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udge

자식이 잘못은 하면 올바른 길로 보내기 위해 (때로 다소 가혹하게 느껴지는) 벌을 주어야만 하는게 진정한 부모인데,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른이 된 후에나 가능하다. 그게 부모님 살아생전이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지난주에 봤던 영화 Beautiful Boy 의 경우에도 그렇고, 들이는 노력에 따라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많은 일들중의 하나가 자식 키우는 일. 자식을 낳아 키우는 부모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채) 엄청난 도박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나는 이런 영화가 (7년 전에)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Beautiful Boy

아들의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은 부자가 (각자 1편씩) 함께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재활원을 드나들기를 수차례, 엄마와 후원자의 도음으로 1년 넘게 끊었다가도 한 방에 다시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아들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던 아빠는, 아들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후 다시한번 아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여전히 힘들지만) 8년동안 약물 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중독은 중독자들 본인뿐만아니라 죄없는(?) 그 가족들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는 진짜 무서은 질병인것 같다. 돈벌겠다고 여러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저런 약을 불법적으로 파는 인간들 진짜 싫다.

Little Fires Everywhere

내가 좋아하는 연기잘하는 두명의 여배우가 역할을 잘 소화해내서 (결말을 알고 보는데도) 책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50분 분량의 에피소드 8편으로 꾸려져서 중요한 핵심내용들은 빠짐없이 포함하면서도 자잘한 부분들은 재미를 위해 잘 각색된 것 같다. 책에서는 작가의 태도가 중립에 가까웠는데 TV Show 에서는 안정적이고 완벽한 삶을 꿈꾸는 백인 아줌마가 훨 더 나쁜 사람으로 그려진 점은 좀 아쉽다.

Shooter

2007년에 개봉된 제법 오래된 영화라 별 기대없이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물론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야 한다.)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고, 애국심 넘치는 사람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나쁜 정치인들. “Yesterday was about honor. Today is about Justice.” 라는 태그라인에 걸맞게, 법대로 하자면 처벌하기 어려운 그들을 뛰어난 사격술과 전투력으로 처벌을 해버리는 독특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런 나쁜 인간들이 겁나 많아서 그중에 한두명 처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The Banker

똑똑한 흑인과 (흑인을 무시하지 않을만큼은 괜찮았지만) 욕심때문에 일을 망친 백인이 대조를 이룬다. 조금 더 안타까운 점은 그 욕심을 부채질한 것이 아내였다는 사실. 내용도 재미나고 연기들도 잘했는데 조금만 더 빠른 진행을 통해 살짝 짧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흑인들이 백인들한테 무시당하는 일들을 보면 마음이 안좋지만, 흑인들이 아시안들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빈번해서 인종문제는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Picture a Scientist

나도 어려서 한때는 꿈이 (컴퓨터과학말고 순수과학을 하는) “과학자”였는데, 여성과학자의 길은 참으로 험하구나. 최고의 지성이 모인다는 곳에서조차 이렇듯 성차별과 성추행, 그리고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바꾸려면 나아지려면 많은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근래들어 Diversity & Inclusion 을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하면서 기회의 균등을 넘어서는 진정한 “평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올바르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Nomadland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꾸준히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 (차 두세대가 들어가는) 차고는 창고로 쓰면서 자를 차고 밖에 주차시키는가 너무나도 흔한 미국에서 한때 미니하우스 동경하기도 했는데, 여행처럼 한정된 기간이 아니라 기약없이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특히나 나이들어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머물 수 없다는 것은 부럽기보다는 두렵고 서글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The Irishman

돈과 권력의 뒤에는 언제나 알고보면 거대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범죄조직이 있게 마련인가보다. 실제로 일어났던 범죄조직의 역사(?)에 기반하여 만든듯 하여,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도 범죄조직과 연관이 되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는데, 자신이 속한 (범죄)조직을 위해 한평생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주인공은 인생의 끝자락에 막역했던 (보스이자) 친구와도 사랑하는 딸과도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 세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 때문에 벼르고 벼르다가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추천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볼만은 하다.

Paterson

뉴저지의 패터슨이라는 도시의 패터슨이라는 성을 가진 버스운전기사의 일주일을 보여준다. 주말빼고 월화수목금 엄청 규칙적이고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 하양까망을 좋아하는 다소 철없어 보이는 아내와 틈틈히 비밀공책에 적어내려가는 시가 삶의 의미를 더한다. 나도 제법 규칙적인 삶을 사는데 패터슨 아저씨에게는 비할바고 못된다. 자극적인 영화들에 길들여진 나는 보는 내내 교통사고라도 나는건 아닌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 석사마치고 대학원 선배의 벤처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더운여름에, 하루일과를 마치고 자취방에서 TV 보면서 마셨던 콜라의 시원함에 행복했던 마음을 떠오르게 만든 영화였다. 인생 뭐 있나?

Django Unchained

어려서 좋아했던 장고라는 영화와 혹시라도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서부 총잡이였다는 것과 나중에 총을 제대로 쏘기 힘들만큼 손이 망가졌던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만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했다. 영화시작후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지말까하고 5초정도 고민했는데 IMDB 평점이 좋았던지라 그냥봤다. 역시나 격하게 피로 물들이는 장면들이 몇차례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재미있어서 2시간 4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세상은 진짜 갑갑하다. 총기소유는 싫은데 이런 영화에서 총잘쏘는 주인공이 멋진건 참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