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

두 시즌에 걸쳐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한국 범죄드라마인데,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서 사조직화될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인공 김택록 역의 이성민 연기를 잘해서 좋아라 하고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독고다이 스타일의 영웅이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해야하는 정년을 앞둔 노형사를 영웅으로 만드느라 너무 애쓴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 시즌이 끝난 후에 몰아서 봤기때문에 괜찮았지만, 첫시즌을 먼저 봤던 사람들은 첫시즌 결말에 많이 당황스러웠을것 같다.

The Holdovers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도, 한 보딩스쿨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찾아갈 곳 없는 세 명이 함께하는 시간을 그린 영화다. 처음에 남았던 학생 다섯 중에 한국에서 유학 온 아이도 하나 있었는데, 며칠 후 그 중 최고의 말썽꾸러기 한명만이 선생님과 주방장과 함께하게 된다. 엄격하고 독특한 성격때문에 학생이며 동료교수들이며 교장도 좋아하지 않는 그 선생님은 인간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빠의 정신질환 때문에 엄마가 새아빠를 구한 그 말썽꾸러기 학생도 다시 퇴학당하고 군대식 사립 학교로 가게될까 두려워하는, 그저 아빠를 너무나 그리워 하는 아이였다. 살짝 지루할뻔한 잔잔한 드라마에 자극적이기 않은 코미디가 곁들여진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

Fitbit Charge 6 & DiamondClean 9000

작년 겨울 한국에 갔을 때 쓰고 있던 Fitbit Charge 5 를 찬정이한테 선물로 주고 왔다. 미국에서 Google Pixel Watch 를 사서 Apple Watch 랑 함께 사용했는데, 여러모로 불편했다. 배터리를 거의 매일 충전해야하는 것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Android Phone 하고 (정기적으로?) 연동을 해야했다. 구글에 넘어간 뒤 감감 무소식이 되었던 Fitbit Charge 6 가 마침내 출시되었고 추수감사절을 맞아 세일 가격에 판매하고 있길래 잽싸게 주문해서 오늘 받았고, 바로 충전해서 쓰기 시작했다.

전동칫솔은 소모품이라 때가되면 버리고 새로 사야한다. 얼마나 썼는지 모르겠는데 진동과 그에따른 소음이 심해져서 어제 코스코 장보면서 새로운 모델을 구입했다. 아니 왠 물컵처럼 생긴게 들어있어서 연말이라 사은품인가 했는데 칫솔을 담아서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모바일 앱이 있어서 칫솔모를 앞으로 몇번이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이를 닦기 시작하면 타이머도 보여주고 세게 누르면 실시간으로 “Reduce Pressure” 라는 메시지까지 보여준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The Addictive Brain

얼마전에 들은 CBT 강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The Great Courses 시리즈를 찾아보았다. 커피나 담배, 마리화나, 코카인, 게임 뿐만 아니라 정크 푸드, 포르노,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중독에 대해 설명해 주는 강의다. 중독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중독이 우리의 뇌에 침투하고 조종하는지, 중독에 대한 유전적 요인, 우리의 뇌가 마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을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오락실을 너무 열심히 다녀서 엄마아빠한테 많이 혼났었고 어른이 된 후에도 폐인모드로 오락하던 시절이 가끔씩 있었고 술도 참 많이 마시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저 심하게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타인에 대한 연민

70 이 넘은 나이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낀다. 오해,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심 등으로 인해 병들어 가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국사람이라 미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한국사회에도 쉽게 적용가능한 내용들이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채로) 좋아하는 스토아 학파가 희망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한국사회의 지배계급(?)들이 이런 책을 읽고 반성하고 개과천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1장 오해 아닌 이해를 위하여
2장 생애 최초로 마주한 두려움
3장 두려움이 낳은 괴물, 분노
4장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
5장 시기심으로 쌓아 올린 제국
6장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Two Lovers

사랑하지만 (다른 유부남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질 수 없는 여자와 사랑하지는 않지만 가질 수 있는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이야기다. 내용에 공감이 안되는 것과 더불어 (배우는 좋아하지만) 맘에 드는 등장인물이 하나도 없어서 보는게 힘들었는데, 결말도 심하게 허무하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두번째 여자의 상황이 안타깝고, 오락가락하는 남자 주인공과 첫번째 여자는 왕짜증이다.

힘든 일을 먼저 하라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10가지 이유와 힘든 일을 먼저 하는 것을 도와주는 22가지 무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심하다 싶을만큼 단정적으로 지시하는 스타일이라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22개나 되니까 하나하나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완벽주의자 기질과 싫은 일에 저항감을 크게 느끼는 두가지 이유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단은 시작을 하는게 중요하다. 마무리를 짓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마무리 짓는 과정도 시작을 필요로 한다.

동네 산책

3주 가까운 기간 동안 출장을 다녀온 사이 나뭇잎들이 물이 들고 또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렸다. 어제 저녁에 세찬 비가 내렸는데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단풍잎들을 보며 신선한 공기를 절절히 느끼며 산책을 했다. 일요일 낮이라 그런가 길가에 세워진 차들이 적어서 좋았고, 산책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잠시 햇님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