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후반부와 결말이 좀 황당하긴 했지만 제법 긴장되고 재미있었다. 제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자리와 권력이라니 참 섬뜩하다. 자신보다 훌륭한 제자를 키워내는 것이 선생의 기쁨이고,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식을 길러내는 것이 부모의 자랑이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일 것이라 믿는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다 못해 욕심에 눈이 멀어버리는 기득권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많고 추하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과 더불어 우아아게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는데, 아름답게 까지는 아니어도 추한 모습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무빙

초능력도 유전이 되나요? 네! 한국형 슈퍼히어로라더니 자식이 부모의 초능력을 물려받고, 부모의 목표는 오로지 그런 자식을 보호하는 것인데, 거기에 남한한테 절대로 뒤질 수 없는 북한이 끼어든다. 그나저나 초능력자는 자식 키우는 능력도 탁월한지 아이들을 하나같이 너무 착하고 훌륭하게 키워냈다. 오랜만에 보는 문성근이 악역으로 나와서 한혜주가 고3 아들을 둔 아줌마로 나와서 좀 놀랬지만, 연기 잘하는 중견배우들과 더불어 처음보는 파릇파릇 예쁘고 귀여운 어린 배우들도 많아서 재미있게 봤다. 다만 초능력 액션 히어로에 느와르가 합쳐지면서 잔인한 장면이 좀 빈번히 등장해서 제대로 못본 장면들이 있다. 무협지가 폭력이 아닌 멜로이고, 착한 사람이 이긴다더니 나쁜 놈들 죽이고 (한국형 답게?) 제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악의 심장

우리는 피부색이나 국적 등으로 사람을 나누는데 익숙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과는 다른 근본적인 종류가 따로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연쇄살인마 같은 싸이코패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기만 해도 (어느정도) 고통을 느끼는데, 남에게 고통을 주고 심지어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니 생각할수록 무섭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치밀하며 자기절제력이 강한데다 (나쁜 짓을 위해서) 성실하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동안 속상하지만 재미는 있었는데, 막판에 후다다닥 정의사회를 구현해서 좀 김빠졌다. 그리고 무조건 주인공이어야 한다. 안그러면 갑작스럽게 개죽음 당하면서 극적 긴장을 높이는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The Accountant

레인맨이나 우영우에서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보통 고도의 집중력, 암기력, 계산능력 등을 바탕으로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독특하게도 거기에 전투력을 더했다. 군대에서 심리 작전부대의 장교인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 두뇌와 전투력이 합쳐진 일당백 수준의 회계사가 탄생했다. 거대 범죄조직들의 회계사 노릇을 하면서 번 돈을 잘 세탁해서 신경 과학 연구비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눈깜짝 안하고 사람을 죽임으로서 다시한 번 선과 악은 흑백처럼 깨끗이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좀 궁금하다.

Anxious People

“A Man Called Ove” 라는 책을 썼던 스웨덴 작가 아저씨의 작품이다. 초반에 이야기 전개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이 살짝 필요했는데 점점 (살짝 황당한 부분이 있지만) 재미있어지더니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이 하나둘씩 나타나는데, 전체적인 구성이 제법 짜임새있었다. 스웨덴을 배경으로 했는데, 시장경제 붕괴와 그에따른 중산층의 고통과 그에 더불어 어른 아이 가리지 않는 자살까지, 한국을 포함해 시장자본주의의 폐해를 겪고있는 나라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남일 같지 않았다. 경찰 한명이 바보된 것 빼고는 엄청난 해피엔딩이라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책에서라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Git and GitHub Masterclass — The Practical Bootcamp

실제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게 제일 좋은 학습방법이지만 현재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으니 그저 반복적으로 강좌를 듣고 있다. Practical Bootcamp 라서 그런지 마지막 부분에 미처 몰랐던 내용도 조금 있었다. 엄청나게 재미가 있는건 아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듣고나면 뿌듯하다.

악귀

Hulu 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디즈니랑 계약을 맺었는지 디즈니가 만들었다는 한국 드라마들이 여럿 보인다. 김태리 이뻐라하는데다 인터넷에서 재미도 있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총 12회인데 처음 4회까지 참 재미있게 봤고 그 뒤부터 서서히 좀 지루해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제법 큰 반전이 두어번 정도 있었는데 재미가 급상승하는 효과는 없었다. 부자 되겠다고 대대로 귀신 씌어서 사람 죽여가며 살겠다는 사람, 한술 더 떠서 충분히 부자됐으니 그만 하겠다는 남편이랑 아들 며느리까지 죽게 만들고, 급기야 손주까지 죽이려 하는 사람이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된다. 악귀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시력을 잃지 않으려고 악귀에 씌인 교수님의 경우에는, 돈때문은 아니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시력을 택한 것은 안타까웠다. 사는게 힘에겨워 죽고싶다는 생각 한두번 아니 여러번 안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즘 세상 (특히 한국) 살기 정말 빡빡한 것 같아서,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난 참 좋은 시절 살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근래에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