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살짝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 결말도 좀 뜬금없었지만,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익기억증후군이라서, (본인이 큰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많은 장면/사실들 속에서 중요한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는 아이러니. 치매처럼 중요한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과거나 가슴아픈 기억을) 잊거나 희석시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속작으로 “괴물이라 불린 남자”가 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한빛나의 할머니 버전쯤 되는것 같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이렇게 어리바리한 할머니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겠어요?”라고 자신감을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셨다고 하는데, 읽고 나니 그런 마음은 절반쯤 되고 엄청 독하고 대단한 분이셔서 가능한 일이지 싶은 생각이 나머지 반쯤 들었다. 어쨌거나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건강을 잘 관리하고 체력도 열심히 길러야한다!

쉰에 운전면허증을 땄고, 쉰여덟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사진 찍기에 욕심이 생겨 일흔에 DSLR 카메라를 배웠고, 여고생때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겠구나 싶었던 작가의 꿈도 첫 책을 예순여섯에 출간하면서 뒤늦게 이루었다. 글을 좀 더 체계적으로 써보고 싶어서 모 신문사의 여행 작가 글쓰기 강좌를 두 달 반에 걸쳐 매주 두 시간씩 수강한 게 일흔할 살 때의 일이다.

한 번은 독해져라

뉴스공장을 통해서 알게된 김진애 박사님. 한 번만 독해지시는게 아니라 그냥 독한 (또한 대단한) 분이신 것 같다. 별명이 ‘김진애너지’라는 말이 헛말이 아닌게 책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독해지기보다 그냥 여유롭고 편해지고 싶다.

오베라는 남자

겉으로는 겁나 무뚝뚝하고 까칠하지만 속으로는 제법 정이 많은 스웨덴 꼰대(?) 아저씨/할아버지 이야기. 원칙에 따라 성실히 세상을 산 이 아저씨/할아버지는 사랑에 있어서도 평생 한여자만을 사랑한 순정파. 여기저기 드러나는 꼰대기질에 현대차를 일본차보다 못하다고 비방하는 내용이 한줄 있어서도 좀 그랬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보기 힘든 언행일치 실천의 끝판왕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의 한국현대사

1959년부터 2014년까지 유시민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본, 몸으로 겪은 한국현대사. 나는 1973년 8월에 태어나서 2000년 8월초(정확히는 3일)에 유학나올때까지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간 1992년 이후지 싶다. 어처구니 없게도 전두환이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열심히 삐라 줍고 잔디씨 따고 평화의 댐 성금내면서 자랐다. 어려서는 국사, 세계사, 도덕 및 국민윤리 같은거 뭐하러 공부하나 싶었는데, 나이들어 돌이켜보니 정말 중요한 공부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거나, 일제강점이 한국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헛소리는 상상도 못하도록 잘 가르쳐야한다. 세상을 바로 보고 좋은 책 많이 쓰는 유시민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에 읽었을때 좋았던 기억은 선명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실천에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읽은게 아니라 주로 출근길에 들었다. (요즘 TTS 가 제법 괜찮아서 들을만 했다.)

사실 유시민이 이 질문에 대한 단 한가지의 정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남에게 피해입히지 않고 나와 생각이 다른 남도 존중하며 능력이 되면 인생을 즐기면서 나답게 살면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열심히 사는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건강하게 너그럽게 여유롭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