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18일. 진짜진짜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다. 명신이, 성은이, 그리고 지연이랑 함께여서 참 좋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세상이 너무 뒤숭숭해서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초중반에는 살짝 저질 코미디처럼 느껴져서 후회스러웠지만, 뒤로 갈수록 나아지더니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됐다. 4년 전에 남편(콜린 퍼스)을 떠나보내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고군분투 하던 브리짓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런데도 브리짓이 사별한 남편 마크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니, 팬데믹 동안에 돌아가신 반포 할머니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이런 영화 볼 때마다 나도, 완벽하거나 대단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꿋꿋이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잔잔함 그 자체인데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인연이나 전생같은 단어는 한국인에게는 많이 익숙하지만, 한국계가 아닌 토종 미국인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가 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는 아니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세번째 만남때문에 마음이 참 많이 아렸었다. 다 큰 어른이 된 후에도 (사랑이 아닌) 사람이 변하는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24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가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안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그 마음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들, 보면 애틋하고 좋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옛날에 찍은 사진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 나름대로 노재팬 열심히 실천하는데 야구선수 오타니는 존경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능력있는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어떤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야구선수가 되기위해 어려서부터 뚜렸한 목표의식과 대망을 품고 꾸준히 노력해서 아직도 한창인 나이에 이미 야구사에 길이남을 선수가 되었다. 인성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가 노력했던 항목중에 “인간성”도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랬다. 유학나오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이었는데, 그보다 더 큰 결심에 따라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좋은 감동과 길잡이가 되어주는 내용이었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그저 편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야구 좋아하고 잘하는 오타니에는 비교가 안되지만, 나도 연구가 좋고 잘하고 싶고 연구를 통해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다.
메리 포핀스 책이나 영화는 본적이 없고, 예전에 씨애틀에서 뮤지컬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디즈니에서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법 감동적이다. 여러서 받은 상처는 참으로 오래 가고 부모가 자식들이게 어른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식은 나아 기르지를 않았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없으나,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으니 나쁜 본보기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훌륭한 뮤지컬 영화를 만든 디즈니도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영화관에 가서 큰 화면으로 봤으면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까?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과,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라는 마음 아픈 글귀가 자꾸 떠올랐다. 헤리슨 포드 무척이나 좋아라 하고,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엄청 정정하기는 하지만 이런 어드벤쳐 액션 영화의 주연을 맡아 리드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영화 CG 기술이 많이 발전했는데, 화면을 합성한 티가 너무 심하게 나서 좀 많이 거슬렸다. 게다가 러닝타임 2시간 반을 넘겨가며, 기원전으로 시간여행을 가서 아르키메데스를 만나야만 했나 싶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역사적인 시리즈를 마무리한 헤리슨 포드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제목이 낯이 익어서 확인해보니 작년 2월에 읽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고, 이 드라마도 망작은 아닌데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눈으로 봐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졌다. 유괴범의 아내로 나오는 김신록이라는 여배우는 근래에 봤던 한국드라마에 감초처럼 나오던데 (내가 보기에는) 옷도 좀 과하게 입고 나오고 악역삘이 너무 심하게 나서 보고있기가 힘들었다.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은 없어서 인터넷으로 좀 확인해 봤는데, 영 이상한 인물인 제이든도 원작에는 없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난 후에는 도덕과 윤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돈에 대한 욕심이 부각되고 자극적인 살인도 더 많아서 인지 그런 생각이 별로 안들었다.
그래도 미국은 가끔씩 정의가 구현되는 나라인 것 같다. 빽도 없고 돈도 없는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거대기업이 소도시의 장례업자에게 패하고 결국에는 망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러닝타임이 두시간 넘는 법정드라마인데 중반에 크고작은 역전이 몇차례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대기업을 보니 (한국에서 요즘 유예될 것 같은 중대재해법 생각이 나면서) 인간의 욕심에 진저리가 났다. 30여년 전에 미국에서 (부유하지 않은) 흑인으로 태어난다는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고, 요즘에는 좀 나아졌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