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본 영화 영웅 속 안중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자극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언제나처럼 군더더기 없이 힘 있은 김훈의 글을 통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웃음이나 감동을 선사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고, 세례를 받은 (나름대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 안중근으로서의 고뇌가 잘 묘사되어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 장소가 쓰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소설, 서로 다른 내용은 어느 쪽 것이 맞는지 둘 다 틀린지 확실히 알 수 없는건 좀 안타깝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