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유지태를 굳이 하반신 마비를 만드는 결말 등 살짝 짜증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고, 길이도 조금 줄였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종목에 상관없이 (잘하는 선수들의) 운동경기 관람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뻔한 스토리라인과 결말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관련 만화와 영화를 좋아하는데, 흔하지 않은 볼링영화가 좋았다. 결과가 뻔히 보여도 여전히 심장이 쫄깃쫄깃해졌다. 비록 다리도 온전치 않고 추레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인 유지태가 멋지게 볼링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흐뭇했다.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역을 멋지게 연기했던 정성화는 정말 나쁘고 재수없는 놈을 제대로 연기했다.
Category: 영화, TV 및 공연
어른김장하
그동안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주로 나쁜 놈들을 보면서 느끼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이제껏 뭐하고 살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만드시는 분을 만났다. 저런 훌륭한 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축복이고 희망이다. 더불어 결이 다른 선생님의 선한 마음을 닮기는 커녕 흉내내기도 힘들다는 사실이 좌절스럽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님의 말씀을 새기며 살았는데, 돈은 똥과도 같다는 김장하 선생님 말씀이 마음을 때린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런 훌륭한 분을 세상에 알려준 취재기자가 고맙기는한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서 많이 불편했다. 이건 뭐 끼워팔기인가? 가끔씩 본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줄 착각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선생님보다 취재기자 분량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신세계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조폭에 끄나풀로 위장하여 잠입하는 영화는 많이 봤지만, 소탕하는 대신 끄나풀은 윗선에 심어 접수하려고 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우두머리들 잡아봤자 후계자가 대를 이으니 소용없다고 해도 좀 비인간적인 작전이라 생각한다. 조폭을 관리하려다 인재를 조폭으로 만들어버린, 인간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욕심많은 경찰과 의리로 똘똘뭉쳐 목숨걸로 싸우고 지키는 조폭들이 대비되어 좀 씁쓸했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구나 싶었다. 근데 조폭들은 평균수명이 얼마나 될까? 칼맞거나 야구방망이에 맞아서 죽지 않아도 술담배 스트레스 때문에 진짜 오래 못살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슈룹
한국에서 1회만 보고 나머지는 미국에 돌아와서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간만에 달렸다. 실제 있었던 있을 재구성한게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지어낸 허구로, 사극의 탈을 쓴 코믹 스릴러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대비마마는 아무래도 사이코패스다.) 치열한 사교육 경쟁, 문제유출, 역병, 증거조작 등 요즘 한국사회의 병폐와 위기를 담아낸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가 대군 중 하나였고, 첫 간택후궁이 낳은 아들은 왕의 아들이 아니었으며 (그리하여 막판에 친부 밝혀지고 아임 유어 파더 — 내가 니 애비다), 전혀 양가집 규수같지 않은 여자가 세자빈이 되고, 마지막회에서 중전은 “국모는 개뿔. 중전은 극한직업이다.” 이라 말한다. 어쨌거나 드라마는 만사가 해결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극중의 김혜수 같은 사람은 중전이 아니라 임금을 해야하는데, 여왕은 자식 돌보는 고된 일은 하지 않았을테니 그러지는 못했나보다. (마치 먹는 소리같은)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The Gentlemen
다소 폭력적이고 개인적으로 익숙치 않은 스타일의 영국영화였는데 완전히 재미있다. 기발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주재료로 하고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양념으로 맛을 냈다. (폭력과 잔인함은 주로 긴장감 고조를 위해 사용했다.) 용감하고 똑똑하며 의리까지 있으면 깡패라고 해도 좀 멋져 보이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내도 목숨처럼 사랑한다. 의리없는 욕심쟁이 세명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좋았다.
If you wish to be the king of the jungle, it’s not enough to act like a king. You must be the king. There can be no doubt. Because doubt causes chaos and one’s own demise.
브로커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들의 갑질, 재벌세습의 폐해, 정경유착 등등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은근히 (아니면 대놓고?) 돈 잘 버는 초대(?) 재벌을 미화하고 있어서 나는 좀 불편했다. 죄의 유무를 돈을 버느냐 못버느냐를 통해 판단하고, 돈 앞에서는 친구고 가족이고 다 의미없고, 욕심+의심+변심 이렇게 심보 세개가 더 있어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부자가 되지 못했고 절대 될 수도 없겠지만 되고 싶지도 않다. (사법시스템은 요즘들어 특히나 짜증스럽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한테 큰 피해를 주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큼 벌 수 있었고, 친구든 가족이든 (어느 정도 선에서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았고, 욕심이나 의심이 없지는 않으나 믿고 의지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희망한다.
극한직업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나도 철없던 시절에는 수학을 학문으로 공부하고 싶더고 생각했던 적이 잠시 있었다. 영화속 주인공이 그냥 머리만 좋은게 아니라, 바흐의 음악도 사랑하고 수학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천재라서 부러웠다.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과, (별개의 사항은 아니지만) 개나 소만도 못한 인간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참 큰 문제구나하고 생각했다. 사배자 (사회적 배려 대상자) 라는 단어를 이 영화를 통해 배웠는데 (설명도 안해줘서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어쩜 저렇게 취지에 어긋나서 낙인으로 사용되는지 참 안타까웠다 (설마 낙인으로 사용하려고 만든건가?). 머리도 노력도 아닌 용기가 있어야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주인공의 말에는 별로 공감이 안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