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김장하

https://www.youtube.com/watch?v=TcKPAl3wuM4
https://www.youtube.com/watch?v=hsV-X32TcBU

그동안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주로 나쁜 놈들을 보면서 느끼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이제껏 뭐하고 살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만드시는 분을 만났다. 저런 훌륭한 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축복이고 희망이다. 더불어 결이 다른 선생님의 선한 마음을 닮기는 커녕 흉내내기도 힘들다는 사실이 좌절스럽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님의 말씀을 새기며 살았는데, 돈은 똥과도 같다는 김장하 선생님 말씀이 마음을 때린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런 훌륭한 분을 세상에 알려준 취재기자가 고맙기는한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서 많이 불편했다. 이건 뭐 끼워팔기인가? 가끔씩 본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줄 착각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선생님보다 취재기자 분량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리더의 질문법

옛말에 벼는 읽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도 리더는 단언하기보다 진실된 마음으로 겸손하게 질문하고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망설임 없이 결정하고 일사분란하게 일을 분배하고 지시 감독하며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는 리더들을 많이 봐서 그런 멋진(?) 모습들을 동경하곤 했다. 반면에 회사에서나 책을 통해 접한 매니저 관련 수업이나 자료들은 제대로 질문하고 대답을 잘 새겨 듣는 것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어찌보면 그걸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방증일지도?)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진정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이루려면 미국 조직에서 흔한 공식적인 관계보다 개인적으로 친근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었다. 근데 (특히 자기 말만 하는) 남의 말 잘 듣는거 진짜 어렵다.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한다고 전해진 어느 대통령 생각에 슬펐다.

신세계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조폭에 끄나풀로 위장하여 잠입하는 영화는 많이 봤지만, 소탕하는 대신 끄나풀은 윗선에 심어 접수하려고 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우두머리들 잡아봤자 후계자가 대를 이으니 소용없다고 해도 좀 비인간적인 작전이라 생각한다. 조폭을 관리하려다 인재를 조폭으로 만들어버린, 인간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욕심많은 경찰과 의리로 똘똘뭉쳐 목숨걸로 싸우고 지키는 조폭들이 대비되어 좀 씁쓸했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구나 싶었다. 근데 조폭들은 평균수명이 얼마나 될까? 칼맞거나 야구방망이에 맞아서 죽지 않아도 술담배 스트레스 때문에 진짜 오래 못살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슈룹

한국에서 1회만 보고 나머지는 미국에 돌아와서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간만에 달렸다. 실제 있었던 있을 재구성한게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지어낸 허구로, 사극의 탈을 쓴 코믹 스릴러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대비마마는 아무래도 사이코패스다.) 치열한 사교육 경쟁, 문제유출, 역병, 증거조작 등 요즘 한국사회의 병폐와 위기를 담아낸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가 대군 중 하나였고, 첫 간택후궁이 낳은 아들은 왕의 아들이 아니었으며 (그리하여 막판에 친부 밝혀지고 아임 유어 파더 — 내가 니 애비다), 전혀 양가집 규수같지 않은 여자가 세자빈이 되고, 마지막회에서 중전은 “국모는 개뿔. 중전은 극한직업이다.” 이라 말한다. 어쨌거나 드라마는 만사가 해결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극중의 김혜수 같은 사람은 중전이 아니라 임금을 해야하는데, 여왕은 자식 돌보는 고된 일은 하지 않았을테니 그러지는 못했나보다. (마치 먹는 소리같은)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묵인”이라는 투명인간 종족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라 따지고 들자면 헛점이 좀 있다. 그래도 제법 참신하고 나름 짜임새 있고 놀라운 반전도 있으면서, 전혀 복잡하지 않고 양도 많지 않아서 술술 재미있게 잘 읽었다. X-Men 이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그룹이라면, 묵인은 사람에게 안보이는 한가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랑 아주 비슷한 동물 종족인 셈이다. 물론 인간들에게 외면당하고 이용당하는 점은 같다. 외국소설 번역본이 아닌 한국 소설은 한글이라 읽기 쉬운 것과 더불어 한국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쉽다. (근래 쓰여진 책을 읽으면서는 요즘은 한국이 이런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The Gentlemen

다소 폭력적이고 개인적으로 익숙치 않은 스타일의 영국영화였는데 완전히 재미있다. 기발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주재료로 하고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양념으로 맛을 냈다. (폭력과 잔인함은 주로 긴장감 고조를 위해 사용했다.) 용감하고 똑똑하며 의리까지 있으면 깡패라고 해도 좀 멋져 보이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내도 목숨처럼 사랑한다. 의리없는 욕심쟁이 세명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좋았다.

If you wish to be the king of the jungle, it’s not enough to act like a king. You must be the king. There can be no doubt. Because doubt causes chaos and one’s own demise.

Discipline Is Destiny: The Power of Self-Control

다시 한 번 완젼감동! The Exterior (The Body), The Inner Domain (The Temperament), 그리고 The Magisterial (The Soul) 이렇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예를 들며 (자기) 수양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데 문득 스토아 철학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성인의 영역에 이르는게 아닌가, 다시말해 내 능력 밖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좌절스러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서 나쁜 사람 찌질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 The Strenuous Life Is the Best Life
  • Just Show Up
  • Practice … Then Practice More
  • Just Work
  • Seek Discomfort

  • Keep the Main Thing the Main Thing
  • Focus, Focus, Focus
  • Do the Hard Thing First
  • Get Better Every Day
  • Do Your Best

  • Tolerant with Others. Strict with Yourself.
  • Make Others Better
  • Be Kind to Yourself
  • Endure the Unendurable
  • Be Best

하얼빈

얼마전에 본 영화 영웅 속 안중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자극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언제나처럼 군더더기 없이 힘 있은 김훈의 글을 통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웃음이나 감동을 선사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고, 세례를 받은 (나름대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 안중근으로서의 고뇌가 잘 묘사되어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 장소가 쓰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소설, 서로 다른 내용은 어느 쪽 것이 맞는지 둘 다 틀린지 확실히 알 수 없는건 좀 안타깝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브로커

영화자체는 좀 지루했다. 아기도 돈으로 살 수 없어야 하는 것일텐데, 선과 악을,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을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던데,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심 태어나줘서 고마운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들의 갑질, 재벌세습의 폐해, 정경유착 등등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은근히 (아니면 대놓고?) 돈 잘 버는 초대(?) 재벌을 미화하고 있어서 나는 좀 불편했다. 죄의 유무를 돈을 버느냐 못버느냐를 통해 판단하고, 돈 앞에서는 친구고 가족이고 다 의미없고, 욕심+의심+변심 이렇게 심보 세개가 더 있어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부자가 되지 못했고 절대 될 수도 없겠지만 되고 싶지도 않다. (사법시스템은 요즘들어 특히나 짜증스럽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한테 큰 피해를 주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큼 벌 수 있었고, 친구든 가족이든 (어느 정도 선에서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았고, 욕심이나 의심이 없지는 않으나 믿고 의지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