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1편과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기존인물에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여, 역시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인생 포기한 노숙자를 구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 여사는 시작부터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점장으로 승진했으며, 주인 할머니의 철없던 아들도 정신차리고, 작가 인경은 글만 쓰는게 아니라 연극 공연까지 성공시키며, 부모의 불화로 상처받고 방황하던 고등학생 민규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찾는데. 그 와중에 홍금보라는 별명을 가진 알바의 달인 근배는 주인공 급인데 그의 예상치 못한 삶의 굴곡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비교 암, 걱정 독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UX 디자이너로 변신해간 저자는 보통사람이 아니다. OKR 이라는 도구를 저렇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듯 하다. 저자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잘 설명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본다. OKR 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 직원들 모두가 (혹은 다수가?) 최고의 생산성을 성취하지는 못한다. 10년 (아니 5년) 전만해도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따라해보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는데 이제는 읽으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he Perfect Marriage

제목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게 완벽한 결혼이 아니라 두명을 (한명은 스스로 다른 한명은 사법제도를 이용해) 살해하는 완벽한 살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람피우다 내연녀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을 있는 힘껏 변호하는 변호사 아내. 똑똑하고 치밀한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는 힛트작 한편의 한량스러운 작가 남편. 결국에는 남편의 결백을 밝혀주겠거니 하면서 읽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맨 마지막 챕터에 소개되고 요약정리된다. 좀 황당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을 넘어서는, 다른 종으로 구분해야할 것 같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달의 궁전

주인공,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렇게 삼대의 남자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했으니 주인공이 아버지를 만난건 우연이 아니라고 쳐도, 주인공이 그의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심하다 싶을만큼의 우연이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두 사람이 그냥 스쳐 지나갈 확률조차도 엄청 작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세 명 모두의 삶은 막상막하로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제목도 잘 이해가 안되는 와중에 뭔가 심오한 메시지가 있는 듯해서 나름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간만에 책을 읽고 나서 역자의 글, 출판사 책소개 및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서 저자의 의도를 이해해야 하는 책을 읽느라 좀 힘들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힘없고 상처받은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김승섭 교수님도 그런 분인듯 하다. 세월호와는 달리 해군에게 일어난 일이라 천안함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언제나 생존자보다는 희생자들을 더 안타까워했었기에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보듬어야한다는 저자의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도 확정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더 공격당하기 쉽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언론인이라고 부르기 힘든 한국의 기레기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시위할때 폭식시위한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작자들을 나는 정녕 이해할 수 없다. 김승섭 교수님 앞으로도 건강히 좋은연구 열심히 많이 해주시고 좋은 책도 계속 써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Bittersweet

지난번 Quiet 에 이어서 통상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의 반대급부가 가지는 역활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둠이 빛을 더 환하게 만들어 주듯이 고통, 슬픔, 그리고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잘 만들어진) 슬픈 음악을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에 동감한다. Quiet 만큼 공감이 되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뭐랄까 관심받지 못하는 중요한 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인것 같다.

책들의 부엌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쉬어가며 치유받는 이야기로, 단편소설집 같은 장편소설이다. (단편소설은 재미있을만하면 끝나버려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맑은 공기, 한줄기 바람, 따뜻한 햇살이 있는 숲속의 책과 함께하는 공간 생각만해도 근사하고, 잔잔하고 편안한 내용도 다 좋은데 반전, 클라이막스, 긴장등이 없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나도 예전에는 남자로 태어났었기를 바랬는데, 그랬으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주인공 엄주영이 어느 막걸리 집 화장실 세 번째 칸을 통해 본인이 남자로 태어난 평행 세계로 여행한다. 심지어 필요에 따라 그 두 세계를 아무 제약없이 쉽게 왔다갔다 한다. 사이파이나 판타지처럼 거창하지 않은 그저 톡특한 스타일로 풀어냈다. 더불어 재미를 넘어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발한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예전보다는 (어느정도) 개선되었는지 몰라도 그 이상의 더 심각한 문제로 진화해버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