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전하게

“25년째 혼자 사는 프로 독거인”이라고 소개한 저자 이숙명씨는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중심에 있고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혼자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혼자 살기, 혼자 놀기, 혼자 여행하기, 결혼하지 않을 권리 이렇게 네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대를 별로 안해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공감되는 얘기도 좋은 얘기들도 많아서 제법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잘 지내는게 그저 게으르거나 무작정 이기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나름 많은 노력을 들여서 자존감을 제대로 배양해야 이뤄내고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혼자서 완전해지기 위한 결정적 주문이다. ‘내 인생 내가 사는 것.’

순서의 문제

살짝 영리하지만 그다지 공정하지는 않은 7편의 길지않은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책. 7편에 걸쳐 등장하는 주인공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고 서너편은 좀 억지스러운 부부이 있었지만, 한국인 작가가 한글로 쓴 소설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길이도 짧고 사건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그냥 술술 읽히지만 몰입도는 쏘쏘. (번역된 소설을 읽을때는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종종 있고 가끔씩은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헤깔린다.)

Miss Sloane

로비스트는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직업이다. 거물급 로비스트 회사에서 최고로 잘나가던 로비스트가 총기규제 법안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후, 작은 회사로 옮겨서 오히려 거대 권력에 맞서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싸운다. 커리어를 위해 이기기 위해서는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은 물론이고, 주변사람들도 완벽하게 속이고 자기 자신 마저도 수단으로 사용해서 무슨 일이든 서슴치 않고 해낸다. 예전에는 이런 여주인공이 멋지다고 부러워했을테지만, 나이들어 보니 좀 무섭고 정치라는 것이 참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Lobbying is about foresight, about anticipating your opponent’s moves, and devising counter measures. The winner walks one step ahead of the opposition. It’s about making sure you surprise them, and they don’t surprise you.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요즘 (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다는 단어가 자존감이라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그러한 자존감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나를 지켜주는 진짜 자존감은 무엇인지, 그런 진짜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가 차근차근 설명되어있다. “흰 소의 해”라는 2021년 새해에는 나를 지켜주는 자존감을 열심히 키워봐야겠다.

나를 쳐다보지 마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책은 좀 별로였다. (리디셀렉트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권은 다시 재미있었으면하고 바래본다.) 시리즈 내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너무 무기력하고 심리학자 혼자서 인터뷰를 통해서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하는게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빠를 닮아서 딸도 독불장군. 주인공이라 결국 구해지지만 겁없이 나대는게 신경에 거슬렸는데,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경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서로 바람 피우지 말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화목한 가정을 꾸리도록 노력들을 좀 했으면 좋겠다.

Klaus

산타할아버지와 순록이 이끄는 눈썰매 그리고 크리스마스마다 착한 어린이에게 보내지는 선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이브쯤에 봤어야 했는데 살짝 늦었다.) 디즈니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해서 그런지 진짜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라 내가 보기에는 유치했다. 그래도 연쇄살인범 이야기들과 사회부조리를 읽고 보고 들으며 지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선한 마음과 행동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Caste: The Origins of Our Discontents

이런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은 신분제도와 계급간의 불평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설명한 책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불편하고 마음 상하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예년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는데, 탑쓰리에 들어간다.) 미국에서의 흑인차별을 독일의 나찌가 벤치마킹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지화 됐더라면 얼마나 처참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아니 백번 천번 감사드리고, 아직까지 (숨어서?) 친일을 일삼는 족속들을 하루빨리 처벌했으면 좋겠다.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요즘 넘쳐나는 에세이들은 ‘인연’이나 ‘가난한 날의 행복’같이 소박하면서도 애잔하고 살짝이라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글과는 정말이지 거리가 멀다. 글재주가 좀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놓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마누라”와 술마시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모텔가서 자고, 속도위반 하고 결혼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애주가들에 대해 호감이 있고 그래서 읽었지만 책을 사서 읽었다면 돈이 무척이나 아까웠을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짧아서 시간은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았다. 새해에는 책도 영화도 좀 가려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