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운을 벌어라

45년간 주역을 연구했다는 주역학자 초운 김승호 선생이, 건강관리하듯, 주역의 원리로 운을 관리하는 방법을 아주 열심히 설명한 책이다. 공감되는 좋은 얘기들이 많이 있는 반면 약장수스러운 경우도 때때로 자주 있다. 내가 존경하는 공자님도 자주 들먹거리고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소리도 자꾸하고, 한마디로 골때리는 책이다. 그래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충고는 새겨들을만 하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주역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맺음말에 들어있는 한 줄이 마음에 든다.

‘매 순간 강한 의지를 품고 아름답게 행동하라.’

미 비포 유

엄청 감동적이라는 리뷰에 기대가 너무 커서이기도 했겠지만, 너무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라서 좀 지루했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살짝 짜증도 났다. 부유한 집안의 엄친아로 겁나 잘나가던 남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됨. 휠체어에 갇혀 남에게 의지하며 평생을 살기는 싫어 자살을 시도한 후 부모님과 6개월의 유예기간후 (죽고싶은 마음이 안바뀌면) 안락사하기로 합의. 그 부모가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엉뚱하지만 생기발랄한 젊은 여자를 간병인으로 고용.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여자가 얼마 후 그 사실을 알게되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보살피던 중 서로 사랑에 빠짐 (그 와중에 7년간 사귀던 남자와도 결별). 그녀의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남자는 그 와중에 그 여자의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새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본인은 원래 계획대로 안락사. 커버의 꽃분홍 색깔이며 북 트레일러에서 감동이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모두 여자였을때 알아봤어야 했는지도…

1984년

정말 중요하지만 몰라서 쉽게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포기해버리는 프라이버시. 요즘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들과 접촉자들 동선을 추적하고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전체주의 지배 시스템인 빅브라더는 감시 카메라와 마이크로 모든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뿐만 아니라 (엄청난 AI에 기반해서?) 스쳐가는 생각들과 꿈속에서의 생각과 행동까지 감시한다. 이런 빅브라더에 소심하게 저항하던 중년의 한 남자가 처참하게 짓밟히고 굴복하는 겁나 우울한 이야기. 내가 초등학생으로 멀쩡하게 살았던 시절을 미래로 묘사한게 어색했지만 충분히 공포스러웠고, 바로 죽이지 않고 세뇌시키고 난 후에 죽이는데서 충격을 받았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나에게는 잘 안맞는 듯하다.

라스트 차일드

재미도 있고 짜임새도 있는데 너무 속보이는 반전이라는 느낌이 좀 들었다. 정말이지 마지막에 밝혀질때까지 절대 예상하지 못하도록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기 위해(?) 소아성애자겸 연쇄살인범, (착한?) 살인범, 비리경찰, 가정(?) 폭력범 등의 다양한 범죄자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신경에 거슬렸던 것은 교회, 기도, 하느님에 대한 언급이 무지 많다는 점과,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러겠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 찾는다고 본인의 식구는 내팽개쳐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는 주인공급 형사와 피해자와의 아리송한 관계설정.

죽음을 선택한 남자

메모리 맨 시리즈 세번째에서는 스케일이 커져서 스파이와 테러조직이 등장했다. FBI 빌딩 앞에서, 묻지마 살인처럼 보이는 의문의 살인에 이은 범인의 자살로 시작해서 도대체 왜, 그것도 하필이면 FBI 앞에서를 차근차근 밝혀나간다. 재미가 없지도 않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잔뜩 긴장되거나 크게 기대되지는 않았다. 완벽한 기억력을 가진 주인공의 머리속에서 많은 것들이 해결되다 보니 내가 직접 머리를 쓸 기회도 별로 없어 아쉽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 편에서는 CIA 가 아닌 DIA (Defense Intelligence Agency) 라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웠다.

이름 없는 자

독특하고 치밀한 전개를 보여줬던 전편이 워낙 재미있었던 탓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재빨리 읽었다. 오래전에 실종됐던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및 반전은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각각의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었으며, 이번에도 바로 그 속삭이는 자는 잡지 못했다.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중간즈음에 조금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결말에 다다르는 반전은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사회 부조리에 관한 메시지를 같이 전하는 것은 좋은데 살짝 너무 심오해져서 재미를 좀 희생한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밀라는 일선에서 물러나서 정신과 치료부터 받아야 할 것 같다.

속삭이는 자

최면술뿐만 아니라 (혼령과 인간을 매개해는) 영매도 등장하는 점은 좀 껄쩍지근하지만, 실전경험이 많은 유명한 범죄학자가 실제 참여한 사건을 바탕으로 써서그런지 세밀함과 치밀함이 엄청나다. 게다가 여러개의 크고 작은 반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끝까지 한결같이 재미있다. 그동안 본 수많은 범죄수사물 덕분에 어지간한 사이코는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도록 만드는 아주 무서운 짐승(즉 책 제목에 해당하는 “속삭이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남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좋은 일에 쓰면 참 좋으련만…

괴물이라 불린 남자

전작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읽기가 더 수월했다. 스포츠에 인종주의를 더해서 주요 스토리라인이 구성되었는데, 크고 작은 반전이 여럿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주인공의 건강을 위해 운동과 더불어 채식위주로 식습관을 개선하는 세심함에 살짝 놀랐다. (주인공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약하려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ㅎㅎ) 아니나 다를까 후속작으로 (2018년에 출간된) “죽음을 선택한 남자”가 더 있다.

엄마의 말뚝

서글프지만 진솔하고 따뜻하다.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게다가 소설이 아닌 수필이나 회고록이라 생각될 만큼 사실적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6.25를 겪어낸 세대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아픔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 잘하고 힘없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고 보살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는것 같아 두렵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살짝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 결말도 좀 뜬금없었지만,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익기억증후군이라서, (본인이 큰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많은 장면/사실들 속에서 중요한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는 아이러니. 치매처럼 중요한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과거나 가슴아픈 기억을) 잊거나 희석시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속작으로 “괴물이라 불린 남자”가 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