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전하게

“25년째 혼자 사는 프로 독거인”이라고 소개한 저자 이숙명씨는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중심에 있고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혼자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혼자 살기, 혼자 놀기, 혼자 여행하기, 결혼하지 않을 권리 이렇게 네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대를 별로 안해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공감되는 얘기도 좋은 얘기들도 많아서 제법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잘 지내는게 그저 게으르거나 무작정 이기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나름 많은 노력을 들여서 자존감을 제대로 배양해야 이뤄내고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혼자서 완전해지기 위한 결정적 주문이다. ‘내 인생 내가 사는 것.’

순서의 문제

살짝 영리하지만 그다지 공정하지는 않은 7편의 길지않은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책. 7편에 걸쳐 등장하는 주인공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고 서너편은 좀 억지스러운 부부이 있었지만, 한국인 작가가 한글로 쓴 소설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길이도 짧고 사건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그냥 술술 읽히지만 몰입도는 쏘쏘. (번역된 소설을 읽을때는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종종 있고 가끔씩은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헤깔린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요즘 (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다는 단어가 자존감이라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그러한 자존감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나를 지켜주는 진짜 자존감은 무엇인지, 그런 진짜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가 차근차근 설명되어있다. “흰 소의 해”라는 2021년 새해에는 나를 지켜주는 자존감을 열심히 키워봐야겠다.

나를 쳐다보지 마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책은 좀 별로였다. (리디셀렉트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권은 다시 재미있었으면하고 바래본다.) 시리즈 내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너무 무기력하고 심리학자 혼자서 인터뷰를 통해서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하는게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빠를 닮아서 딸도 독불장군. 주인공이라 결국 구해지지만 겁없이 나대는게 신경에 거슬렸는데,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경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서로 바람 피우지 말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화목한 가정을 꾸리도록 노력들을 좀 했으면 좋겠다.

Caste: The Origins of Our Discontents

이런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은 신분제도와 계급간의 불평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설명한 책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불편하고 마음 상하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예년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는데, 탑쓰리에 들어간다.) 미국에서의 흑인차별을 독일의 나찌가 벤치마킹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지화 됐더라면 얼마나 처참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아니 백번 천번 감사드리고, 아직까지 (숨어서?) 친일을 일삼는 족속들을 하루빨리 처벌했으면 좋겠다.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요즘 넘쳐나는 에세이들은 ‘인연’이나 ‘가난한 날의 행복’같이 소박하면서도 애잔하고 살짝이라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글과는 정말이지 거리가 멀다. 글재주가 좀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놓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마누라”와 술마시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모텔가서 자고, 속도위반 하고 결혼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애주가들에 대해 호감이 있고 그래서 읽었지만 책을 사서 읽었다면 돈이 무척이나 아까웠을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짧아서 시간은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았다. 새해에는 책도 영화도 좀 가려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소명의식은 안드로메다로 다 보내버린 한국의 검사와 기자들. 읽는동안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려서 몇번이고 멈추고 싶었지만 그래도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읽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책으로 남기는 노력을 주도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돕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데 희망을 가져야겠다.

내 것이었던 소녀

어느덧 로보텀 책을 네 권째 읽었다. 범인이 결과가 궁금해서 (할 일이 많은데 일하기는 싫어서 더욱더?) 빨리 읽기는 했는데, 내용과 구성을 비교하면 네 권중 제일 별로였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조 올로클린이 혼자 열일하고 그 와중에 사고도 치고, 양념역할하는 로맨스도 이번에는 좀 별로였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사건들이 반전을 통해 연결되는데 그것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 그래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은근하지만 꾸준한 긴장감은 여전히 좋았다.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박사공부하겠다고 미국 나온지는 어느덧 20년하고도 4개월이 넘었고 6년 고생끝에 박사 받은지는 14년 7개월이 다 되가는 시점에 읽은, 다른 분야에서 나보다는 더 최근에 박사받고 통계학자로 일하는 사람이 쓴 수필. 옛생각하면서 부담없이 읽었다. 미국유학공부 한 사람치고 이정도 고생안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아무래도 저자는 그때그때 블로그에 잘 적어두었던 모양이다. 나도 예전 제로보드 시절의 게시판만 날려먹지 않았어도 (국제결혼 스토리는 없지만) 책하나 정도는 쓸 수 있었을지도. 물론 내인생 누가 그다지 관심도 없겠지만, 나도 개인사생활 책으로까지 써서 남들한테 읽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