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주역

주역은 공자가 너무 즐겨 읽어 책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의 고사를 낳은 바로 그 책이다. 오십이 된지 일년 반도 더 지났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힌트라도 있을까 싶어 한번 읽어보았다. 주역을 이해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었고 내 팔자나, 운세, 인생이 대단히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총 4장에 걸쳐 좋은 말들은 많이 있었다. 오십 이후는 비로소 하늘에 올라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용의 삶을 산다고 했으니, 나도 기운내서 나의 천명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인생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

  • 제1장 하늘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 오십의 운명
  • 제2장 불변은 만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오십의 성찰
  • 제3장 처신이 바르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 오십의 경륜
  • 제4장 믿음을 갖고 마음을 같이하면 길하리라 | 오십의 마음

오늘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돈, 돈, 돈’이다. 돈에 혈안이 되어 투기판을 쫓아다닌다. 오늘날 한국은 물신만을 숭배하는 삭막한 곳이 돼 가고 있다. 과거에 일본인들이 ‘경제 동물’로 지탄을 받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한국인이 경제 동물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None of This Is True: A Novel

생년월일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Birthday Twin 이 45살 생일에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다. 아버지 벌 되는 남자와 살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여러차례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Podcast 에 활용하려고 욕심을 낸게 화근이었다.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갈 싸이코패스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원하는 형태로 외곡해서 사실로 믿어버리면 고장난 멜탈이지만 완젼 철갑이라서 진짜 대책이 없는가보다. 너무 나약해도 탈이지만 너무 강인해도 탈이다. 나아 길러준 엄마도 아빠벌 되는 남편도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식까지 기꺼이 죽이려드는, 멀쩡한 사람들을 속여넘기는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이기 때문이다. 개연성이 거의 없는것을 생각하면 재미는 제법 있었다.

거인의 노트

얼마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월간 다이어리 쓰는 법이라는 영상을 통해 저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기록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라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기록하며 읽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크게 남는 것은 없다. Self-tracking 도 좋아라 하고 Bullet journaling 도 따라하면서 효과도 좀 보았고 지금도 특별한 체계없이 해야할 일 한 일들을 적기도 한다. 다만, 저자가 소개한 정도의 기록을 꾸준히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박사공부할때부터 연습장처럼 썼던 공책들도 몇 권 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뭐하러 이제까지 가지고 있나 싶기도 해서 조만간 폐기할 듯 하다. 기록을 잘해서 대단히 삶을 바꾸고 유능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싶다.

Ego Is the Enemy, 2nd

새해를 맞아 예전에 감동깊게 읽은 책을 다시 읽었다. 안타깝게도 그때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년에 한번씩 (점점 더 빨리) 찾아오는 새해지만, 2024년 올해는 조금은 특별한 해라서 새로이 마음을 다지고 있다. 반복적인 생활을 통한 편안함과 안락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이제까지의 나보다 작년의 나보다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해를 보내자고 다짐한다.

We must begin by seeing ourselves and the world in a new way for the first time. Then we must fight to be different and fight to stay different—that’s the hard part. I’m not saying you should repress or crush every ounce of ego in your lift—or that doing so is even possible. These are just reminders, moral stories to encourage our better impulses.

Hello Beautiful

뭔가 진한 감동을 받아야하는 듯한 압박을 받으며 읽기에 참으로 긴 소설이었다. 등장인물이 참으로 많은데 공감되는 인물은 없는데다 재미 있을만한 요소는 거의 없었다. 미혼모가 된 둘째 딸이 우울증 걸린 형부를 사랑하고, 언니는 이혼하고 딸을 데리고 떠나서 (엄마는 미혼모 둘째딸과 심리적으로 절연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를 뺀 나머지 자매들과는 절연을 하고, 언니가 떠난 후 형부와 결혼해서 겁나 행복하게 살다가 뇌종양에 걸린 후 얼마 못가 죽지만 온가족이 극적인 화해를 한다는 파란만장 가족사다. 한 해의 마지막날 읽기를 마치면서 든 생각은,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평생을 등지며 살만큼 중요한 일은 별로 없을테니 부대끼고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게 나중에 후회가 좀 덜할 것 같다.

12월의 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을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 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Hidden Potential

아담 그랜트는 그의 책에서 사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항에 색다른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번 책도 기대를 가지고 선주문해서 구입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잠재력의 중요성을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고 지원해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특히나 요즘시대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대기만성의 예가 다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이 진작에 성공 전용차로로 들어가서 질주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게 현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저자가 이런 책을 쓴게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 본인도 Hidden Potential 의 예에 해당하는 것으로 언급을 했는데 31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가 된 그의 잠재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숨어있었던 건가 하는 의문이 좀 들었다. 나는 점점 성취나 성공 이런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서로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엄마를 부탁해

좋아하는 신경숙 작가의 작품으로 예전에 읽고 소장하고 있는 책이다. 치매걸린 엄마를 잃어버린 후 가족들의 후회와 슬픔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 이외에 자세한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처음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책속의 엄마가 너무 안타까워서, 한국에 있는 우리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자꾸자꾸 눈물이 났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책에서 등장하는 자식들보다 손톱만큼도 나은게 없는 나 자신이 심하게 부끄럽고 이제라도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