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법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든 것이라 사람에 의해 악용되기 십상이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전혀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깨달은지 오래. 그래도 며칠전에 작고하신 RBG 대법관님의 삶을 돌이켜 보거나, (광고카피이지는 하지만) 괴물이 되지 않으려 싸우는 중이라는 초보검사의 나름 진심어린 글을 읽으니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조치훈 9단의 말처럼, 그래 봤자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 봤자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위로하고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이 자명한 윤리를, 이 단순 명료한 진실을,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잊지 않고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외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의 중심인 우리 모두가 말이다.

그래 봤자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라고.

Fire with Fire

폭력조직 보스가 눈하나 깜짝안하고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한 후 법정에서 증언하려고 증인 보호프로그램을 통해 보호받던 전직 소방관이 법으로는 제대로 해결이 안되는 폭력조직 보스를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황당한 스토리.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계속 긴장은 되지만 내용은 참 황당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봤다.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액션영화인데 (포스터에는 맨앞에 나오지만) 브루스 윌리스는 완젼 조연이라 브루스 윌리는 이름 팔아먹으려는 속이 너무 빤히 보였다.

달리는 조사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국을 모델로 인권증진위원회라는 조직에 소속된 인권위 조사관들을 그들이 처리하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근래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종종 겹쳐져서 쉽게 공감이 되었다. 공권력 없는 탐정으로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침해 되었는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른 여러 조사관들이 등장하는 점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단편집과 장편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특이한 형식도 신선했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인간들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가끔은 불합리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280일

부끄럽게도 280일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네 명의 여주인공과 그녀들의 임신과 출산관련 상황의 조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소설같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소설은 너무 현실적이라 허구라고 강조해야하는데.) 나는 경험에 보지 못한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다양한 케이스를 커버하면서 엄청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많이 교육적이기는 한데 재미는 그닥. 다만 내동생을 비롯해서 아이 낳아 잘 길러낸 친구들 선후배들 모두모두 리스펙트! 그리고 일반화 하면 안된다고 하겠지만 대책없는 남자들 짜증나는 남자들 너무너무 많은것 같다. 문득 파리에서 들렀던 슈퍼마켓에서 임산부 우대 사인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도 났다.

Fat Fiction

Low Fat 에 관련한 미국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틀렸다고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비만과 당뇨문제가 (특히 미국에서는) 정말로 심각한 것 같은데, 정부에서 대자본의 편에서서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좌절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만 생각하면 Low Carb 가 답인 것 같지만, 맛있는 거 거의 끊고 오래오래 사는게 과연 정답인가 하는 점이다. 설탕 및 탄수화물을 거의 끊고 나면 나머지 음식도 맛있기는 한데, 조금이라도 같이 먹으면 설탕 및 탄수화물 맛을 당해낼 수는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꼈다. 와플, 오트밀, 초콜릿, 버터맛 스카치캔디, 맥주, 짜장면/라면, 피자, 감자튀김 다들 너무너무 맛있는데… 어려운 문제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그가 그 아이의 아빠다라는 출생의 비밀과, 집에서는 아내 두들겨 패지만 겉보기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매력적인 남자, 알고보니 엄마때리는 아빠 밑에서 자란 착한 여자 등등을 주요 소재로 잘 엮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막판에 가서야 밝혀지는 전개방식을 취한다. 복잡하지 않고 적당히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제법 긴 소설임에도 술술 읽히는 책이다. 다만 여주인공 세 명 모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살짝 짜증도 났다.

The Tattooist of Auschwitz

정말이지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하지만 참으로 소설같은 소설이다. (많이는 아닌 것 같은데 허구가 정확히 얼마나 섞여있는지 모르겠음.) 목숨바쳐 투쟁을 하지는 않았지만, 더 힘없는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선의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내어 꿈에 그리던 삶을 살아낸 주인공이 대단하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하루도 자유롭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여주인공은, 모든 소유물을 잃어버리게 되었을때도 의연할 수 있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자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문예춘추사 셜록 홈즈 전집 7-10

이달 초 휴가중에 읽기 시작했던 셜록 홈즈 전집 10권 중 나머지 4권을 마저 읽었다. (부록에 해당하는 10권에는 홈즈와 관련된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꼭집어서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엄청 똑똑하고 관찰력도 뛰어나고 논문도 열심히 쓰는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왠지 정이 가지 않아서 ‘열심히’ 읽어야 했다. 친구로 삼기에는 홈즈보다는 왓슨이 훨씬 나은 것 같다.

RED

제목이 왠 빨강인가 했더니 Retired, Extremely Dangerous 를 줄여쓴 표현이었다. 10년전에 출시된 영화라서 지금보다 더 젊어보이는 브루스 윌리스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칭호였다. 액션영화로 격투씬도 많고 사람도 여럿 죽어나가지만 현실성은 좀 뒤로하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아주 강해서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다. 그나저나 대통령을 뒤에서 만들어내기도 하고 조종하는, 그러기 위해 방해되는 사람을 마구 죽이는 나쁜 사람들이 진짜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