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연남동의 24시간 무인빨래방을 배경으로 고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하게 그려냈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엄마, 관객 없는 버스킹하는 가수 지망생,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 여대생, 해외로 보낸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힘든 기러기 아빠 (아까 독거노인의 아들), 그리고 보이스 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청년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빨래방을 통해 만나서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며 행복한 삶을 이뤄낸다. 실제로는 이 책에서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연남동은 학부랑 석사하느라 6년을 보냈던 신촌이랑 가까운데다, 우연히도 지난 10월에 호주에서 무인빨래방을 이용한 덕분에 괜히 더 공감이 됐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일선에서 오랜시간동안 환자를 치료해온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내용으로 좋은 말들이 진짜 많다. 다만, 건강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식을 잘 가려서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 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해서,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는게 문제다. 그래도 자꾸자꾸 반복해서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것 (아니면 그냥 쉬게 두는 것) 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유용하다.

Chapter 1.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다 –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Chapter 2.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일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Chapter 3. 어떤 삶을 살든 사랑만큼은 미루지 말 것 – 사랑에 대하여
Chapter 4.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은 그냥 쉬게 둘 것 – 감정에 대하여
Chapter 5. 너무 서두르지 말 것, 그리고 천천히 뜨겁게 살아갈 것 – 인생에 대하여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The Billionaire Who Wasn’t: How Chuck Feeney Secretly Made and Gave Away a Fortune

돈이 많다고 해서 기부를 하기 쉬운게 아니라는걸 잘 알기에, 전재산을 일찌감치 익명으로 자선사업에 사용한 Feeney 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든다. 돈 벌기가 많이 힘들지만 돈을 제대로 잘 쓰기는 더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세상을 만드는데 돈뿐만이 아닌 일생을 바친 Feeney 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만 책은, 초반에는 조금 재미있었는데, 오만가지 사실/사건의 자세한 나열때문에 자잘한 내용들은 기억도 안나고 끝마치느라 좀 힘들었다.

타인에 대한 연민

70 이 넘은 나이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낀다. 오해,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심 등으로 인해 병들어 가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국사람이라 미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한국사회에도 쉽게 적용가능한 내용들이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채로) 좋아하는 스토아 학파가 희망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한국사회의 지배계급(?)들이 이런 책을 읽고 반성하고 개과천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1장 오해 아닌 이해를 위하여
2장 생애 최초로 마주한 두려움
3장 두려움이 낳은 괴물, 분노
4장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
5장 시기심으로 쌓아 올린 제국
6장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힘든 일을 먼저 하라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10가지 이유와 힘든 일을 먼저 하는 것을 도와주는 22가지 무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심하다 싶을만큼 단정적으로 지시하는 스타일이라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22개나 되니까 하나하나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완벽주의자 기질과 싫은 일에 저항감을 크게 느끼는 두가지 이유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단은 시작을 하는게 중요하다. 마무리를 짓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마무리 짓는 과정도 시작을 필요로 한다.

아무튼, 술집

후반부의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술집이 아니기는 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던 단골 술집들에 대한 얘기로 책을 쓸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 석사시절에 연구실 사람들이 단체로 즐겨 찾던 (그래서 연말에 오빠들은 넥타이를 선물받기도 했던) 술집이 하나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다른 단골 술집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담번에 한국 갔을때 이 책에 나온 술집들 중에서 골라서 가보고 싶다. 건강을 생각해서 한동안 술을 끊다시피 하기도 했었는데, 비즈와 비즈플러스 기간동안 자주 마셨더니 잠도 좀 설치고 살도 좀 찐것 같다. 내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건강을 위해 한달정도 술과 고기를 (심지어 커피까지) 끊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생각이 올바르고 성실하여 크게 성공했으면서도 겸손한 사람들도 적지는 않은가보다. 그래도 글까지 잘 쓰는 경우는 좀 귀하려나? 지름길을 좆지 않고 시작한 일은 최선을 다해 끝을 보는, 닮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닮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분이다. 강산이 변해버린다는 10년의 세월 이전에 읽었더라면 공감이 살짝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일찍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을 것 같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간직하고만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용기내어 다녀왔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래도 아직도 상처받지 않고 잘 내려가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부 일 —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서 기여하라
2부 삶 — 애쓰고 애쓴 시간은 내 안에 남는다

악의 심장

우리는 피부색이나 국적 등으로 사람을 나누는데 익숙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과는 다른 근본적인 종류가 따로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연쇄살인마 같은 싸이코패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기만 해도 (어느정도) 고통을 느끼는데, 남에게 고통을 주고 심지어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니 생각할수록 무섭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치밀하며 자기절제력이 강한데다 (나쁜 짓을 위해서) 성실하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동안 속상하지만 재미는 있었는데, 막판에 후다다닥 정의사회를 구현해서 좀 김빠졌다. 그리고 무조건 주인공이어야 한다. 안그러면 갑작스럽게 개죽음 당하면서 극적 긴장을 높이는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Anxious People

“A Man Called Ove” 라는 책을 썼던 스웨덴 작가 아저씨의 작품이다. 초반에 이야기 전개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이 살짝 필요했는데 점점 (살짝 황당한 부분이 있지만) 재미있어지더니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이 하나둘씩 나타나는데, 전체적인 구성이 제법 짜임새있었다. 스웨덴을 배경으로 했는데, 시장경제 붕괴와 그에따른 중산층의 고통과 그에 더불어 어른 아이 가리지 않는 자살까지, 한국을 포함해 시장자본주의의 폐해를 겪고있는 나라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남일 같지 않았다. 경찰 한명이 바보된 것 빼고는 엄청난 해피엔딩이라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책에서라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