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자극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는 것 같은데, 가벼운 전개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은 좋은데, (내가 이제 나이든 옛날사람이라 그런가) 진한 감동이나 공감은 힘들다. 왜 포도알을 채워가며 기다렸는지, 왜 하필 조승우가 대단한 피아니스트였는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기대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심지어 포도알은 패소해도 칠한 적도 있다는 사실까지 실토해서 뜨아했다.) 아무래도 만화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봐야하는 것 같다. 조승우와 (응답하라로 기억에 남은) 김성균의 연기력에 심하게 비교되는 다른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조금 안스러운 마음까지 들게 했다.
Category: 영화, TV 및 공연
감시자들
경찰 내 감시반이라는 특수조직이 있는줄 몰랐기에 신선한 면이 있었다. 더불어, 주연급 배우들 모두 연기력 출중하고, 감시반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범죄조직도 엄청 치밀해서 쫒고 쫒기는 긴장덕에 (특히나 초반이) 볼만 했다. 다만 엄청 거대한 조직에서 일을 받아서 하는 듯한 악역의 정우성이 어쩌다 저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멤버들을 구성했는지, 도대체 왜 일련의 일들을 했는지 등등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놓친 줄 알고 빗속에서 땅바닥 치며 통곡하고 나니 하늘이 맑게 개면서 그림자(정우성)가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과 설경구와 정우성의 권총결투 마무리는 좀 많이 황당했다.
The Father
치매증상이 악화되어 결국에는 요양소로 가게되는 한 아버지의 안타깝고 슬픈 여정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치매노인의 시선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혼동스러웠는데, 마지막에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설명없이) 너무 깔끔하게 정리를 해줘서 놀랐다. 내일 모레가 어버이날인데 하루가 다르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기력이 쇠하고 계신 부모님이 멀리 한국에 계신터라 남일 같지 않았고, 치매는 자식의 착한 심성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병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고령화 역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니 나라가 자국민을 보살필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게 중요할 듯 싶다.
Air
4월의 마지막 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좋아라 하는 나이키 운동화가 컨버스랑 아디다스에 밀려 3등이던 시절이 있었고,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면서 지각변동을 이뤄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조던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이 어려운 일을 이끌었던 스카우터뿐만 아니라, 마이클 조던 엄마도 정말 대단하고 마케팅 담당자, 신발 디자이너, 그리고 사장님도 다 존경스럽다. 데드라인에 맞춰 제출한 페이퍼 결과를 습관적으로 기다리는 것 말고, 성심을 다해 노력한 후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슬펐다. 근래에 들었던, 혁신(breakthrough)은 무언가를 깨뜨려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키라는 회사를 다시보게됐고, 나이키 농구화도 한켤래 사야하나 싶다. (고등학교때 산지 얼마 안된 나이키 농구화를 수학여행때 신고갔다가 잃어버렸었고, Cast Away 보고 나서 윌슨 배구공 샀었다.)
Stronger
2013년 보스턴 폭탄테러 때 두 다리를 잃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 제프는 (여러차례) 헤어진 여친을 바에서 우연히 만나 보스턴 마라톤에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응원하러 나갔는데 그만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게 된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근처에서 보았던 폭파범을 FBI 에게 제보해서 검거에 도움을 주고 얼떨결에(?) 영웅이 된다. 그의 착한 심성을 좋아했던 옛여친과 다시 결합했지만, 방황하며 힘겹게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중반즈음부터 많이 식상하고 지루해졌다. 지인들과 술마시고 난폭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걸렸는데, 그를 알아본 경찰관이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특히나 황당했다. 어쨌거나 몸 여기저기가 점점 노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손상이 없는 것에 감사하고, 나중에 많이 약해지더라도 잘 견뎌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악의 꽃

작년 말부터 예전에 비해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공감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싸이코 패스가 여럿 나오는데, 둘은 확실하고 하나는 귀신이 보였다 말았다 하면서 그런 듯 아닌 듯 왔다갔다 한다.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고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거짓말 할 수 있다면서, 진심에서 나오는 듯한 눈물을 쏟아내는 종잡을 수 없는 그가 바로 남자주인공이다. 14년을 속아 살았는데도 그 뒤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도 형사로서의 기본적인 책임도 져버린채 변함없는 사랑을 하는 열녀보다도 더 한 그녀가 바로 여주인공이다. 15년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깨어난 사람이 한달도 안되서 걷고 뛰고 사람을 힘으로 제압한 후 목졸라 죽인다.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중심은 스릴러인데 멜로를 과하게 섞었고, 반전을 위한 우연이 너무나 많다. 총 16편 중 마지막 서너편은 지루했고 마지막회는 정말 군더더기.
Game Night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어의없어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코미디 영화. (한국말로 병맛 영화이지 싶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류의 영화지만, 심각하지도 속상하거나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많이 길지도 않은 영화를 찾다가 Rachel McAdams 가 주인공이라 속는 셈 치고 봤다. 이런 영화를 보려면 보는 동안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뇌의 일부분을 꺼놔야한다. 잘못하면 웃긴 영화 보려다가 짜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애써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어려서부터 우등하다 믿었는데 알고보니 사기꾼인 형 때문에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한 Game Night 을 보내면서 열등감도 극복하고 아내와의 사랑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Wrath of Man
법쩐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검찰 조직의 설정 등은 모두 실제와 관련이 없는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매 회 이런 면책 조항으로 시작하는데, 그동안 뉴스와 신문기사를 통해 전해들은 일들이 여기저기 겹쳐졌다. 부디 저렇게 대놓고 자랑스럽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 이 세상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주인공 은용과 통쾌하긴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결말만이 허구같아 안타까웠다. 正義 라는 단어의 가치를 땅바닥에 아니 똥통에 떨어뜨린 놈들이 바로 검사와 정치인들이 아닌가 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다소 준비가 덜 된 것 같은 사람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 제 역할을 할때 쓰는 표현인데, 검찰쪽 윗자리는 사람을 다 쓰레기로 만드는 것 같다. 법 뒤에 숨어서 온갖 나쁜 짓을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을 사람들만 끌어올리는 괴상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John Wick: Chapter Four
미국에서 영화관에 갔던게 언제인지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엊그제 또 한번의 비즈 데드라인을 마치고 진짜 오랜만에 미국에서 영화관을 가서 세 시간 가까이 긴장하다 왔다. 사람 죽이는 일을 그만두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이는 아이러니. 그런데 그 와중에 간간히 들어간 코믹한 장면들은 웃겼. 대사도 별로 없고, 대단한 줄거리 이런거 없이 세계최고의 살인병기가 엄청난 집중력과 실력으로 늘 하던대로 다는 아니고 아주 많이 죽인다. 살짝 참신하게도 마무리는 결투로 하는데 죤 윅이 한 때 몸담았고 맞서 싸우는 조직(?)은 진짜 대단한데 그를 상대한 놈은 강한 척하는 겁쟁이 찌질이라 김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