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얼마전에 본 영화 영웅 속 안중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자극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언제나처럼 군더더기 없이 힘 있은 김훈의 글을 통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웃음이나 감동을 선사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고, 세례를 받은 (나름대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 안중근으로서의 고뇌가 잘 묘사되어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 장소가 쓰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소설, 서로 다른 내용은 어느 쪽 것이 맞는지 둘 다 틀린지 확실히 알 수 없는건 좀 안타깝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브로커

영화자체는 좀 지루했다. 아기도 돈으로 살 수 없어야 하는 것일텐데, 선과 악을,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을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던데,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심 태어나줘서 고마운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들의 갑질, 재벌세습의 폐해, 정경유착 등등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은근히 (아니면 대놓고?) 돈 잘 버는 초대(?) 재벌을 미화하고 있어서 나는 좀 불편했다. 죄의 유무를 돈을 버느냐 못버느냐를 통해 판단하고, 돈 앞에서는 친구고 가족이고 다 의미없고, 욕심+의심+변심 이렇게 심보 세개가 더 있어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부자가 되지 못했고 절대 될 수도 없겠지만 되고 싶지도 않다. (사법시스템은 요즘들어 특히나 짜증스럽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한테 큰 피해를 주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큼 벌 수 있었고, 친구든 가족이든 (어느 정도 선에서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았고, 욕심이나 의심이 없지는 않으나 믿고 의지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희망한다.

굿모닝 해빗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속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단순한 행동이 뇌를 바꾸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성공으로 이끈다고 한다.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듯한 이러한 주장은, 믿어지지는 않지만, 하루 3초라고 하니 굳이 시도를 안할 이유도 없어보이기는 하다. 쓸데없는 자기비판을 멈추고 남들 눈치보느라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좀 더 스스로의 가치와 욕구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2023년 새해 당당하고 용기있게 의욕적으로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The Complete Intermediate Android Masterclass

시험 앞두고 하는 게임처럼 꼭 안해도 될 때 하는 공부가 참 재미나다. 연말에 휴가를 맞아 보기시작한 13시간이 넘는 분량의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온라인 비디오를 자가격리하면서 끝냈다. Kotlin 이 아니라 Java 를 사용했고 강사가 그다지 꼼꼼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은 제법 괜찮았다. 따라하지 않고 눈으로만 봤기 때문에 제대로 배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얼마전에 보기시작한 책을 따라가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극한직업

정말이지 1도 말이 안되는 내용이지만 진짜 웃긴다. 혹시라도 영화감독이나 작가가 브레이킹 배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치킨 프렌차이즈를 마약 배부처로 이용할 생각을 했나? 마약팔이하는 조폭들도 너무 코믹해서 제법 폭력적인데도 그냥 묻혀버린 느낌이다.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영화들도 좋지만 이렇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도 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나도 철없던 시절에는 수학을 학문으로 공부하고 싶더고 생각했던 적이 잠시 있었다. 영화속 주인공이 그냥 머리만 좋은게 아니라, 바흐의 음악도 사랑하고 수학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천재라서 부러웠다.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과, (별개의 사항은 아니지만) 개나 소만도 못한 인간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참 큰 문제구나하고 생각했다. 사배자 (사회적 배려 대상자) 라는 단어를 이 영화를 통해 배웠는데 (설명도 안해줘서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어쩜 저렇게 취지에 어긋나서 낙인으로 사용되는지 참 안타까웠다 (설마 낙인으로 사용하려고 만든건가?). 머리도 노력도 아닌 용기가 있어야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주인공의 말에는 별로 공감이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