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겉으로는 겁나 무뚝뚝하고 까칠하지만 속으로는 제법 정이 많은 스웨덴 꼰대(?) 아저씨/할아버지 이야기. 원칙에 따라 성실히 세상을 산 이 아저씨/할아버지는 사랑에 있어서도 평생 한여자만을 사랑한 순정파. 여기저기 드러나는 꼰대기질에 현대차를 일본차보다 못하다고 비방하는 내용이 한줄 있어서도 좀 그랬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보기 힘든 언행일치 실천의 끝판왕이라서 그런 것 같다.

The New Girl

읽고 나서 보니 Gabriel Allon 스파이 소설 시리즈의 한편이었다. Gabriel 은 이스라엘 정보국 소속으로 러시아, 영국, 중동 아랍국가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용의 일정부분은 얼마전에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라는데, 내가 국제정세에 얼마만큼 무지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 책이다. 조금만 더 잘 알았어도 화도 내고 몰입하면서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야한다고는 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직도 세습군주제를 바탕으로 국왕중심으로 운영되고 너무나도 보수적인 이슬람 생활관습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더불어 목숨걸고 투쟁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일군 민주열사들께 다시한번 감사.

Deep Medicine

의사선생님이 AI 가 무엇인지 Healthcare 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현재까지의 적용 사례 및 가능성과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놓은 책이다. 위키피디아를 외워서(?)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것은 사람을 능가하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개개인의 특성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질병의 진단및 진료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커피가 몸에 나쁘기도 하지만 좋을 수도 있고, 술도 일반적으로 건강에 안좋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듯. 특히나, 단순히 병을 고치는 cure 가 아니라 낫게하는 heal 의 경우에는 AI 나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이 공감되었다. AI 적용시의 많은 우려와 문제점을 잘 뛰어넘고, 의사선생님이 진정한 사람의사로서 환자를 환자답게 보살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과, 의사선생님과 환자사이의 중계자 역할을 AI 가 잘 해내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나의 한국현대사

1959년부터 2014년까지 유시민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본, 몸으로 겪은 한국현대사. 나는 1973년 8월에 태어나서 2000년 8월초(정확히는 3일)에 유학나올때까지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간 1992년 이후지 싶다. 어처구니 없게도 전두환이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열심히 삐라 줍고 잔디씨 따고 평화의 댐 성금내면서 자랐다. 어려서는 국사, 세계사, 도덕 및 국민윤리 같은거 뭐하러 공부하나 싶었는데, 나이들어 돌이켜보니 정말 중요한 공부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거나, 일제강점이 한국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헛소리는 상상도 못하도록 잘 가르쳐야한다. 세상을 바로 보고 좋은 책 많이 쓰는 유시민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The Great Alone

사람을 한없이 나약하게도 만들고 반대로 더없이 강하게도 만드는 사랑과, 광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한 알라스카에 대한 이야기. 베트남 전쟁 참전후 변덕스럽고 포악해진 남자가 가족들 데리고 이곳저곳 전전하다 최종 목적지로 알라스카에 정착. 전쟁전 사랑스러웠던 남편을 기억하는 엄마는 더많이 사랑하는 13살짜리 딸을 데리고 따라가지만, 춥고 밤이긴 알라스카의 겨울은 남편의 난폭함을 극대화 시킨다. 의지할곳 없는 (+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모녀의 고달픈 삶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그 와중에 딸은 학생도 몇명 없는 학교에서 운명같이 알라스카 토박이인 또래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까지…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나머지는 생략)

워싱턴주에 13년 넘게 살면서 알라스카를 못가봤는데, 이미 많이 개발되어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더 가고 싶어졌다.

Range: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

집중된 노력을 10,000 시간동안 꾸준히 하면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콤 글래드웰이 소개했던 ‘1만 시간의 법칙’ 과 얼핏 보면 상반된 견해다. 처음부터 한 분야에 집착하는 대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것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본인에게 맞는 분야의 제대로된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저자 본인도 학부는 Environmental Science 와 Astronomy 를 전공했고, Environmental Science 와 Journalism 으로 석사를 받은 후에 Sports Illustrated 에서 기자를 하다가 ProPublica 에서 science and investigative reporter 로도 일했다. 다양성과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살면서 뒤늦게 깨달았기에, 여러분야에서의 예시들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어서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전문가가 되면서 생기기 쉬운 아집을 조심해야겠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에 읽었을때 좋았던 기억은 선명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실천에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읽은게 아니라 주로 출근길에 들었다. (요즘 TTS 가 제법 괜찮아서 들을만 했다.)

사실 유시민이 이 질문에 대한 단 한가지의 정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남에게 피해입히지 않고 나와 생각이 다른 남도 존중하며 능력이 되면 인생을 즐기면서 나답게 살면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열심히 사는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건강하게 너그럽게 여유롭게 살고싶다.

Where’d You Go, Bernadette

씨애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이메일과 편지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쓰여졌다. 동명의 영화도 지난주에 개봉을 해서,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 읽고난 후 영화를 보러갈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읽기를 마치고 트레일러를 보니까 별로 땡기지 않는다. 엄마 Bernadette 이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던건지 다 알아버렸고, 배우들도 내가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캐릭터들하고는 싱크도 별로. 나중에 비행기에서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

Weapons of Math Destruction

대부분의 도구는 좋은 의도로, 이를테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의나 공정성에 대한 고민 없이 수학, 데이타, 그리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만든 알고리즘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는 나쁜 결과를 낳게되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어느 동네에서 나고 자라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이 결정되는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에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가속도를 더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고 두렵다. 과학자들 수학자들 모두에게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피로사회

짧아서 금방 읽기는 했는데, 한글로 번역된 책임에도 내용 전체를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성과주의가 만연한 현대가 피로사회라는 사실은 격하게 공감이 되었고, 나를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가슴아픈 사실도 다시 깨달았다. 주변에 강요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더 많이 더 잘 해야한다는 욕심에 쫓기면서 살아온 듯 싶다.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고 덜 중요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을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