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유니버스

많이 좋아라 하는 Ryan Holiday 책이라 큰 고민 없이 읽기 시작했다. ‘오래 사랑받는 작품을 위한 창작과 마케팅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정확히 요약하고 있다. 창작에 관한 부분을 읽는 동안은 정말 좋았는데, 마케팅에 대한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라 조금 놀랐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라, 제대로 플랫폼과 마케팅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기가 힘든 것일까?

그렇다면 영원불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나의 멘토 로버트 그린은 “고전으로 남을 작품을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에버노트의 창립자 필 리빈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원서의 제목은 Perennial Seller: The Art of Making and Marketing Work that Lasts 다. 그나저나 한글판 책 표지 너무 구리다.

신명

원래는 개봉 후에 보려 했는데, 유료 시사회를 많이 봐줘야 개봉관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박선생님과 함께 보았다. 급하게 제작된 저예산 영화라 허술한 면이 있고, 조금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목숨 걸고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윤동주, 달을 쏘다

2025년 5월 18일. 진짜진짜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다. 명신이, 성은이, 그리고 지연이랑 함께여서 참 좋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CHI 2025

Opening Session 에서 1분 가량의 발표를 마지막으로 CHI 2025 Papers Co-Chair 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늘 그렇듯 조금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때때로 자주 밤잠 설쳐가며 열심히 했기에 커다란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

습관 하나로 평생 가벼워졌다

건강에 관한 식습관은 여러 의사들이 큰 틀에서는 비슷한 얘기를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제법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 애사비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사서 먹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통해서 “평생” 가볍게 지낼 수 있을텐데,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너무나도 맛있는 것과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이 어렵기에 작가는 다음 다섯가지 당부를 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다.

하나, 체중 목표가 아닌 행동 목표를 정합시다
둘, 한 번에 한 가지만 공략합니다
셋, 성공은 크게, 실패는 작게 생각합니다
넷,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다섯, 무엇보다 나를 잘 돌보아줍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세상이 너무 뒤숭숭해서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초중반에는 살짝 저질 코미디처럼 느껴져서 후회스러웠지만, 뒤로 갈수록 나아지더니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됐다. 4년 전에 남편(콜린 퍼스)을 떠나보내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고군분투 하던 브리짓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런데도 브리짓이 사별한 남편 마크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니, 팬데믹 동안에 돌아가신 반포 할머니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이런 영화 볼 때마다 나도, 완벽하거나 대단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꿋꿋이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똑똑한 여고생이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내용이라,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Veronica Mars 가 자꾸 생각났다. 단순히 흥미만을 자극하는게 아니라, 학교폭력, 약물남용, 부모의 정서적 학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 등등의 문제들을 담아 내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한국이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못해 경제적인 풍요는 없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덜 각박하고 더 따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는 공기가 참 깨끗하고 하늘이 정말 맑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전문적인(?) 살인범에 의한 범행이 아니어서 사건이 있고 5년이나 지난 후에 진행된 여고생의 탐문조사에 의해 살인범의 꼬리가 밟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파이 in Korea

타이어 압력이 떨어져서 경고등이 들어온지 제법 되어, 엔진오일도 갈고 상태 점검도 받을겸 예약하려고 Jeep 서비스센터에 연락했더니 미국에서 가져온 차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개인이 운영하는 카센터를 찾아 김포까지 다녀왔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파이를 큰 고민하지 않고 한국까지 데리고 왔다. 생각해보면 12년 넘게 타던 차를 가져온 결정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불편하고 번거로울 때마다 ‘실수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파이를 통해 떠오르는 소중한 추억들을 생각하면 다 견딜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