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ves

잔잔함 그 자체인데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인연이나 전생같은 단어는 한국인에게는 많이 익숙하지만, 한국계가 아닌 토종 미국인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가 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는 아니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세번째 만남때문에 마음이 참 많이 아렸었다. 다 큰 어른이 된 후에도 (사랑이 아닌) 사람이 변하는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24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가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안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그 마음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들, 보면 애틋하고 좋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옛날에 찍은 사진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None of This Is True: A Novel

생년월일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Birthday Twin 이 45살 생일에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다. 아버지 벌 되는 남자와 살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여러차례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Podcast 에 활용하려고 욕심을 낸게 화근이었다.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갈 싸이코패스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원하는 형태로 외곡해서 사실로 믿어버리면 고장난 멜탈이지만 완젼 철갑이라서 진짜 대책이 없는가보다. 너무 나약해도 탈이지만 너무 강인해도 탈이다. 나아 길러준 엄마도 아빠벌 되는 남편도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식까지 기꺼이 죽이려드는, 멀쩡한 사람들을 속여넘기는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이기 때문이다. 개연성이 거의 없는것을 생각하면 재미는 제법 있었다.

Shohei Ohtani: Beyond the Dream

나 나름대로 노재팬 열심히 실천하는데 야구선수 오타니는 존경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능력있는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어떤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야구선수가 되기위해 어려서부터 뚜렸한 목표의식과 대망을 품고 꾸준히 노력해서 아직도 한창인 나이에 이미 야구사에 길이남을 선수가 되었다. 인성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가 노력했던 항목중에 “인간성”도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랬다. 유학나오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이었는데, 그보다 더 큰 결심에 따라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좋은 감동과 길잡이가 되어주는 내용이었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그저 편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야구 좋아하고 잘하는 오타니에는 비교가 안되지만, 나도 연구가 좋고 잘하고 싶고 연구를 통해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다.

CS50: Introduction to Computer Science

그 이름도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온라인 강좌 CS50 를 들었다. 11주 짜리인데, 내용이 아닌 수업방식에 관심이 있어서 대부분을 2배속으로 들으면서 11일만에 마쳤다. 명불허전이라고 특히 초반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떤식으로 배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연히 이렇게 쇼처럼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래밍 수업과 공부는 참 재미있었다.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어서 “재미”가 샘솟게 하면 좋겠지만, 학문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역할이 과연 어디까지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Saving Mr. Banks

메리 포핀스 책이나 영화는 본적이 없고, 예전에 씨애틀에서 뮤지컬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디즈니에서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법 감동적이다. 여러서 받은 상처는 참으로 오래 가고 부모가 자식들이게 어른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식은 나아 기르지를 않았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없으나,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으니 나쁜 본보기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훌륭한 뮤지컬 영화를 만든 디즈니도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거인의 노트

얼마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월간 다이어리 쓰는 법이라는 영상을 통해 저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기록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라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기록하며 읽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크게 남는 것은 없다. Self-tracking 도 좋아라 하고 Bullet journaling 도 따라하면서 효과도 좀 보았고 지금도 특별한 체계없이 해야할 일 한 일들을 적기도 한다. 다만, 저자가 소개한 정도의 기록을 꾸준히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박사공부할때부터 연습장처럼 썼던 공책들도 몇 권 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뭐하러 이제까지 가지고 있나 싶기도 해서 조만간 폐기할 듯 하다. 기록을 잘해서 대단히 삶을 바꾸고 유능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싶다.

Ego Is the Enemy, 2nd

새해를 맞아 예전에 감동깊게 읽은 책을 다시 읽었다. 안타깝게도 그때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년에 한번씩 (점점 더 빨리) 찾아오는 새해지만, 2024년 올해는 조금은 특별한 해라서 새로이 마음을 다지고 있다. 반복적인 생활을 통한 편안함과 안락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이제까지의 나보다 작년의 나보다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해를 보내자고 다짐한다.

We must begin by seeing ourselves and the world in a new way for the first time. Then we must fight to be different and fight to stay different—that’s the hard part. I’m not saying you should repress or crush every ounce of ego in your lift—or that doing so is even possible. These are just reminders, moral stories to encourage our better impulses.