하게도 이정재와 정우성 둘 다 나는 별로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는 아님).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신인감독상도 받았다는데 뱅기에서 봤던 킹 메이커나 남산의 부장들보다 재미가 덜했다. 저 시절에는 진짜로 남한에 간첩이 (안기부의 높은자리까지 포함에서) 그렇게도 많았을까? 독재자 한명 죽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회 있었을때 쓸데 없는 판결문(?) 읽지 말고 그냥 쏴서 죽여버리지. 물론 그랬으면 영화가 안됐겠지만. 전두환이 그리 호위호식하며 오래살다 편안히 간게 다시한번 짜증났다.

말의 시나리오

흔히들 눈이 마음의 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말을 하는 입이 진짜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는게 말인데, 일상생활에서 내가 쓰는 말들, 나의 언어습관은 참 부끄러운 수준이라는게 가슴아픈 현실이다. 올바르게 생각하고 똑바로 말하고 연습과 노력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니 희망을 가져보련다. (근데 책 제목은 참 별로라고 생각한다.)

망원동 브라더스

(처음으로 읽었던) 김호연 작가의 책 불편한 편의점이 괜찮았어서 찾아 읽었는데 비슷한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좋았다. 소소하고 소박한 행복을 재미나게 그려내서, 인생 별거 없으니 욕심내지 말고 스트레스 심하게 받지 말고 즐기며 편안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했다. 꼭 또래친구가 아니더라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중요하고,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요즘 한국 사람들 특히나 젊은이들이 참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저 네 남자들 저렇게 술 마셔대면 제명에 못죽을텐데 하는 걱정도 떠나지 않았다.

헤어질 결심

박해일이랑 탕웨이 둘 다 좋아하는 배우인데다 영화 제목도 왠지 마음에 들어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영화볼 결심을 했었다. 배우들 연기도 손색이 없고, 각종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고 영화인들이 극찬하는 걸 보면 훌륭한 영화인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냥 막연히 즐길 수는 없는 (영화라 예습을 하고 보면 안되겠지만) 복습을 해야하는 복잡한 영화였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아가씨도 그렇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그렇고 요즘에 나오는 훌륭한 영화들은 “재미”는 있는데 보고나면 참 껄적지근 하다. 죽음을 통해서 육체적으로는 헤어지지만, 죽음으로 인해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 같은, 어떻게 보면 많이 이기적인) 극단적인 사랑이다.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탕웨이가 연기한 여주인공 서래의 추진력은 엄청나서 가히 본받을만 하다.

킹메이커 & 남산의 부장들

지난 12월 4일 한국행 비행기에서 본 두 편의 한국영화인데, 우연히도 한국현대정치와 관련해 실존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당연히 마음이 아팠지만 영화자체는 몰입도도 높고 “재미” 있었다.

이선균이 연기한 선거전략가 서창대를 보며 마음이 아주 많이 안좋았다. 그가 진정 오로지 이기기 위해서 지역감정을 이용했다면, (물론 그가 안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정치사의 최악의 인물들 중 하나라고 본다. 갈라치기 대마왕 이준석도 한국역사에 악인으로 남을 것이다.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는 근래의 한국이 자꾸 오버랩되서 많이 슬펐다. 언론 조작과 탄압으로 투명성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려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전혀 존중되지 않는 세상. 18년 독재를 하다가 자기 부하한테 총을 맞아 죽은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인기투표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능력도 안되는 그의 딸도 대통령하다가 탄핵되버리는 소설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현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 그런 국가와 민족에게는 발전이 있을 수 없을텐데, 작금의 현실이 그저 막막하고 암담하다. 과거 악인들이 치부가 드러나고 전해지듯, 그래도 언젠가는 악의 세력들이 심판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볼란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

Chapter 1 인간을 바라봐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Chapter 2 첫 번째 전환: 개인용 컴퓨터 혁명 (1976~1985)
Chapter 3 두 번째 전환: 소프트웨어 혁명 (1985~1995)
Chapter 4 세 번째 전환: 인터넷 혁명 (1993~1999)
Chapter 5 네 번째 전환: 검색과 소셜 혁명 (1999~2006)
Chapter 6 다섯 번째 전환: 스마트폰 혁명 (2007~2010)
Special Chapter 거의 모든 동아시아 IT의 역사
Chapter 7 여섯 번째 전환: 클라우드와 소셜 웹 혁명 (2010~2016)
Chapter 8 IT, 마침내 인간을 초월하다

2020년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에 IT 의 역사를 기록했던 책의 10주년 기념판이다. 컴퓨터를 좋아라 했고,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컴퓨터를 쓰기 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읽었다. IMF 덕분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닷넷 버블 직전에 유학을 나와 새로운 학문을 접하게 되었으니 세상 물정에 무딘 나로서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10년 동안의 변화가 20세기 100년의 변화를 뛰어넘는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두려움 반 + 기대 반). 급변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기위해 정신차리고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Free Guy

라이언 레이놀즈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코미디 영화. 별 기대없이 봤는데 컴퓨터 게임과 AI 를 잘 버무린 스토리 라인에 인상적인 CG 덕분에 제법 재미있었다. 컴퓨터 게임 속에서 (사람)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위해 배경으로 등장하던 캐릭터들이 인공지능 덕분에 실제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는 영화에 걸맞는 이야기. 참으로 평화롭지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프로그램 Guy 의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계기는, 역시나 설명할 수 없지만 언제나 기다려온 이상형의 그녀.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왕자의 키스로 깨우듯이, 잠시(?) 리셋되었던 AI Guy 는 여주인공의 키스로 깨웠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The Truman Show, Groundhog Day, 그리고 Her 세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셋 다 좋아라 하는 영화임).

Don’t have a good day. Have a great day!

Book Lovers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의 연애소설을 진짜 오랜만에 읽었다. 그런종류의 책들은 스토리 라인이랑 결말이 너무 뻔하고 진부해서 그닥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잼났다. 여전히 Happily Ever After 스타일의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복선과 반전이 있고 그래서 살짝 덜 뻔한 결말이었다. 주인공 남녀의 애정표현을 자주 엄청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다음 챕터가 궁금해졌다. 따로 세보지는 않았지만 North Carolina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을 때때로 자주 접하는 것 같다. 그냥 괜히 언제 한 번 들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