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Place

철학을 바탕으로한 코미디는 처음이라 참 신선했고, 단 4시즌에 시즌당 에피소드 수도 그리 많지 않고 (12 혹은 13) 에피소드 길이도 짧아서 금방 편하게 보았다.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많이 들어본 철학자부터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이름의 철학자들까지 소환되었는데, 옳고 그름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재미있게 잘 녹여냈다. 과연 옳다는게 (혹은 올바르게 산다는게) 무엇인지, 영원한(?) 천국이라는게 어떤 의미일지와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고달프고 유한한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철학이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그래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음만 ㅠ.ㅠ) 있다.

12 Angry Men

흑백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65년전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12명의 배심원 모두가 화난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영화제목이 살짝 오도하는 경향이 있고, 영화속 8번 배심원 같은 사람이 얼마나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강산이 여섯번도 더 바뀌어 과학도 발전하고 많이 편해졌고, 소수약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그들의 인권도 신장된것 같은데, 과연 “법”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정하게 집행되는지는 모르겠다. 피의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하고, 범죄혐의 증명의 책임은 검사쪽에 있다.

The Devil All the Time

제목만 보았을 때는 무슨 싸이코패스 살인마 이야기인줄 았았는데,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악한마음에 (혹은 나약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미친사람 종합선물세트라는 별명이 어울릴 듯한 영화였다. 그렇듯 다양한 사람들을 굴비 엮듯 잘 엮어가면서, 그릇된 신념과 무지한 맹신도 삶에 해로운건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라서 그런지 주인공 한 명 빼고 나쁜 짓을 한 놈들은 다들 죽었다.

The Trial of the Chicago 7

대단한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여러모로 법조계 및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간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진정 개소리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저렇게 편파적인 판사가 88살이 다 되어 죽을때까지 판결을 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시간이 흘러 조금이라도 나아졌기를,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큰 기대는 없다. 나이들어 제대로 분노하지도 못하는 것도 슬프다.

In 1974, author Joseph Goulden wrote a book called The Benchwarmers, which was an exposé of the powerful and often private world of federal judges. Goulden conducted an in-depth investigation of Hoffman and pointed out that he had an abrasive reputation among Chicago lawyers even before his most famous case. Goulden mentioned a survey that had been done among Chicago attorneys who had recently appeared before the judge and 78% had an unfavorable opinion of him. They responded overwhelmingly negatively to the questions, “Does he display an impartial attitude?” and “Is he courteous to both the prosecution and defense?”

https://en.wikipedia.org/wiki/Julius_Hoffman

Making a Murderer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범인이 아닌것 같고, 최소한 형사들과 검사들이 나쁜 짓을 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Brendan 의 경우) 변호사 조차도 능력이 안되서 잘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피고들 편에 서야하는 기본적인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들 중에 반성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고 속상하고 짜증났다. 돈없고 빽없는, 친척지간인, Steven 과 Brendan 둘은 오늘도 감옥에 갇혀있다. 나는 이미 잘 해결된 줄 알고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봤다가 실망했다. 인간이 만들고 실행하는 “법”의 한계를 자꾸자꾸 목격하게 된다.

The Unforgivable

죄를 짓지 않고 죗값을 치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나이차 많이 나는 동생 낳다가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딸처럼 키운 언니가, 동생의 잘못을 덮으려 20년을 감옥살이 하고 나온 후, 살인자로 낙인찍힌 상태로 그 동생과 재회하기 위해 벌이는 힘겨운 노력이 눈물겹다. (마지막 동생이 다가와 언니와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죄는 무엇일까? 다음 달에 Jury 로 소환되었는데 (물론 운좋으면? 당첨이 안될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죄를 지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나저나 워싱턴주가 배경이라 Seattle Public Library 를 간만에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The Town

큰 기대없이 봤는데 (그래서?) 제법 재미있었다. 대단히 똑똑한 악당도 아니었고 대단히 멍청한 FBI 도 아니었는데, 악당이 주인공이다보니 결국에는 악당의 승리. 벤 애플랙이 주인공 역할뿐만 아니라 시나리오에도 참여하고 감독까지 했는데, 주인공만 돋보이게 하는데 너무 집중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다. (저 상황에서 못잡는다고?) 은행을 터는 씬이나 잡힐랑 말랑 추격하는 씬은 긴박하고 참 볼만했는데, 벤 애플랙이 자신이 털었던 은형의 매니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그닥 공감되지 않았다. 가쉽 걸을 통해 유명해진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역할로 출현했는데, 간만이라 반가웠다.

Don’t Look Up

초반에는 그냥 골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웃으며 봤다. 중간 어디즈음에서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구온난화와 겹쳐지면서 두려워졌고, 혜성과 부딪혀 지구가 폭발하고 그 안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는 장면에서는 슬퍼서 눈물이 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Dr. Mindy 가 혼자서 죽을거라는 예측은 빗나갔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President Orlean 이 들어본적 없는 무언가에 의해 죽을거라는 예상은 맞았다.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놀라울만치 가볍게 다루었는데도 그 울림이 상당하다. 잘 쓰여진 시나리오에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하나같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덕분인 것 같다. 혁신으로 포장된, 돈에 대한 욕심에 진저리가 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데, 눈을 가리고 외면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무지함이 진정 슬프다. 6개월여 뒤에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면 과연 무엇을 해야할까? 일단은 Look Up!

I, Tonya

영화같은 인생을 산, 미국 여성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피겨 스케이터 Tonya Harding 이야기. 주인공 Tonya 는 네 살부터 스케이트를 (아주 잘) 탔고, 그리하여 학업도 중단하고 스케이트에 올인을 했다. 병주고 약준 엄마, 절대 피해다녀야할 남자인 (툭하면 아내를 때리는)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의 일생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친구 그녀의 스케이터로서의 인생은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겁나게 보수적인 스케이트 연맹도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인데 황당한 주변인들과 상황때문에 코미디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진짜 진실은 본인들 밖에 모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심각하게 처리하지 않고 코미디로 가볍게 처리한게 아닌가 싶다.

Medium

조금 프로페셔널한 블로깅 플랫폼으로도 유명한 Medium. Media 의 단수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제보니 죽은사람의 혼령과 인간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영매를 일컫는다. 주인공인 Allison DuBois 는 유령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사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포착한다. 지방검사의 조력자로 이런 특별한 재주를 제대로 활용하여 나쁜 범인도 잡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서 사람들을 구해낸다. 더불어 다른 범죄수사물과는 다르게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편과 함께 딸 셋을 키우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낸다. (딸들도 엄마의 능력을 살짝 물려받아 때때로 자주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과장이 좀 심하다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동명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Allison 이 컨설턴트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