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오랜만에 발다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우리의 메모리 맨이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일어난 두 개의 (알고 보니 전혀 다른/상관없는)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여러차례에 걸쳐 반전도 있고 구성에 짜임새도 있고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내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남자 주인공이 안쓰러우면서 정이가고, 소설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좀 후루룩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진실에 갇힌 남자

발다치 작가의 책을 네번째 읽었는데 처음 두권은 제법 재미있었고 세번째는 쏘쏘더니 이번거는 집중이 잘 안되는 지경이었다. (너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서 그럴수도?) 형사가 되고나서 첫번째 맡은 제대로된 사건에서 살인범으로 잡아 넣은 범인이 알고보니 무죄였고, 그 배후에는 러시아의 범죄조직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스토리이기는 한데 신선한 충격이라기보다 너무 애쓰는거 같은 안타까움과 황당함이 더 컸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

메모리 맨 시리즈 세번째에서는 스케일이 커져서 스파이와 테러조직이 등장했다. FBI 빌딩 앞에서, 묻지마 살인처럼 보이는 의문의 살인에 이은 범인의 자살로 시작해서 도대체 왜, 그것도 하필이면 FBI 앞에서를 차근차근 밝혀나간다. 재미가 없지도 않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잔뜩 긴장되거나 크게 기대되지는 않았다. 완벽한 기억력을 가진 주인공의 머리속에서 많은 것들이 해결되다 보니 내가 직접 머리를 쓸 기회도 별로 없어 아쉽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 편에서는 CIA 가 아닌 DIA (Defense Intelligence Agency) 라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웠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

전작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읽기가 더 수월했다. 스포츠에 인종주의를 더해서 주요 스토리라인이 구성되었는데, 크고 작은 반전이 여럿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주인공의 건강을 위해 운동과 더불어 채식위주로 식습관을 개선하는 세심함에 살짝 놀랐다. (주인공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약하려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ㅎㅎ) 아니나 다를까 후속작으로 (2018년에 출간된) “죽음을 선택한 남자”가 더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살짝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 결말도 좀 뜬금없었지만,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익기억증후군이라서, (본인이 큰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많은 장면/사실들 속에서 중요한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는 아이러니. 치매처럼 중요한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과거나 가슴아픈 기억을) 잊거나 희석시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속작으로 “괴물이라 불린 남자”가 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