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ots Day

2013년 4월 15일에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에서 일어났던 폭탄테러를 재연한 영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른 영화 (Stronger) 를 예전에 보았지만, 누가 어떻게 했으면 범인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세상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안좋은 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자꾸 외면하게 된다.) 그냥 어떤 미친놈이 나쁜짓을 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저자들은 미친게 아니라 악마가 아닐까 싶었다. 폭탄테러한 놈을 친구랍시고 신고도 안하고 기숙사에서 약하고 오락하는 학생들도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영화 마지막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실제 사진과 이름이 나올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선은 악을 이긴다고 하는데 악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것 같아서 두렵다.

비질란테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주로 주말) 밤이면 천벌을 받아야 마땅할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지란테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어려서 쾌걸조로를 진짜로 좋아라 했던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나이기에, 거기에 좋아라 하는 유지태도 나오니까 기대를 좀 했다. 그런데, 총 8회밖에 안되는 시리즈를 끝까지 보기가 살짝 힘들었다. 비질란테를 세상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송 기자와 비질란테를 추앙하는 워너비 부회장님, 두 조연의 캐릭터가 공감도 이해도 안되고 (그래서인지) 그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비호감스럽고 짜증스러운 지경이었다. 게다가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내가 요즘 세대들과 취향차이가 좀 나는 부분도 있는것 같다.

Hell or High Water

(잘못된) 세상이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어머니의 유산인 농장을 지키기 위해, 서로다른 성격의 형제가 함께 은행을 여러차례 턴다. 결국에는 은행에서 저항하던 사람을 죽이고 동네 사람들에 이어 경찰에게 쫓기다가 동생을 위해 형이 희생하는데, 인디언 형사도 한 명 더 죽이게 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내려 애쓰는 (가난한) 사람들이구나 싶어 슬펐다.

형사록

두 시즌에 걸쳐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한국 범죄드라마인데,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서 사조직화될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인공 김택록 역의 이성민 연기를 잘해서 좋아라 하고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독고다이 스타일의 영웅이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해야하는 정년을 앞둔 노형사를 영웅으로 만드느라 너무 애쓴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 시즌이 끝난 후에 몰아서 봤기때문에 괜찮았지만, 첫시즌을 먼저 봤던 사람들은 첫시즌 결말에 많이 당황스러웠을것 같다.

The Holdovers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도, 한 보딩스쿨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찾아갈 곳 없는 세 명이 함께하는 시간을 그린 영화다. 처음에 남았던 학생 다섯 중에 한국에서 유학 온 아이도 하나 있었는데, 며칠 후 그 중 최고의 말썽꾸러기 한명만이 선생님과 주방장과 함께하게 된다. 엄격하고 독특한 성격때문에 학생이며 동료교수들이며 교장도 좋아하지 않는 그 선생님은 인간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빠의 정신질환 때문에 엄마가 새아빠를 구한 그 말썽꾸러기 학생도 다시 퇴학당하고 군대식 사립 학교로 가게될까 두려워하는, 그저 아빠를 너무나 그리워 하는 아이였다. 살짝 지루할뻔한 잔잔한 드라마에 자극적이기 않은 코미디가 곁들여진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

Two Lovers

사랑하지만 (다른 유부남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질 수 없는 여자와 사랑하지는 않지만 가질 수 있는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이야기다. 내용에 공감이 안되는 것과 더불어 (배우는 좋아하지만) 맘에 드는 등장인물이 하나도 없어서 보는게 힘들었는데, 결말도 심하게 허무하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두번째 여자의 상황이 안타깝고, 오락가락하는 남자 주인공과 첫번째 여자는 왕짜증이다.

Fracture & The Place Beyond the Pines

호주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본 영화를 두 편 보았는데 어쩌다보니(?) 둘 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을 맡았다. 한 편을 더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을 보호하기 위해 (생각보다 잘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Fracture 는 2007년 작품으로 대형 로펌에 스카우트 될만큼 능력인는 검사를 맡은 풋풋하면서도 세련된 라이언이 등장했다. 상대역은 그 이름도 유명한 안소니 홉킨스였는데 역시나 명불허전 대배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과 잘 짜여진 구성을 갖춘 이 영화는 철두철미 사이코패스를 KO 시키는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The Place Beyond the Pines 는 뭔가 심오하고 서사가 있는데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과한 영화다. 살다보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분명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걸 배우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상황들이 여럿 되는것 같다. 누구나 본인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좀 창피하지만 주인공인 라이언이 중간쯤에 죽어버려서 황당하고 맘상했다.

올빼미

후반부와 결말이 좀 황당하긴 했지만 제법 긴장되고 재미있었다. 제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자리와 권력이라니 참 섬뜩하다. 자신보다 훌륭한 제자를 키워내는 것이 선생의 기쁨이고,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식을 길러내는 것이 부모의 자랑이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일 것이라 믿는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다 못해 욕심에 눈이 멀어버리는 기득권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많고 추하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과 더불어 우아아게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는데, 아름답게 까지는 아니어도 추한 모습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무빙

초능력도 유전이 되나요? 네! 한국형 슈퍼히어로라더니 자식이 부모의 초능력을 물려받고, 부모의 목표는 오로지 그런 자식을 보호하는 것인데, 거기에 남한한테 절대로 뒤질 수 없는 북한이 끼어든다. 그나저나 초능력자는 자식 키우는 능력도 탁월한지 아이들을 하나같이 너무 착하고 훌륭하게 키워냈다. 오랜만에 보는 문성근이 악역으로 나와서 한혜주가 고3 아들을 둔 아줌마로 나와서 좀 놀랬지만, 연기 잘하는 중견배우들과 더불어 처음보는 파릇파릇 예쁘고 귀여운 어린 배우들도 많아서 재미있게 봤다. 다만 초능력 액션 히어로에 느와르가 합쳐지면서 잔인한 장면이 좀 빈번히 등장해서 제대로 못본 장면들이 있다. 무협지가 폭력이 아닌 멜로이고, 착한 사람이 이긴다더니 나쁜 놈들 죽이고 (한국형 답게?) 제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The Accountant

레인맨이나 우영우에서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보통 고도의 집중력, 암기력, 계산능력 등을 바탕으로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독특하게도 거기에 전투력을 더했다. 군대에서 심리 작전부대의 장교인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 두뇌와 전투력이 합쳐진 일당백 수준의 회계사가 탄생했다. 거대 범죄조직들의 회계사 노릇을 하면서 번 돈을 잘 세탁해서 신경 과학 연구비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눈깜짝 안하고 사람을 죽임으로서 다시한 번 선과 악은 흑백처럼 깨끗이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