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rial

그래도 미국은 가끔씩 정의가 구현되는 나라인 것 같다. 빽도 없고 돈도 없는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거대기업이 소도시의 장례업자에게 패하고 결국에는 망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러닝타임이 두시간 넘는 법정드라마인데 중반에 크고작은 역전이 몇차례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대기업을 보니 (한국에서 요즘 유예될 것 같은 중대재해법 생각이 나면서) 인간의 욕심에 진저리가 났다. 30여년 전에 미국에서 (부유하지 않은) 흑인으로 태어난다는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고, 요즘에는 좀 나아졌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연남동의 24시간 무인빨래방을 배경으로 고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하게 그려냈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엄마, 관객 없는 버스킹하는 가수 지망생,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 여대생, 해외로 보낸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힘든 기러기 아빠 (아까 독거노인의 아들), 그리고 보이스 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청년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빨래방을 통해 만나서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며 행복한 삶을 이뤄낸다. 실제로는 이 책에서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연남동은 학부랑 석사하느라 6년을 보냈던 신촌이랑 가까운데다, 우연히도 지난 10월에 호주에서 무인빨래방을 이용한 덕분에 괜히 더 공감이 됐다.

Patriots Day

2013년 4월 15일에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에서 일어났던 폭탄테러를 재연한 영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른 영화 (Stronger) 를 예전에 보았지만, 누가 어떻게 했으면 범인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세상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안좋은 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자꾸 외면하게 된다.) 그냥 어떤 미친놈이 나쁜짓을 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저자들은 미친게 아니라 악마가 아닐까 싶었다. 폭탄테러한 놈을 친구랍시고 신고도 안하고 기숙사에서 약하고 오락하는 학생들도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영화 마지막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실제 사진과 이름이 나올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선은 악을 이긴다고 하는데 악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것 같아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