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문재인 대통령이 참스승으로 일컬으셨던 신영복 선생님. 훌륭한 분이시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분을 참스승으로 일컬으신 문재인 대통령이 더 존경스워졌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신 것 같다. 밖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이 필요없을 정도로 날씬하고 몸이 좋은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도 비슷해서 생각이 깊고 지식이 많은 분들이 오히려 열심히 독서하고 자기성찰을 하는 것 같다. 나도 나이는 자꾸 먹지만 제대로 된 사람되려면 아직 멀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햇볕을 즐기면서 늘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The Obstacle Is the Way

3부작 중 마지막으로 읽었지만 제일 먼저 쓰여진 책이었다. 역경이 닥쳤을때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라 다른 두 권보다 감동은 살짝 덜했지만 어려서 위인전집 읽으면서 했던 다짐을 떠오르게 했다. 이제 좀 쉬엄쉬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렇다 봉시니는 한다면 한다!

See things for what they are.
Do what we can.
Endure and bear what we must.

What blocked the path now is a path.
What once impeded action advances action.
The Obstacle is the Way.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숙명은 의지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그리하여 주역의 점괘들은 조건문이라고 하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라고 해도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화를 부르고, 나쁜 일이라고 해도 조심해서 잘 대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큰 일이 하루아침에 발생하는 것은 드물고 미리부터 조짐이 나타나기에 잘 살펴서 미리 대비하라고 한다. 산책하며 대충 들어넘길 내용은 아닌 것 같아서 주역을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남 신경쓰지 말고 맘편히 살라고 하는게 주된 내용일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자신을 잘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면서 겸손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몸건강에 신경쓰듯이 마음건강에도 신경쓰면서. 책 막바지에 건강한 까칠함을 함축하고 있다면서 소개한 ‘처세육연’ (“옛사람이 건넨 네글자” 라는 책에서 찾았다는 살면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처신) 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스스로는 세속에 집착하지 않고
남에게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일을 당하면 단호하고 결단성 있게
평소에는 맑고 잔잔하게
뜻을 이루면 들뜨지 말고 담담하게
뜻을 못 이루어도 좌절 없이 태연하게

죽여 마땅한 사람들

얼핏보면 덱스터와 궤를 같이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셋 (혹은 넷) 밖에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 이외에, 중요하고 커다란 차이가 하나 있다. 이 책 속에서 죽여 마땅하여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죄질이 과연 죽여 마땅한가 생각해보면, 살인의 범주가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 수준이라 덱스터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오히려 교화가 불가능한 싸이코 패스인 주인공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덱스터의 목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개인이 누구를 죽여 마땅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사회는 참으로 끔찍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고민을 해보라고 쓴 책은 아닐 가능성이 높고, 한마디로 구성이 탁월하고 아주 재미있었다. 살아남아 붙잡힌 여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돈보다 운을 벌어라

45년간 주역을 연구했다는 주역학자 초운 김승호 선생이, 건강관리하듯, 주역의 원리로 운을 관리하는 방법을 아주 열심히 설명한 책이다. 공감되는 좋은 얘기들이 많이 있는 반면 약장수스러운 경우도 때때로 자주 있다. 내가 존경하는 공자님도 자주 들먹거리고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소리도 자꾸하고, 한마디로 골때리는 책이다. 그래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충고는 새겨들을만 하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주역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맺음말에 들어있는 한 줄이 마음에 든다.

‘매 순간 강한 의지를 품고 아름답게 행동하라.’

Consider the Lobster: And Other Essays

이렇게 읽기 힘든 에세이는 살다살다 처음. 집요하다 싶을만큼 파고들어서 정이 떨어질 지경인데, 문단이 평균적으로 너무 길고 주석이 심하게 남용되었다. 한문단 혹은 문장안에 여러개의 주석이 다반사인데다 여러문단으로 된 길다란 주석도 많고 주석에 또 주석이 달리기도 한다. 참고문헌이 많은 책은 몇번 읽어봤지만, 주석이 20%가 넘는 책은 역시나 처음. 충분히 재미있을만한 내용인데 소재가 아깝다는 생각. 나는 이렇게 글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미 비포 유

엄청 감동적이라는 리뷰에 기대가 너무 커서이기도 했겠지만, 너무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라서 좀 지루했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살짝 짜증도 났다. 부유한 집안의 엄친아로 겁나 잘나가던 남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됨. 휠체어에 갇혀 남에게 의지하며 평생을 살기는 싫어 자살을 시도한 후 부모님과 6개월의 유예기간후 (죽고싶은 마음이 안바뀌면) 안락사하기로 합의. 그 부모가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엉뚱하지만 생기발랄한 젊은 여자를 간병인으로 고용.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여자가 얼마 후 그 사실을 알게되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보살피던 중 서로 사랑에 빠짐 (그 와중에 7년간 사귀던 남자와도 결별). 그녀의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남자는 그 와중에 그 여자의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새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본인은 원래 계획대로 안락사. 커버의 꽃분홍 색깔이며 북 트레일러에서 감동이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모두 여자였을때 알아봤어야 했는지도…

1984년

정말 중요하지만 몰라서 쉽게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포기해버리는 프라이버시. 요즘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들과 접촉자들 동선을 추적하고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전체주의 지배 시스템인 빅브라더는 감시 카메라와 마이크로 모든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뿐만 아니라 (엄청난 AI에 기반해서?) 스쳐가는 생각들과 꿈속에서의 생각과 행동까지 감시한다. 이런 빅브라더에 소심하게 저항하던 중년의 한 남자가 처참하게 짓밟히고 굴복하는 겁나 우울한 이야기. 내가 초등학생으로 멀쩡하게 살았던 시절을 미래로 묘사한게 어색했지만 충분히 공포스러웠고, 바로 죽이지 않고 세뇌시키고 난 후에 죽이는데서 충격을 받았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나에게는 잘 안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