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Wild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하며 자연으로 돌아갔던 이 청년이 부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보고는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내가 진짜 늙었구나 싶다. 어찌보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천한 것인데, 한편으로는 극단적이면서 많이 이기적인 부분이 있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찜찜함이 있다. 물이 불어나지 않아서 알라스카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면 무얼하며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다.

(더 늙기전에?) 알라스카 가보고 싶다. 오로라까지 보고 오면 더 좋을테고…

The Girl on the Train: A Novel

간만에 맘먹고 소설을 읽었는데 주된 스토리라인은 좀 많이 짜증스러웠다. 아이를 가지지 못해서 우울증에 걸리고 알콜중독자가 되버린 여자, 바람피우던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딸낳고 행복하게 사는 그녀의 전남편. 기차타고 출퇴근 (하는척) 하면서 남편의 새 가정과 이웃을 엿보는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그런데도 범인이 누구인지가 계속 궁금해서 열심히 읽었고, 반전도 제법 괜찮았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는데 한편으로는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한데, 범인을 알고보면 대단히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Dallas Buyers Club

영화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 몇가지. 첫째,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를 운영하는 인간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둘째,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목표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예상치 못한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셋째, 매튜 맥커너히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보고나니 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지 알겠다. (필라델피아의 톰 행크스 생각도 좀 났다.) 넷째, 요즘은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치명적인 질병의 치료약들은 저렴한 가격에 환자들에게 보급되면 좋겠다. 다섯째, (영화주제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람들이 마약 좀 안했으면 좋겠다.

Leap Year

이보다 더 뻔할 순 없는 전형적인 로멘틱 코미디. 윤년에만 있는 2월 29일에 청혼하려고 여주인공이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 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 결혼에 목숨거는 여주인공이 그닥 이해는 안되지만, 남녀주인공 둘 다 조아라 하는 배우들이라 별 생각없이 웃으면서 봤다.

The Nordic Theory of Everything: In Search of a Better Life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저널리스트가 미국인 남자를 만나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인으로 살면서 쓴 책. 미국과 북유럽 국가들을 교육, 육아, 의료보험, 세금제도, 직장생활, 기업경영 등등의 관점에서 나름 자세히 비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미국 제일주의의 헛점과, 북유럽 국가들이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이는 부분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나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미국의 문제점을 지적할때마다 한국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의 교육환경, 직장생활에 질려서 미국을 많이 부러워 하는데 미국도 무한경쟁과 배금주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과연 미국에서 사는게 맞는 것인지, 어디 가서 살아야 하는 것이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은 막연한 바램이나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제대로된 정책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이 보장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간절히 원하고 추구하는) Self-sufficiency 와 Independence 가 북유럽 국가들의 기본적인 목표 혹은 가치관이라는 사실에 북유럽 사람들이 많이많이 부러웠다.

특별시민

무척이나 지루했다. 사람이 둘이나 죽어 나갔는데도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니. 멀쩡한 사람 음주운전하다 죽이는 것도 모자라, 딸한테 뒤집어 씌우는게 말이 되나? 그러는 남편을 돕는 아내(그 딸의 엄마)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왠 어린아이 점쟁이까지 나와서 신기를 보여주고 그러냐고. 볼까말까 겁나 고민하다 최민식 믿고 봤는데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