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을 한국말로 번역한 버전을 읽었다. 놀랍게도 일제 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독립 투쟁했던 사람들, 일본에 붙어 자기 이익을 열심히 챙긴 사람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1987 년 생이라는 작가는 나보다도 한참 어린데다 소설을 영어로 쓰는게 편했을 정도로 나보다 훨씬 미국사람에 가까워서 그런지 그녀가 그려내는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사랑이 좀 독특하게 다가왔다. 지고지순한 일편단심들인데 또 쿨하게 다른 이와 인연을 맺고 그러면서 또 계속 사랑하는(?) 것 같아 좀 난해하고 놀라웠다. 수십년전 (1917년) 깊은 산속에서의 인연이 그 자식이 성인이 되이 죽음을 모면하고 또 더 나이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는 반면, 권선징악이나 일본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같은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객관적이거나 정확한 사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저렇듯 힘든 시절을 겪어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 다른 형태로 더 비통한 현실을 한국인들이 어떻게든 잘 겪여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읽었다.
Category: 책과 글
Making Numbers Count: The Art and Science of Communicating Numbers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는 숫자는 작은 정수라서 숫자를 잘 전달하려면 정확성을 희생하여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양한 예제들을 보여준다. 어차피 저자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니 내맘대로 좀 생각해보면, 숫자를 접했을때 Daniel Kahneman 의 System 1 이 작동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글도 숫자도 읽고 이해하는 것들을 귀찮아 하는 (그래서 모든것을 자동화하려는?) 현실이 조금 많이 안타깝다.
Rule #1: Round with Enthusiasm
Rule #2: Concrete Is Better
Rule #3: Defer to Expertise
빛을 두려워하는
조금 극화된 면이 있구나 싶었지만, 세상에 이상한/미친 인간들도 좋은 사람들 많다는 사실이 떠올라 결과를 궁금해하며 끝까지 읽었다. 임신 중절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데, 반대론자들 쪽에 극단주의자, 타락한 성직자, 소시오패스 부자 등이 포진해 있어서 임신 중절 문제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잠작하기 어렵지 않다. 태아의 생명을 포함해 여러사람의 삶이 걸려있는 만큼 한쪽이 절대로 혹은 일방적으로 옳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혹은 무책임한 임신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좋을텐데, 나쁜 인간들이랑 철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게 참 힘들다.
2023년 5월 3일
Life doesn’t happen to you. It happens for you.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001년 마흔셋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저자가, 잠깐동안의 좌절을 극복한 후, (어찌보면 더) 보람차게 살아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싶은 마음에서 쓴 책들 중 한권이다. 상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직접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삶의 지혜들을 좀 더 일찍 마흔에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10년 가까지 늦었지만 전보다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불치병을 극복해야하는 어려움은 없으니, 남은 인생 어떤 길을 가게되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행복은 오히려 덜어 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 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참 괜찮은 태도
<다큐멘터리 3일>의 VJ 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 저자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단한 (세속적인) 성공을 이루지 않았어도 엄청나게 부유하지 않아도 모범이 되고 감동을 준다. 얼마전에 읽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필요도 없이 그저 묵묵히 걸어가라던 장자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다큐 3일 들어봤고, 예전에 한 두편 정도 보기도 했는데, 틈틈이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낙담하지도 말고, 너무 자만하지도 말고
오십에 읽는 장자
장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잘 알지도 못했다. (동생이 사다 주지 않았으면 내가 사서 읽지는 않았을 책.) 근심, 걱정을 버리고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라는 장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총 다섯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들도 아주 좋고, 초반에는 장자님 말씀에 따라 편안함을 누리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열반하거나 성인의 경지가 되라는 소리인가 싶으면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실천하면 꼰대가 되는건 확실히 피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좀 더 공감이 될지도 모르니 가끔가다 한번씩 열어봐야겠다.
1장 욕심 대신 자유 / 오십, 지금까지 잘 왔다
2장 후회 대신 준비 / 나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찾는다
3장 외로움 대신 성찰 / 혼자 됨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4장 공허함 대신 배움 / 다가오는 날들을 잘 시작하는 법
5장 포기 대신 활기 / 이제부터는 홀가분하게 살기로 했다
일주일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맘편히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고등학생은 (이제는 30년도 더 지나 기억이 흐릿해져서 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나는 좋은 시절을 보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영화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특별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살짝 차원이 다른?)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는듯 싶다. 분명히 예전보다 많은 것이 편리해졌는데 삶은 왜 점점 더 각박해지는지 잘 모르겠다.
역사의 쓸모
누적 수강생 500만명에 달한다는 명강사라는 저자가 고리타분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길잡이로 사용할 수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그 시대를 살던 인물들이 중요하게 언급돼서,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들 생각을 했다.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를 펼친 3장에서 소개된 다섯 중 세 명은 못들어본 사람이라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당장은 힘들고 세상이 지랄같아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장구한 역사를 보면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희망을 잃지 말고 잘 견뎌야겠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있었는데, 저자의 무료강의라도 들어야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