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박사공부하겠다고 미국 나온지는 어느덧 20년하고도 4개월이 넘었고 6년 고생끝에 박사 받은지는 14년 7개월이 다 되가는 시점에 읽은, 다른 분야에서 나보다는 더 최근에 박사받고 통계학자로 일하는 사람이 쓴 수필. 옛생각하면서 부담없이 읽었다. 미국유학공부 한 사람치고 이정도 고생안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아무래도 저자는 그때그때 블로그에 잘 적어두었던 모양이다. 나도 예전 제로보드 시절의 게시판만 날려먹지 않았어도 (국제결혼 스토리는 없지만) 책하나 정도는 쓸 수 있었을지도. 물론 내인생 누가 그다지 관심도 없겠지만, 나도 개인사생활 책으로까지 써서 남들한테 읽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기도 하다.

미안하다고 말해

뭐랄까 살짝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빨리 읽게되는 면이 있다. 반전도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고 쉽게 예측도 안되지만 막판에 한꺼번에 몰아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구성이 맘에 들고. 조 올로클린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줄거리를 이끌고 심리학자인 조 올로클린은 얘기를 거드는 점도 묘한 매력. 기여도가 적지는 않지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지는 않으면서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나 할까.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로맨스도 양념역할.

Deacon King Kong: A Novel

1960년대 후반 뉴욕의 South Brooklyn을 배경으로 (교회를 중심으로 한) 흑인 커뮤니티의 삶과 애환을 담은 것 같은데,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해 놓은 이 책을 (집중이 잘 안되서) 애써가며 읽어야했다. 프랑스 영화의 경우에도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흑인들 위주의 영화나 책은 유머코드도 그렇고 그들의 문화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즐기는게 쉽지 않다. (영화의 경우 흑인의 영어발음은 이해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ㅠ.ㅠ)

Bombshell

2016년 미국의 Fox News 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에 영화적 효과를 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실화에 기반한 영화와 달리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실제의 뉴스클립들을 때때로 자주 사용하여 사실감을 더했다. 미국뉴스는 챙겨보지 않았고 특히나 Fox News 에는 눈길도 안주는 편이라 전혀몰랐는데 영화제목에 걸맞는 Sex Scandal 이 벌어졌었다. 트럼프 같은 인간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이해가 안되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트럼프 같은 짐승같은 남자들이 세상에 (높은 자리에도) 많고 그런 인간들을 (자의든 타의든) 용인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은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까지) 훨씬 더 많아서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완전 꽝! 나하고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특정사안들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존중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