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Kill

브루스 윌리스 때문에 또 속았다. 스토리도 개연성도 없고 배우들 연기도 저질이고 그저 미친듯이 총쏴대며 사람 죽이는 영화. 격투씬도 구리고 대역 쓴 티도 팍팍나고 뭐하나 칭찬할게 없는 영화.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영화보기 전에 리뷰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Inception

개봉한지 10년만에 다시 봤는데 역시나 대단한 영화. 인간의 무의식 세계가 참 시비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무한한 상상력에, 거기에 더해진 치밀함에 다시한 번 놀랐다. 물론 영화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부하면서 여러차례 다시봐야 할만큼 간단하지 않은 영화다. 한가지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세상을 구하는 것처럼 큰 일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을 위해 경쟁사 상속자에게 아이디어를 주입하려는 일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Deadpool 1 & 2

정의감이나 책임감은 진작에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버린 수다쟁이 또라이 (안티)수퍼히어로. 성매매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지만 덜컥 암에 걸리고, 치료법을 찾다가 비밀실험에 참가하고 엄청난 힐링파워를 얻는대신 흉칙한 외모를 갖게 된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나쁜놈을 찾아서 죽이는게 첫 영화의 줄거리로 엄청 독특한 내용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2편은 근래의 슈퍼히어로 영화 추세에 맞추어 (태그라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여러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그래서 재미있게 봤다. 온세상을 다 구하려는 정의감에 깔려 죽을 듯한 슈퍼히어로만 보다가 뺀질거리는 양아치 스타일을 봐서 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면 나의 최애 슈퍼히어로인 아이언맨도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네.

Rizzoli & Isles

형사 Rizzoli랑 검시관 Isles 여자 둘이 투톱인 범죄드라마. 그동안 본 수사물이 너무 많아서 대단히 새로울게 없었다. 이를테면 검시관은 예전에 NCIS 에 잠시 나왔었고, Bones 의 뼈 전문가인 브레넌과 비슷한 점—예쁘고 똑똑한 전문가인데 사교성이 떨어지며 아빠가 나쁜 짓을 좀 했다—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다른 새로운 배우들을 알게되며 총 7시즌을 재미있게 봤다.

Killers Anonymous

포스터에 게리 올드만하고 제시카 알바가 나와서 혹하는 마음에 봤는데 완전히 낚였다. 조연도 아닌 카메오 수준.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잘 안되고 막판에 쓸데없이 잔인하다. 감독이 누군가 봤더니 마틴 오웬이라고 듣보잡인데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 기억하리라.

Terminator: Dark Fate

액션은 훨씬 빵빵해졌는데 내용상으로는 그다지 새로울게 없이 전편들을 재탕하는 느낌이 강했다. 나쁜 터미네이터는 예상대로 훨씬 더 강력해졌고 원조 터미네이터의 등장도 놀랍지 않았으나, Feminism 과 Diversity 를 많이 고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라 코너가 여전사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미래 지도자인 대니도 여성인데다 그녀를 구하러 오는 착한 터미네이터 그레이스도 여성. 게다가 나쁜 터미네이터는 멕시칸계 미국인 배우가 연기했고, 대니는 미국사는 백인이 아닌 멕시코 사는 히스패닉으로 콜럼비아 출신이 연기했다. 덕분에 얼결에 American Dirt 에서 봤던 내용들을 영화에서 살짝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대니도 그레이스도 카리스마가 그저 그랬다.

본 컬렉터

이 책에 기반해서 만든 영화를 예전에 보았는데, 덴젤 워싱턴하고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말고는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안젤리나는 여주인공이랑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에서는 남주인공이 백인이라서 덴젤이랑 싱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거나 치밀한 구성에 자세한 묘사와 예상치못한 반전덕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링컨 라임 시리즈를 때때로 자주 읽어야겠다.

영화도 책만큼 재미있었나 확인하고 싶어서 영화도 다시 봤다. 1999년 당시에는 많이 길었을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도 디테일들을 다 챙기지는 못하고 각색을 제법 많이 했다. 잔인한 장면들이 제법 있어서 긴장하면서 보기는 했지만 책을 읽자마자 보니까 아무래도 재미가 좀 덜했다.

My Own Words

지난달에 존경에 마지않는 Ruth Bader Ginsburg 대법관님께서 영면하셨다. 평생을 남녀평등과 여성인권 신장에 바치신 RBG 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진작에 샀지만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2018년에 영화관에 가서 봤던 다큐멘터리도 다시 봤다. 두명의 작가와 함께 쓴 이 책은 자서전도 위인전도 아닌, RBG 님께서 쓰셨던 판결문과 강연회 발표문을 편집한 독특한 형식이었다. 조금 딱딱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교훈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친인척이 아닌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때 이만큼 슬펐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슬프더니, 다큐맨터리에서 생전 모습을 보니 자꾸 눈물이 났다. (염치없지만) 하늘나라에서 부디 위기에 처한 미국인들을 살펴주시기를 기원한다.

First Kill

일반인을 영웅(?) 만드는 영화들은 개연성이 떨어져서 재미가 반감된다. 경찰과 폭력배는 나라의 허가를 받았는지 않았는지의 차이라는 말에 기반한, 범죄를 저지른 경찰과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소탕하는 용감한 아버지 얘기. 도둑놈이 경찰보다 더 착하고 정의롭다. 어쩌다 보니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철이 지난 영화를 여러편 보게 되는데, 브루스 윌리스한테 이렇게 삐리한 조연급 악역은 너무 안어울림. 꾸준히 영화를 찍는건 좋은데 좀 가려서 찍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How Do You Know

로맨택하지도 않고 코믹하지도 않은 현실성 제로에 가까운 로맨틱 코미디. 그 와중에 길기는 엄청 길다. 쟁쟁한 배우들 데리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으니 감독이 제일 속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유명세 때문에 잭 니콜슨을 포스터에 넣었겠지만, 그덕분에 포스터 조차도 살짝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