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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신경쓰지 말고 맘편히 살라고 하는게 주된 내용일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자신을 잘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면서 겸손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몸건강에 신경쓰듯이 마음건강에도 신경쓰면서. 책 막바지에 건강한 까칠함을 함축하고 있다면서 소개한 ‘처세육연’ (“옛사람이 건넨 네글자” 라는 책에서 찾았다는 살면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처신) 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스스로는 세속에 집착하지 않고
남에게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일을 당하면 단호하고 결단성 있게
평소에는 맑고 잔잔하게
뜻을 이루면 들뜨지 말고 담담하게
뜻을 못 이루어도 좌절 없이 태연하게

얼핏보면 덱스터와 궤를 같이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셋 (혹은 넷) 밖에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 이외에, 중요하고 커다란 차이가 하나 있다. 이 책 속에서 죽여 마땅하여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죄질이 과연 죽여 마땅한가 생각해보면, 살인의 범주가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 수준이라 덱스터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오히려 교화가 불가능한 싸이코 패스인 주인공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덱스터의 목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개인이 누구를 죽여 마땅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사회는 참으로 끔찍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고민을 해보라고 쓴 책은 아닐 가능성이 높고, 한마디로 구성이 탁월하고 아주 재미있었다. 살아남아 붙잡힌 여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한국형 범죄소설로 한국형 재미가 넘쳐난다. 성상납, 원정도박, 정경유착 등등 한국에서 그동안 일어났던 크고작은 범죄들을 잘 버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범죄소설인데도 가볍고 유쾌해서 술술 읽히고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읽는동안 즐거웠다.

한글로 (잘) 쓰여진 책을 읽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재작년인가 한국에 갔을때 반신반의 하면서 한국에서 잘 나가는 RIDIPAPER 라는 이름의 전자책을 구입했고,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디셀렉트라는 정기구독서비스를 시작해서 꾸준히 사용중이다. 사람이 직접 읽은 걸 녹음한 것하고는 당연히 차이가 나지만, TTS 를 이용한 듣기 기능이 생각보다 괜찮다. 산책할때 듣기에 딱인데, 책읽고 싶어서 산책하러 나가고 싶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